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들
김중혁 지음 / 창비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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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책없이 해피엔딩'의 독자와의 만남에서 처음 본 작가 김중혁은 상당히 유쾌한 사람이었다. 한국 문학계를 이끌어갈 차세대 리더의 한 사람으로 주목 받고 있는 프로소설가 김연수와 함께 책에 대해 잡담을 하는(?) 자리였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김연수의 유명세 때문에 이 자리에 참석했음을 본인 역시 알고 있었지만 김중혁은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은 김연수의 사인조차 가능하다면서 친구인 김연수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을 자신 쪽으로 회유하려고 농담마저 던졌다. 다음 주에 나온다던, 몇 번이나 강조하여 마지막에는 모두다 같이 " 책의 제목은 좀비들"이라고 외치게 한 그의 첫 번째 장편소설. 김중혁에게 매료된 만큼 그의 책도 기대되었다. 

   안테나 신호를 체크하는 일을 하는 채지훈은 어느 날 신호가 잡히지 않는 고리오 마을에 들어선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채지훈은 신호 없음을 상부에 보고하지만 그곳은 무신호지역으로 분류된 특이지역이기 때문에 신경 끄라는 말을 듣게 된다. 한편 그는 죽은 형의 유품으로 LP판을 받게 되고 그 중 '스톤플라워'라는 그룹의 노래에 이끌린다. 그 그룹의 자료를 찾기 위해 도서관을 찾은 채지훈은 뚱보130이라는 박식한 도서관 직원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스톤플라워에 관한 책을 번역한 사람이 고리오 마을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녀를 찾아 간다. 스톤플라워의 광편이자 책의 번역자인 홍혜정을 만난 채지훈과 뚱보130은 이내 그들의 관심사를 공유하고 가까워진다. 그러던 어느 날 연로한 홍혜정은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홍혜정의 장례를 치르고 상심해있던 그들 앞에 존재조차 듣지 못했던 홍혜정의 딸인 홍이안이 등장한다. 홍혜정에 대해 좋은 기억만을 가지고 있는 채지훈과 뚱보130에게 이안은 그녀는 나쁜 엄마였다고 말한다. 그리고 어느 날 채지훈과 홍이안, 뚱보130 앞에 좀비가 나타난다. 

   이 것은 좀비 이야기가 아니다. 잃어버린 기억들에 대한 이야기다. 

   확실히 이 책은 좀비의 이야기가 아니다. 좀비를 매개로 한 잊혀진 자들과 그들을 그리워하는 자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다른 소설이라면 좀비들은 활개를 치고 무자비한 공격을 일삼아야 되겠지만 이 소설에서 보호 받고 해방되어야 될 존재는 오히려 좀비이다. 심지어 좀비가 된 이들은, 그들의 생전의 기억에 동조되어 사람들의 그리움의 대상이 된다. 등장인물인 채지훈, 홍이안, 똥보130 등의 하나 둘씩 문제 있고 캐릭터들은 좀비를 둘러싼 일련의 사건을 통해 조금씩 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김중혁 작가는 최근 죽음에 관해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그리고 좀비라는 소재를 통해서 그 생각이 표출되었다. 

   죽은 것들은 모두 그리움의 대상이 되고, 동시에 잊혀져 가는 존재가 된다. 우리가 끊임없이 과거를 회상하는 건 그것이 언젠가는 사라져버릴 기억이 되리라는 안타까움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무엇이었던지 내게서 멀어져 간 것들은 아쉬움이 된다. 김중혁의 책에서 좀비는 그리운 과거가 되며, 그들을 통해 과거는 다시 부활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과거의 오해와 잘못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고 자신들을 변화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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