전자책의 충격 - 책은 어떻게 붕괴하고 어떻게 부활할 것인가?
사사키 도시나오 지음, 한석주 옮김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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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갖고 있는 책갈피 중에 '새벽 서점'이라고 적힌 것이 있다. 학교 근처 10평 남짓한 작은 책방에서 받은 것이다. '새벽' 서점에서 책을 사면 언제나 한지로 정성스럽게 책가위를 만들어 주었다. 안경을 쓴 주인장은 분명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었으리라. 아직도 책장에 놓여있는 책가위로 덧씌워진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보면 그 서점이 생각난다. 

   그 서점은 급변하는 세월의 흐름을 버티지 못하고 대학을 다니는 중에 사라지고 말았다. ‘어떻게 대학이란 공간에 제대로 된 서점 하나’없냐 라고 종종 불평했다. 책을 읽는 사람이 점점 줄었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대형서점은 늘어났고 인터넷서점이 등장하였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동네서점에서 2,3시간을 책만 바라보던, 언제 떠올려도 흐뭇한 추억을 다시는 못 느낄 것 같았다. 

   책을 둘러싼 세계는 또 한번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전자책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10여년 전에 등장한 전자책이지만 기술진보로 휴대성 대록 개선되면서 실용화가 가능해진 것이다. 개인적으로 전자책의 등장을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 생각하면서도 상당히 두려워했다. 높은 전파성을 지닌 전자매체의 특성상 불법 다운로드의 폐해를 먼저 걱정했던 것이다. 그러니 '전자책의 충격'라는 제목의 책에 눈이 가는 건 당연한 것이었다. 

    이미 우리는 이와 비슷한 사례를 알고 있다. mp3라는 전자 + 음악 이 우리가 음악을 접하고 대하는 방식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CD, 테이프와 같은 앨범의 판매로 수익을 창출하던 시대에서 개별곡의 다운로드와 휴대폰 벨소리와 같은 저작권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수익모델이 바뀐 것이다. 그러나 불법적인 유통으로 인해 저작권의 피해 역시 크게 증가하였다. 

   이 책은 전자책을 둘러싼 현상을 상당히 깊이 있는 지식과 객관적인 시각으로 설명한다. 한국 독자들에게는 생소한 미국의 전자책 '킨들'의 성공이 과거의 전자책과 어떤 점에서 다른지 설명하며 '아이패드'의 등장이 향후 전자책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예측한다. 또한 출판사가 우려하는 점이 무엇이며, 출판업계가 잘 못 집고 있는 핵심을 지적하며 방향을 제시하기도 한다. 저자와 독자에게 미칠 영향도 지나치지 않는다. 전자책에 대해 너무 몰라서 두려웠던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생길 정도로 책을 읽으면 책의 미래에 대해 희망적인 면을 발견하게 되며, 또한 지속적으로 고려해야 될 점도 느끼게 된다. 

   좋은 책은 잘 팔릴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어떤 책이 좋은 책인가를 여러 사람과 공유하면 알게 될 것이다. 소규모 출판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에게도 전자책의 등장은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에 평등한 상태로 자신을 내보이는 기회가 될 것이다. 물론 전자책이 어떤 문화를 만들어낼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여전히 전자책의 파급효과는 진행 중이다. 

   이 책은 전자책에 대해 전반적으로 잘 다루었을 뿐만 아니라 상당히 잘 읽힌다는 장점도 가진다. 최근에 읽었던 그 어떤 소설보다 재미있게 집중해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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