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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리버 - 이야기 전달자
전건우 지음 / 김영사 / 2026년 2월
평점 :
#협찬 #솔직후기

▪️익숙한 것이 낯설고 낯선 배경이 오히려 익숙한,
당연한 것들이 하나도 당연하지 않은 전건우만의 세계
▪️눈 뜨고 코 베임 주의 ㅎㅎ
딜리버는 상황 설정이 독특하고 조금이라도 한눈을 팔면 끝장이 나는, 한 마디로 멈추지 않는 이야기였어요. 무엇이든 배달하는 소년, 윤찬은 열심히 금을 모아 상층부로 이동하고자 합니다. 맞아요. 우리가 사는 세상과 비슷한 듯 다른 미래의 어느 시점입니다. 대재앙급 자연재해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공중에 새로운 도시를 짓고 상층부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윤찬은 탑티어 딜리버로 일하지만 하층부의 절망적인 삶에 묶여 있었어요.
어느 날 위험한 물건을 배달하게 되면서 윤찬에게 위기와 기회의 순간이 함께 찾아옵니다. 미래를 예언하는 빨간 머리 소녀 자주와 지구의 마지막 강아지??, 그리고 낡은 로봇이 한 팀이 되었어요. 이상하면서도 연민이 느껴지는 이 조합이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킬지 무척이나 궁금했답니다.
텍스트로 가득한 이 책은 머릿속에 상상 그 이상의 그림들을 펼쳐 놓게 만들었어요. 상층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독서와 기록, 그리고 생각이란 것이었는데요. 윤찬은 이 세상에 남은 단 한 권의 책을 폐허로 변한 서울로 배달하게 되었습니다. 좀비와 괴물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상한 존재들에게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거친 여행을 하게 되지요. 등골이 오싹~ 속도감 있게 페이지를 넘기게 되더라고요.
억압과 감시, 통제로 가득한 미래는 매운맛이었어요.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며 이들이 언제 빠져나갈 수 있을지 걱정마저 되었답니다. 그때마다 윤찬이 떠올리는 엄마에 대한 기억이 위로가 되었어요. 이야기에 대해서, 생각하는 법에 대해서, 시에 대해서... 건강한 시절의 엄마는 윤찬에게 '시대가 금지한 것들'을 잊지 않도록 노력했거든요. 이것이 윤찬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 것 같았어요.
"책이 없어졌기에 시도 없어졌고, 기록이 금지되었기에 시를 쓰는 사람 역시 사라졌다. 그래도 엄마는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감상까지 막을 수는 없다고 말해줬다. (본문 86쪽)"
상상력마저 상층부만이 가질 수 있는 세상. 읽을수록 울렁거렸어요. 이야기가 가진 상상력과 그것이 품은 희망이라는 것을 마음껏 누릴 수 없는 세상을 작가는 어떻게 상상해 냈을지 혀를 내둘렀습니다. 금을 모아 상층부로 가면 아픈 엄마를 고쳐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냉혹했어요. 이어지는 대반전. 윤찬이 알게 된 비밀은 새로운 희망과 의욕이 되어 주었어요.
작가는 겹겹이 이야기를 감싸놓아서 하나씩 관통했다 안심하는 순간에 뒤통수를 세게 쳐 버리네요. ㅎㅎㅎ 심각하게 고민했던 상황은 크리에이터의 '설정'이고, 윤찬과 자주는 책 속의 캐릭터였다는 대반전! 더 큰 반전은 윤찬과 자주에게 달렸는데...
전반부 딜리버는 아이들이 접할 수 있는 디스토피아의 최상위 버전이라고 생각했어요. 암울한 미래에 하층부의 삶을 들여다보는 일이 생각보다 힘에 부쳤는데요. 상층부와 하층부의 경계를 허물 수 있는 책 한 권의 위력이란! 독서와 기록이 금지되어 있고, 생각이란 것을 모조리 앗아간 세상을 마주하고 나니 지금의 세상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답니다.
후반부 딜리버는 소설의 가치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었어요. 작가와 독자의 관계, 살아 숨 쉬는 캐릭터 등 문학의 본질에 대해 떠올리게 만드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반전이 계속되는 것마저 이야기꾼 전건우 작가의 '설정'이겠지요? 하, 이야기 세계는 끝이 없군요! 상상력의 끝을 마주한 기분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