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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만날까 ㅣ 이야기친구
최영희 지음, 곽수진 그림 / 창비교육 / 2026년 1월
평점 :
#협찬 #솔직후기

"머리가 멍, 가슴이 시큰.
우리 정말 만나요 롸잇 나우!"
이 동화집을 받아들고는 한참 들여다보았어요. 앞뒤 표지에서 꿈틀거리는 '이야기'들이 느껴졌거든요. 저마다의 이야기들이 '나 어때?'라고 하는 것 같아서 짧게 코웃음을 쳤어요. 과학소설 꽤나 읽은 우리 초등 고학년 친구에게 선물하며, 이번 책은 대박이라고 속으로 외쳤답니다.
최영희 작가님의 동화는 처음 읽어 보았는데요. 뭐랄까, '인물과 배경 설정을 이 정도는 해 줘야 진정한 SF라고 할 수 있지.'라는 작가의 자부심이 느껴졌어요. 우리가 아는 공간과 인물 사이를 비집고 저 너머의 세상과 인간 이외의 존재에 대해 다루었더라고요. 단순히 소재 차원이 아니에요. 신비한 현상을 진지하고 현실감 넘치게 표현하는 문장력에 매료되고 말았어요. 그래서 줄거리 요약은 큰 의미가 없고, 직접 읽어 봐야 제맛을 알게 될 수작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만날까]에서는 여섯 점의 SF 단편동화를 한 데 모아 엮어 놓았는데요. 각각의 작품이 전하는 무게감이 있어서 웬만한 책은 하루에 3~4권도 읽는 제가 일주일에 걸쳐 읽었답니다. 이럴 수가!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여러 가지 가능성과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깊은 여운이 아주 일품인 책이었어요.
▪️걷는 나무 목격자 진술 녹취록
어느 날 걷는 나무를 목격했다면? 우리가 아무렇게나 소비한 자연이 의지를 가지고 세상을 변화시키려고 한다면? 중학교 1학년 남학생이 누군가의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으로 전개되는 방식입니다. 읽는 속도를 재촉하는 효과가 있었어요.
▪️비가 그치면 고백할게
초능력이 있어야 학교에 다닐 수 있다면? 땅의 소리를 냄새로 알아챌 수 있다면? 비가 그치면 다정한 진실이 드러나는 이야기입니다. 초능력이 있어야 평범한 인생을 살 수 있다는 설정이 신선했어요.
▪️휘어지는 직진
감정 로봇과 교감한 기억을 사람이 아닌 로봇이 더 오래 기억한다면? 그래서 돌고 돌아 사람의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난다면? 어른이 된다면 엄마와 오빠의 간섭 대신에 쓰디쓴 에스프레소를 원샷하고 어디든 떠나고야 말겠다는 꼬마 해니의 말에 웃음이 났어요. 꼭 어린 시절의 나와 같아서.
▪️온다, 온다, 온다
지구를 떠나 다른 행성에서 살게 된다면? 그 행성의 지성체들이 지구인을 해치울 생각을 하고 있다면? 그러나 오해가 풀리고 지구인들이 '온다, 온다, 온다'라며 두려워하던 그들이 지구를 향해 '간다, 간다, 간다'로 끝나는 열린 결말이 반가웠어요. 이제 지구인 입장에서 그들이 '온다, 온다, 온다'라고 외칠 차례인 건가요? ㅎㅎㅎ
▪️문어 도시 여행기
인간들이 모여 있지만 그곳이 지구가 아닌 다른 차원의 세상이라면? 우리가 어항 속 물고기를 관찰하듯 우리를 관찰하는 다른 존재들이 있다면? 선생님의 모험담인 줄 알았는데 현실을 말할 수 없었던 어른의 돌려차기가 어쩐지 소름 끼쳤던 이야기였습니다. 문어가 지켜보고 있다!
▪️메리플라워호 탑승객을 위한 안내문
나와 똑같은 내가 생길 가능성이 있는 우주여행을 떠나야 하나 말아야 하나? 오른팔 대신에 날개가 달릴지도 모르는데? 위험과 모험이 공존하는 메리플라워호에 탑승해서 장기 우주비행을 할 자신이 없는 저는, 안내문을 읽는 내내 현재의 삶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답니다. 두려움을 많이 느끼는 편 ㅎㅎ
우리 만날까는 경계 없는 세상과 시간 개념이 매력적인 작품 모음집이었습니다. '이게 말이 된다고?' 의심으로 시작된 읽기 과정이 '그럴 수도 있겠네.'로 귀결되고야 만다고요. 에이 정말, 꼭 읽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