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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 - 개정판
양귀자 지음 / 쓰다 / 2013년 4월
평점 :
『모순』은 인간의 삶에 깃든 이중성과 아이러니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주인공 안진진의 시선을 통해 우리는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을 마주하게 되고, 그 안에서 모순이라는 단어가 가진 무게를 곱씹게 된다. 작품 속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일란성 쌍둥이인 이모와 엄마의 삶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모습이다. 한쪽은 다정한 남편 곁에서 부족함 없이 살아가지만 오히려 지루함 속에서 삶을 포기하고, 다른 한쪽은 남편의 부재와 가난, 아들의 방황 속에서도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낸다. 두 사람의 삶을 보며 독자는 “과연 어떤 삶이 더 행복한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주인공 안진진은 이 상반된 삶을 바라보며 불행이 단순히 피해야 할 것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게 하는 또 하나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녀는 선택의 순간에서 전혀 다른 길을 걷는다. 진정한 사랑을 주었지만 불안정한 삶을 가진 김장우가 아닌, 모든 것을 계획적으로 진행하며 안정된 미래를 보장해 줄 나영규를 택한다. 이는 우리가 흔히 이상적으로는 “사랑”을 외치면서도 실제 선택에서는 “안정”을 좇는 인간의 모순된 본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안진진의 선택은 어쩌면 독자 자신의 선택일 수도 있기에 더욱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인생은 머리로 탐구하며 정답을 찾는 과정이 아니라, 직접 부딪히며 살아가면서 그 의미를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삶에는 늘 모순이 존재하고, 그 모순을 껴안고 살아가는 것이 결국 우리의 몫임을 알려준다. 『모순』은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통해 삶의 본질을 드러내는 책이다. 나 역시 책을 읽으며 내 삶에도 수많은 모순이 스며 있음을 깨닫게 되었고, 그것이 삶을 버겁게도 하지만 동시에 풍요롭게도 한다는 사실을 느끼게 되었다. 이 책은 인생이라는 복잡한 미로 속에서 방황하는 이들에게, “삶은 결국 살아내는 것”이라는 단순하지만 깊은 진리를 전해준다.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하게 보였던 이모의 삶이 스스로에겐 한없는 불행이었다면,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들에게 불행하게 비쳤던 어머니의 삶이 이모에게는 행복이었다면, 남은 것은 어떤 종류의 불행과 행복을 택할 것인지 그것을 결정하는 문제뿐이었다. -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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