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 수염 보건 선생님 어린이책봄 5
안수민 지음, 신은경 그림 / 봄개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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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이 보건교사이다 보니, 책 제목에서부터 이미 나의 시선을 사로잡아버렸다.

'남자 보건 선생님', '여선생님' 등의 단어에서부터 이미 성을 나누고 우리가 고정관념에 빠지게 하는 것 같다.

특히, '남자 보건 선생님'은 흔하지 않은 단어이기도 하겠지만,,,

책 속 주인공 조웅희 보건 선생님의 "학교에서 살아남기"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을 받고 나는 "서평을 어떻게 작성할까?" 고민을 하다가 그냥 "내가 직접 이 주제로 수업을 해보자!"라고 결심을 하고 준비를 하였다.

저학년 문고인데, 글 밥이 있어서 1~2학년 학생들과 수업을 하기는 다소 무리가 있겠다 싶어서 3학년을 대상으로 '성 역할 고정관념 깨부수기'를 미션으로 정했다.

3학년 부장 선생님께 부탁을 드린 후, 1차시(1시간 수업)로는 부족할 것 같아서 2차시 수업 분량을 준비하였다.

 

이 책과 함께 고맙게도 독서 전, 후 활동지를 함께 보내 주셔서 수업 자료 연구하는 시간을 훨씬 줄일 수 있었다.

1차시에는 도입 부분 설명과 함께 동기유발 작전을 펼쳤다^^

이 수업은 책을 읽으면서 남자와 여자의 역할에 대해 알아보면서 성차이와 성차별, 성 역할 고정관념 등에 대한 개념과 양성평등의 중요성에 대해 학습할 것임을 알려주었다. 우리 학생들 눈을 초롱초롱 귀는 쫑긋쫑긋!

 

책을 읽기 전 <독서 전 활동지>를 통해서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을 더욱 유발하게 하였다.

어찌나 다들 열심히 하는지^^

 

독서 전 활동으로 첫 번째는 책 속에 나오는 낱말들을 찾아보고, <까칠 수염의 보건 선생님>의 내용을 상상해서 써 보기로 했다.

 

아주 다양한 상상의 내용들이 나왔다^^

"보건실 선생님은 무엇이든 치료할 수 있어요! 그것은 바로 '물약!"이에요. 이것 덕분에 무엇이든 치료할 수 있어요. 하지만, 보건 선생님은 수염이 있어요!"

"보건실 선생님이 바뀌었어요. 남자 선생님이에요. 좀비인 줄 알았지만, 슈퍼맨이었어요."

두 번째 독서 전 활동은 책 표지를 보고, 보건 선생님이 뭐라고 말할지 상상하여 말풍선 채워보기.

"누구세요?", "무슨 일 생겼니?", "커피 한잔할래요?", "가발인지 티 안 나겠지?"

참 아이들이란,,,, 생각들이 무궁무진하다^^

 

그림책이 아니라 글 밥 책이라 읽어주는 게 좀 힘들었지만, 아이들이 집중해서 제법 잘 들었다.

조웅희 선생님의 학생들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나도 좀 배워야겠다고 다짐했다.

새로 부임 받은 학교라 안 그래도 낯설고 두려울 텐데, 교장 선생님을 비롯하여 교감 선생님은 보건 선생님이 남자라서 1차 충격을 받으시고, 조웅희 선생님의 생김새에 2차 충격을 받으신듯하다^^

 

학생들은 보건 선생님이 무서워서 아파도 보건실에 가질 못하고, 교감 선생님은 하루가 멀다 하고 학부모 민원전화를 받느라 진땀을 빼신다. 학교에 있다 보니 충분히 그런 전화를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내 결심을 한 듯, 교감 선생님이 조웅희 선생님께 한마디를 한다.

"이런 식이면 곤란해요!"

"이런 식?" 당연히 조웅희 선생님은 이해할 수가 없다.

