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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 - 진실보다 강한 탈진실의 힘
제임스 볼 지음, 김선영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11월
평점 :
얼마 전 저녁뉴스에 모 아파트단지 경비원들이 가짜뉴스로 인해 대량해고 위기에 처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이런 황당한 상황들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에 너무나도 아무렇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판을 치는 가짜뉴스들 때문에 애먼 사람들이 직장을 잃고 투자금을 잃고 잘못된 선택을 한다.
다산초당에서 2020년 늦가을 내놓은 신간 '#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 는 제목만으로도 사람들의 눈길을 확 잡아끄는 위력을 발휘한다. 작가는 영국 유명 저널리스트 #제임스 볼 로 저자의 신뢰성 증명을 위해 가디언, 워싱턴포스트, 위키리스크 등의 유명 언론사 출신의 기자이며 퓰리처상을 수상한 사람임을 밝히고 있다. 만일 이렇게 혹하는 제목을 가진 글의 내용이 모조리 가짜뉴스라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가짜뉴스에 신뢰성을 갖고 빠져들겠는가.
작가는 이런 사태를 매우 우려하며 경고한다.
SNS와 인터넷 매체의 발달로 인해 빠르게 확산되는 가짜뉴스들. 이 뉴스들이 단순하게 거짓을 전달한것 만으로 발생시키는 문제보다 필터링없이 무분별하게,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티비 뉴스를 통해 새 소식을 접하고 포털에 올라온 기사들을 읽으면서 그날그날의 이야기들을 만난다. 예전에는 종이 신문과 공중파 뉴스, 그리고 잡지같은 레거시 미디어가 이야기의 전달장치였다면 스마트폰과 인터넷의 보급 이후에는 종이신문은 쇠퇴하고 포털과 SNS에서 공유되는 인터넷 뉴스들이 사람들에게 엄청난 전달력과 파급력을 행사하고 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공유되는 수많은 뉴스들을 보면서 쏟아지는 정보들에 어지러운 것도 잠시, 흥미롭게 봤던 내용의 뉴스가 얼마 지나지 않아 허위나 과장된 것이었다는 것을 아는 것만큼 나를 피로하게 만드는 것도 없었다. 때문에 한동안은 뉴스를 보지 않고 살았더니 미래통합당이 국민의 힘으로 당명을 바꾼 것도 모르고 살고 있었던 것을 알고 화들짝 놀라 다시 포털을 열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아는가? 이 포털의 뉴스 순서도 작위적이라는 것을)
저자는 미국과 영국의 사례를 주로 들고 있는데 누구나 알만한 영국의 브렉시트 사태의 가짜뉴스들, 그리고 가짜뉴스들의 힘으로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기까지 얼마나 가짜뉴스의 힘이 컸고 그로 인해 만들어진 결과물이 얼마나 험악한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뉴스의 생산자들이 얼마나 책임감 없이 마구 가짜뉴스를 생산해 내는지에 대해서도.
책은 경고한다. 왜 가짜뉴스가 이렇게까지 생산되고 거침없이 확산되고 소비되는지에 대해. 내가 오늘 종일 보고 읽고 사람들과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언론의 정신을 배제한 단지 어떤 언론사의 돈벌이용 클릭 수 유발을 위한 것이었다면? 기사의 진위성에 대해 일말의 관심도 없는 매체가 소위 독자 '낚시'를 위해 자극적인 내용으로 제목을 뽑은 저급한 개소리였다면?
그리고 이런 뉴스를 생산하는 것도 문제지만 퍼나르는 독자의 책임이 크다는 것을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인간은 유혹당하기 쉬우며 자신이 맞다고 믿는것에 대한 것에는 거의 종교와 같이 빠져든다. 내 생각과 다른이의 의견과 말이 들리지 않는 것이다. 하물며 똑똑해진 추천 알고리즘은 내가 원하는 방향의 뉴스만을 계속 보여주고 독자는 그 속에서 헤매기만 하면 된다.
게다가 개소리는 어떤 강력한 사건이 있을 때 더 큰 힘을 갖는다. 사람들의 마음과 관심, 욕망을 건드려서 가짜뉴스는 더욱 더 확산되고 커진다. 모두의 삶이 평안할때는 가짜뉴스가 마음을 파고들 일이 없으니까.
그리고 관심이 필요한 정치인, 연예인, 유명인사들은 어떻게든 가짜뉴스라도 만들어내서 사람들에게 언급되고 싶어한다.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가짜뉴스는 매우 자극적이기 때문에 사람들을 동요시킨다. 그리고 사람들은 다수가 믿는 것을 진실이라고 믿고 싶어한다.
여기에 빠르게 소비되는 포털과 SNS의 정보 특성상 손쉽게 공유하기를 통해 정말 무심코 가짜뉴스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자세히 내용을 읽고 내용을 판단해 보기보다는 심플하게 공유하기 버튼을 위한 공유하기를 눌러대는 것이다.
자극적인 가짜뉴스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문제는 이런 가짜뉴스는 사람들에게 전파되기 쉽고 그 뉴스가 가짜인 것이 알려진다 한들 이미 보고싶은 대로 보고 듣고싶은 대로 들은 사람들에게 진실성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매체들은 경쟁적으로 사람들이 혹할만한 개소리를 생산해내고, 혹시 그것이 틀렸다면 정정보도를 내면 그만이지만 사람들은 시정된 진실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 때문에 개소리인 가짜뉴스는 점점 더 힘을 갖고 재생산되며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그럼 이 개소리들의 확산을 막는 방법은 없는걸까?
원천적으로 개소리의 생산을 막을 방법은 없다. 그렇다면 진실을 수호할 수 있는 현명한 대처법들을 잘 알고 사용하는 수 밖에. 저자는 정치인과 미디어와 독자와 유권자들의 입장에서 각각 할 수 있는 일들을 알려준다.
'어떤 방법으로든 우리는 개소리에 맞서야 한다는 사실이다. 현실 감각을 유지하고 음모론에 맞서면서 서로 기본적 합의를 도출하는 일은 건전한 민주주의를 만드는 데 필수적이다.' p.360
저자는 절박하게 이야기한다. 무심코 동조하지 말고 진실을 보는 힘을 키우라고. 쏟아지는 가짜뉴스(게다가 힘을 가지고 있는)의 홍수 속에서 개개인이 얼마나 개소리를 구별할 수 있을지 나 역시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 책을 보고 나니 더이상은 개소리에 휘둘리지 말아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된다. 내가 듣고 보고 있는 것들의 진실성의 가부를 따져보는 것이 가짜뉴스를 사라지게 만드는 첫걸음이 아닐까.
나는 독자와 뉴스의 소비자 입장이니 이런 다짐을 하지만 이 책은 뉴스를 생산하는 언론매체 담당자들에게도 중요할 것 같다. 아마도 이 책은 그들이 만들어 내는 컨텐츠의 진실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사명감과 책임감을 다짐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