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뜨면 없어라 - 김한길 스물아홉의 日記
김한길 지음 / 해냄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군가의 일기를 본 적이 있을까? 일기는 모름지기 자신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다른 이들의 평가는 철저히 배제하고 자기 자신과 대화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가 일기를 들춰보기만 해도 불같이 화를 내는 것일 테다. 그런 일기가 책이 되어 세상에 나왔다. 다른 사람에게 절대 보여주지 않았을 글들이 누구나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책으로 내기 위해서 다듬었겠지만 일기라는 본연의 특징 때문에 김한길의 에세이를 가식 없이 받아들이고자 하였다. 

   도망치듯이 미국으로 떠나버린 한길이와 미나. 그들은 갓 결혼한 신혼부부이다. 넉넉하지 않았기에 밤낮없이 일하며 생계를 이어간다. 그리고 공부하고 슬퍼하고 생각한다. 그들은 아메리카 드림을 꿈꾸지는 않다. 미국일기는 꿈이 아니라 현실의 생활을 담고 있다. 

   1980년대 초. 해외여행조차 쉽지 않았을 그 시기에 미국으로 유학 간다면 그 것은 축복이지 않을까?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그렇지만 경제적인 여건이 되지 않은 20대의 부부에게는 악몽이 될 수도 있다. 생계를 위해 일하지만 공부를 포기할 수는 없다. 제대로 된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햄버거 가게의 잡일을 하는 쿡헬퍼, 총기사건이 발생하곤 하는 동네의 주유소 계산원으로 살아간다. 

   삶에 대한 좌절과 고통이 일기를 가득 채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일기는 이러한 외적인 삶보다는 그 것에 대한 내적인 성찰에 더 중심을 두고 있다. 누군가 던져놓은 가게 지붕 위의 똥을 치우고 담배 한 대를 태우고 있을 때, 지나가는 사람이 거기서 뭐하고 있는가라고 물으니 ‘이건 나의 바이올린이야’라고 말하며 ‘지붕 위의 바이올린’을 휘파람으로 연주한다. 

   김한길과 그의 부인 미나는 마지막에는 미국에서 자신의 목표를 이룬다.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뒤돌아보면 치열한 경쟁과 성공에 집착하여 두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작은 행복을 너무 미루어두어 결국엔 놓치지 않았나 후회한다. 

   마지막 문장은 지독히 슬픈 소설을 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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