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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포레스트 1 ㅣ 세미콜론 코믹스
이가라시 다이스케 지음, 김희정 옮김 / 세미콜론 / 2008년 10월
평점 :

별이 뜬 하늘엔 올빼미가 날고, 옥색긴꼬리 산누에 나방은 푸드덕
대고, 물맞이게는 밭을 횡단해 걸어간다. 때로 자두를 따먹으러 곰이
출몰하기도 한다. 토호쿠 지방에 있는 작은 마을 ‘코모리’. 간단한
물건을 사러 가려면, 면사무소가 있는 마을중심까지 자전거를 타고도
족히 30분은 걸리는 이 산골마을이 ‘리틀 포레스트Little Forest'의
무대다.

little forest
이십대 처녀인 이치코는 상채기만을 안긴, 도시생활을 버리고 고향인
이곳으로 돌아왔다. 7년 전, 갑자기 떠나버린 엄마의 흔적이 남아있는
이 산골의 작은 집으로.
그녀는 머위풀로 된장무침을 만들고, 비를 맞아 터져버린 봄양배추를
뜯어 요리를 만들고, 주변에서 자란 두릅과 민트로 튀김을 만든다. 엄
마가 일러준 대로 우스터소스도 만들고, 빵도 굽는다. 요리 하나에
시골 삶의 굽이굽이가 보이고 과거와 현재가 오버랩되고, 상처 받은
마음이 따뜻해진다. ‘요리는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라던 빨간 수유 잼,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갓 찧은 하얀 낫토떡, 엄마의 추억이 얽힌 머위된장,
벼베기를 하며 새참으로 먹는 햇호두를 넣은 호두밥의 감칠 맛.....
왜 작가가 요리라는 소재로, 시골의 생활을 풀어나가는지 읽어보면 안다.

little forest
시골에서 음식을 만든다는 건 단순한 도락이 아니니까. 다듬어져 나오는
야채와 인스턴트 재료를 사다가, 뚝딱 차리는 도시의 식탁과 달리,
이곳에서는 무엇 하나 수월하지 않다. 그렇기에 달걀 노른자가 터져
흐른 자국까지 빵으로 싹싹 닦아 먹는다. 땀과 시간을 들여 직접 길러
낸 재료를 가지고, 내 손으로 만들어먹는 이 ‘자급자족의 식탁’엔 왕후
장상의 식탁에서도 맛볼 수 없는 진미가 가득하다. 힘든 노동 속엔
추억이 섞이고, 지혜가 담기는 법이니까. 난 [리틀 포레스트]를 보며
자연과 하나가 되는 삶의 대단함을, 그런 자연과 마주대하는 농사짓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그들의 땀이 영글은 채소와 과일에 대한 감사를
되새김질한다.
아는 선배 중에, 저 강원도 산꼭대기로 옮겨간 이가 있다. 뛰어난 감수성과
재주, 불안한 영혼의 그 선배는 서울이라는 아주 낯선 도시에서 사는 내내
“불우하다”고 노래했었다. 미친 듯한 연애와 술과 때론 발작적으로 동해안을
향하는 짧은 여행 사이사이, 그는 계속 박용하의 시를 빌어 “좇같은 세상”
이라 읊어댔다. 이탈리아에서 3년, 제주에서의 1년을 마지막으로 그는
강원도에 정착했고 손수 집도 만들고, 구절초 꽃밭도 일궈 지금은 성공한
‘낙향 농부’로, 세월을 재배하며 살고 있다. 농사는 때를 놓치면 안 된다.
거름을 주는 것도, 솎아내는 것도, 땅을 가는 것도 자연의 섭리에 맞는 ‘때’
를 놓치면 말짱 헛것이다. 그렇게 바지런히 몸을 놀리는 그이의 글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은 왜 영혼의 치유제인지, 노동이 왜 영혼을 건강하게 만드는
지 새삼 알겠다.
이 책 [리틀 포레스트]는 저자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그래픽 노블이다. 1994년 경 고향에 내려간 그이는 지금껏 그곳에 살며 자
급자족 생활과 요리를 이어가고 있다. 이 작품으로 데즈카 오사무 상에 노미
네이트되었다고 한다. 이건 1권, 앞으로 몇 권이 나올지 모르지만 꼭 챙겨
읽어볼 참이다.
너무나 담백해서, 읽는 당시엔 미처 자리잡지 못했던 감동이 책을 덮고
한 시간, 두 시간이 흐른 뒤에나 떠오르는 이 책. 만화라 폄하하기엔 장점이
너무 많다. 그 중에 제일은 오랜 만에, 힘줘 말하거나, 꾸며내 말하는 법이
없는, 정직한 작가를 만났다는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