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신
한윤섭 지음, 이로우 그림 / 라임 / 2025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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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솔직후기



이야기가 비처럼 쏟아져내린다고?
한윤섭 작가님이 이야기의 신이셨네!

이야기의 능선이 다채롭고 술술 읽히는 책은 따로 있지요. 한윤섭 작가님의 신작을 받아들고 이야기의 신이란 제목에서 좀 놀랐답니다. 작가님 본인을 일컫는 느낌 ㅎㅎ!! 표지 좀 보세요. 회오리치는 이야기의 소재들이 궁금증을 유발하고, 책을 읽기 전인데도 푹 빠져들게 만들었어요. 한윤섭 작가님이 이번에는 무엇을 굽고 찌고 버무렸을지 기대 한 가득하며 페이지를 넘겨 보았습니다.

자고로 이야기란 겹겹이 쌓아 놓고 하나씩 들춰내는 재미라는 것이 있지요. [이야기의 신]은 서두부터 몇 겹으로 쌓여 있었어요. 지금의 내가 공원에서 책을 읽고 있습니다. 누군가 다가와서 내가 읽고 있는 책을 궁금해하지요. 그것은 안이 텅 비어 있는 <이야기의 신>이란 책이었는데요. 이 아이는 어린 시절의 나의 모습과 닮았어요. 그때의 일을 떠올리며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어요.

어릴 때 학교를 마치고 놀이터를 지나가면 늘 보이던 할머니. 그분은 놀이터 벤치에 앉아 책을 곁에 두고 계셨는데요. 한 달 넘게 읽지도 않는 책을 가지고 같은 곳에 앉아 계신 할머니라니! 통통 튀는 어린 호기심이 낯선 할머니에게 말을 걸게 만들었습니다. 누군가가 관심을 가지고 다가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할머니는 가지고 있던 <이야기의 신>을 내밀었어요. 안이 텅 비었지만 한편으로는 꽉 찬 그 책을요!

"세상을 보면서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여기 앉아 있으면 이야기가 쏟아져 내리거든. 비가 오는 것처럼 말이야."

세상 모든 것이 이야기가 된다는 말에 아이들은 갸우뚱할 것 같은데요. 어른들은 알고 있지요. 그 어떤 것도 사연이 없는 것이 없잖아요. 또 이야기란 만들어내는 대로 듣는 사람에게 믿음을 주기도 하니 그 영향력도 어마 무시하겠고요. 할머니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대가로 나도 이야기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할머니와 나는 화자와 청자로 주거니 받거니 역할을 달리해 나갑니다.

서로 주고받는 이야기들은 진짜로 있었던 일처럼 느껴져서 듣는 사람이 헷갈렸지만, 그마저도 듣는 사람의 몫이라는 재미가 있잖아요. 어떤 것을 보더라도 내 마음속에 일렁이는 상상과 편견과 예측 등이 어우러져 새롭게 재탄생하기도 하고요. 노인의 모습을 하고 아아- 목청을 가다듬는 사람을 보고, 지독한 음치가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어 악마와 거래 후에 한순간 늙어버렸다고 상상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한윤석 작가님이 들려주는 이야기의 쉼 없는 흐름 속에 우리는 자꾸 빨려 들게 되는데요. 뭔가 의심스럽다고 생각이 들려는 찰나에 파고드는 다음 이야기가 독서 호흡을 가쁘게 만들었어요. 더운 날 쭉쭉 들이키는 시원한 물 한 컵처럼 갈증도 해소되고 말이죠. 신기한 이야기 행진 속에서 읽는 재미, 만들어 내는 재미, 쓰는 재미 등 삶의 의욕까지 불러일으키는 신박한 책이었답니다.

마지막 책장을 넘기고 나면, 세상의 모든 것이 예전과는 다르게도 보일 거예요. 머릿속에 새로운 이야기들이 일렁거릴 테지요. 아이들이 이 책을 만난다면 생각이 깊어지고 단단히 여물어 갈 것 같아요. '생각의 고리를 이어 이야기로 가닿는다'는 멋진 광고 문구에 상응하는 책이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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