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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케 호모 - 제1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오수완 지음 / 다산책방 / 2026년 9월
평점 :

제목과 표지가 주는
상징성에 이끌려 선택한
제1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협찬] #다산책방 #에케호모
분명 간단하고 이해가 쉬운 문장인데
다 읽고 난 후에
프롤로그로 돌아가서 확인하고,
작가의 말을 읽고 나서야 안심이 되었습니다.
책을 읽고 느낀 이 감정은
약점을 들킨 인간의 흔한 심리 같은
그 무엇이 아닌가 싶었지요.
인류의 99% 사라진 세계에
소녀와 남자가 자전거를 타고 이동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은 소녀에게
세상의 티끌까지 알려주는
지나치게 자상한 남자.
둘의 관계를 의심하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둘이 지나간 도시가, 사람들이,
충격적이었어요.
이 책의 심사위원들이 말해 준
아포칼립스와 디스토피아라는 단어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폐허, 분노, 이기심, 본능 등
작가가 구현해 낸 망가진 세계를
옴팡 느낄 수 있었어요.
다시 내용으로 돌아와서,
소녀와 남자,
그들은 엑스포가 열리는
지텍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가) 강림하기 전의 세상과
찬란했던 문명을 마주할 수 있는
엑스포가 열리는 그곳, 지텍으로!
소녀와 남자가 자전거를 타고
지텍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세상을 3천 년 전으로 돌려놓은
그, 프라임의 존재를 상상하게 만들었어요.
알 수 없는 존재를
상상하며 읽어 내려가는 일이
생각보다 품이 많이 들더군요.
과거도 미래도 포함되지 않은
현재 시제로 나열된 문장은
대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뿐
마치 평가는 읽는 사람의 몫이라는 듯이
느껴져서 부담감이 조금씩 쌓였어요.
자전거 한 대가 지나간 자리에서
문명의 이기심을 되돌아보았습니다.
의심하고, 빼앗고,
함부로 유린하고, 감시하고, 배신하고...
소녀와 남자가 길 위에서 만난
인간들의 모습이 하도 추악해서
인상을 찌푸리며 읽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인간 안에서 이해받고 머무는 장면이
가장 크게 기억에 남았어요.
지텍으로 향하는 길에
총을 겨누던 노인을 만나게 되는데
노인과 남자의 대화 속에서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을 '이해시키며'
책을 마저 읽어 내려갈 수 있었거든요.
그들이 원했던 지텍에서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충격적인 일이 벌어지고
프라임의 존재가 드러납니다.
그로부터 30년 후,
살아남은 소녀가 다시 엑스포로 향해요.
커졌다 작아졌다
밖을 돌다 다시 안으로 돌아오는 이야기.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크고도 무거운 질문을 떠안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