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 댄서
타네히시 코츠 지음, 강동혁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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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북스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엄청난 소설. 워터 댄서.

아마존과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라는 어마어마한 이력을 갖고있는 소설이다. 오프라 윈프리와 오바마 전 대통령까지 추천한 소설이라니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소설이길래?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어련히 다산책방에서 가장 좋은 컨텐츠를 왔겠거니 생각하긴 하지만)

생각보다 두께가 좀 있는 소설이네 라는 생각도 잠시, 이 책은 단순히 술술 읽혀 내려가도록 재미만 추구하는 소설이 아니었다. 단순히 재미를 추구하는 소설이 아닌 북미지역에서 있었던 노예제도와 그 노예제도를 없애기 위해 활동한 언더그라운드의 이야기인 것. 때문에 소설이지만 심오하다.

이 이야기에는 굉장히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인물 관계도를 따라가는 것 만으로도 버지니아주와 필라델피아를 횡단한 것 같이 먼 거리를 다녀온 느낌이 든다.

하이람 - 주인공. 말을 이미지화 할 수 있고 기억하는 능력을 가진 소년. 유색인종이자 인도(conductor) 를 행할 수 있음. 어머니 로즈와 이모 에마, 그리고 할머니 산티 베스와 관련이 있다.

테나 - 하이람을 키워주는 어머니 같은 존재.

소피아 - 하이람이 사랑한 소녀. 하지만 삼촌의 여자

메이너드 - 아버지 하월 워커의 친아들. 하이람이 모시게 되는 주인이자 형.

코린 퀸 - 버지니아 주의 백인 영애. 메이너드와 정략 결혼을 하기로 함. 언더그라운드의 버지니아 주의 중심 인물. 호킨스와 에밀리가 그녀를 돕고 있다.

필즈 - 처음은 메이너드의 가정교사이지만 이후 언더그라운드에서 미카야 블랜드로 활동함.

조지 파커스 - 자유를 찾은 유색 인종이지만 비겁한 배신자.

모세 - 하이람처럼 인도를 행할 수 있는 사람. 헤리엇

그리고 언더그라운드의 인물인 오다와 레이먼드.

케이시 - 테나의 딸

등등등.

이야기는 버지니아 라클리스에서 벌어지는 담뱃잎을 재배하는 농장의 노예제도를 조명한다. 유색인종이라는 이유로 농장에서 가차없는 노동에 내몰리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 사이에 분명한 백인들과 유색인들 사이의 계급과 신분. 그들에게선 사라진 인권.

저택에서 사는 백인들과 라클리스나 토끼굴에 살며 노역을 행해야 하는 유색인들의 차이는 드넓은 평원만큼 크다. 노예들은 아내가 채찍을 맞도록 붙잡고 있어야 하는 비극적인 남편이자 자식이나 가족들이 나체스로 끌려가거나 팔려가도 손 쓸 수 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사람이기 이전에 백인에게 종속된 소유물과 같은 존재이므로.

하이람은 노예들 사이에서 난 사람이 아닌 백인인 주인과 노예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서자와 같은 존재이다. 그러나 그는 단순히 신분의 다른점이 문제가 아닌 그의 할머니(인도를 행해 48명의 노예를 데리고 아프리카로 사라진)의 손자인 것이다. 하이람 역시 물의 푸른빛을 통해 본인도 인도와 관련된 능력이 있음을 알게 되고 이 능력은 언더그라운드의 사람들에게 중요하게 비춰진다. 그가 이 능력을 컨트롤 하게 되기까지 무던한 시간이 흐른다.


이야기를 읽는 내내 하이람을 따라 버지니아에서 필라델피아를 오가며 유색인종이라고 차별받아야 했던 사람들, 단순히 피부 색만으로 나뉘어 인간 사이에 존재했던 계급, 같은 백인이지만 가난한 자들의 비굴한 인생, 같은 유색인이면서 자기와 같은 사람들의 정보를 팔아넘기며 사는 비겁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쫓아다녔다.

그 천태만상 속에서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가며, 자유와 평등을 찾아서 언더그라운드 안에서 연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슬프다 못해 처절했다. 그들이 연대해서 만들어 낸 세상이 평등한 현재겠지만 여전히 현재에도 흑인이라는 이유로 별 이유 없이 사살당하고 차별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 아닌가.


워터 댄서를 읽으면서 예전에 읽었던 할레드 호세이니의 '연을 쫓는 아이'가 떠오른 건 왜였을까. 인물 구조도가 주종 관계의 이야기라서?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주인과 하인 또는 노예의 관계도가 유사해서? 이 책은 북미 남부지역의 노예 제도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연을 쫓는 아이는 아프가니스탄의 이야기라 완전 다른 세계의 이야기 같지만 미묘하게 관통하는 인간 사이에 있어서는 안되는 계급에 대한 불편함이 소설 전반에 흐르고 있다.

소설 속에서 모세와 산티 베스, 그리고 하이람이 행한 '인도'를 통해 유색인종들이 그리던 유토피아 즉 평등한 세상으로 이동하는 것이 유색 인종들의 꿈이었으나, 오바마가 대통령을 지낸 21세기인 지금도 그들이 찾는 유토피아는 여전히 도래하지 않은 것 같다.

주인공인 하이람은 특정 능력을 지닌 인물이 비극적인 노예 제도 속에서 갈등과 사건들을 통해 언더그라운드의 핵심 인원으로 성장하는 동시에 그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서 사람들을 구하고, 평등사회 구현을 위한 사회운동의 선구자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작가는 어쩌면 탈출구가 보이지 않던 암담한 미국의 남부 지역의 노예제도의 해결, 그리고 현재까지 이어오는 이 불평등을 하이람이나 모세, 또는 산티 베스가 가진 '인도'라는 특별한 능력으로 극복해 보고자 하는 의지를 소설을 통해 표출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지금은 너무도 흔한 '자유'가 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통해 이루어 졌던 것이니 만큼 소설에서는 '인도'라는 과정으로의 미화가 필요했지 않나 싶다. 그들은 여전히 언더그라운드에 있고, 그들이 바라는 세상이 오기 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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