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록을 부탁해 - 두시탈출 컬투쇼 이재익 PD의 로맨틱 하드록 에세이
이재익 지음 / 가쎄(GASSE)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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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열아홉 살, 그때 내가 가장 가지고 싶었던 것은 타자기와 뭉크화집과 카세트 라디오에 연결하여 레코드를 들을 수 있게 하는 턴테이블이었다. 단지, 그것들만이 열아홉 살 때 내가 이 세상으로부터 얻고자 원하는, 전부의 것이었다." 라고 장정일은 말했다.  

장정일 식으로 이재익 작가에 대해 말해본다. "내 나이 열아홉 살, 그때 내가 가장 가지고 싶었던 것은 빽판 아닌 오리지널 LP와 수입CD와 그 음악을 같이 들을 수 있는 소녀였다." 쯤 되지 않으려나.

88년 올림픽이 열렸을 때 나는 고등학교 2학년생이었다. 골든팝스를 들으며 중학교를 보냈고, 자주 전영혁의 25시를 들었으며, 내 이어폰에서는 늘 메탈리카나 건즈앤로지즈 등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성시완을 좋아했던 둘째는 프로그레시 록에 빠져 있었고, 넉 살 차이의 동생은 데스메탈을  들으며 사춘기의 무료한 권태와 싸우던 시기였다.  

그 시절을 이재익 작가가 말한다. 시골에 올라와 까무러치도록 공부해야만 무리에 낄 수 있었던 압구정 소년의 고독. 그 뒤에 배경음악처럼 깔리던 하드록과 메탈의 기운을. 미스터 빅, 데프레파트, 메탈리카 VS 메가데스, 익스트림, 레드 제플린, 건즈앤로지즈, 너바나라는 걸출한 일곱 그룹의 이야기를.  

사실, 웬만한 마니아들은 다 아는 이야기이고, 음악에 대한 접근이나 추억을 풀어나가는 솜씨도 쉽게 갔구나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지만, 그저 그 시절을 건너왔다는 것만으로도 킬킬대며 추억할 수 있어 즐거웠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책의 두께와 디자인 적 요소. 쌍팔 년도라 보기에도 아쉬운 만듦새는 가쎄 출판사의 인디적인 면모 때문에 넘어가겠지만, 좀더 원고 분량을 늘릴 수는 없었을까 아쉽다. 특히 소녀의 후일담은, 아마도 소설로 나오지 않을까 추측되는 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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