이런 식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무서운 생김새, 큰 키에 큰 덩치, 까칠한 수염, 말투, 스타일 등등.......

한마디로 이런 식은 하나도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다는 식?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웅희 선생님은 성격이 참 좋으신 분이란 걸 느꼈다. 교감 선생님께서 그렇게 말을 했음 화를 낼 법도 한데,,,"갑 집입니다!!" 하고 따질 법도 한데 ㅋㅋㅋ

(조웅희 선생님은 분명 MZ 세대는 아닌 모양이라고 나 혼자 생각하기!)

우리 해 맑디 맑은 조웅희 선생님은 다음 날 변신을 하고 나타났다.

 

나름 곱슬거리던 머리도 펴고, 아기곰이 그려진 진달래색 스웨터를 입고 나타난 것이다.

물론,, 주변 사람들은 3차 충격 직전이었지만^^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에 내가 안쓰러울 정도였다.

학생들이 보건실에 편하게 올 수 있도록 보건실을 봄처럼 꾸며 놓은 모습에 교감 선생님도 조금씩 감동을 시키기 시작했다. 역시 진심은 통하는 법인가 보다~~우리 조웅희 선생님 화이팅!!!

때로는 좀비로 오해받기도 하고, 아픈 길 고양이를 정성스럽게 치료를 해 주고, 비 오는 날 쫄딱 맞아서 애써서 편 머리가 다시 곱슬머리가 되어도 늘 그 자리 보건실에서 아이들을 기다리는 조웅희 보건 선생님

어찌 보면 학교에서 늘 마음은 긴장하지만, 따뜻한 미소로 아이들을 맞이하는 우리 보건 선생님들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진지하게 읽어주는 책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니, 더 따뜻하게 보건실에서 아이들을 맞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웅희 선생님의 진심과 노력으로 왁자지껄 보건실이 되었듯이, 조금은 더 멋진 선생님으로 기억이 되어야겠다~~~^^

책을 읽고 나서 어떤 아이가 "선생님, 2편은 없어요?"라고 물었다. "출판사에 물어봐야겠는걸"이라고 답을 해 주고 나왔는데, 이 책은 아이들에게 호기심도 불러일으키지만 학교에서 늘 만날 수 있는 보건 선생님 이야기라 더욱 집중을 했던 것 같다.

지난번 다리가 부러진 새를 들고 와서 난 기겁을 하고 말았는데, 우리 착한 조웅희 선생님은 길 고양이를 치료해 줘서 좀비가 아니란 걸 판명되었고, 착한 보건 선생님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독후 활동을 했다.

첫 번째로 <남자 직업, 여자 직업이 따로 있을까요?">

시대에 따른 직업의 변화에 대해 알아보고, 우리 주변에 여자가 더 많은 직업과 남자가 더 많은 직업을 찾아보고 여자가 혹은 남자가 더 잘할 수 있는 점은 무엇인지 적어 보도록 했다.

다양한 직업들이 나왔고, 다양한 의견들을 적어보는 시간이었다.

 

두 번째 독서 후 활동으로는 내가 디자이너가 되어 조웅희 선생님을 멋지게 꾸며주는 일이었다.

조웅희 선생님 얼굴을 완전 페이스오프하고 싶다는 학생도 있었고, 있는 그대로가 좋다는 학생도 있었다.

 

책과 함께 하는 보건수업을 항상 고민하며 연구하고 있었는데, 오늘 이 책, <까칠 수염 보건 선생님> 책을 읽어 주고 성 역할 고정관념에 관해 아이들에게 들려줄 수 있어서 내가 더 행복했다.

작가의 기억 속 아빠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보건 선생님을 다소 엉뚱하게 표현한 부분도 아주 재미있고, 작가의 상상력을 짐작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학생들이 벌써 2편을 기대하고 있는 것 보니, 이 책이 우리 학생들에게 잘 읽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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