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옷장 루베르 의상실 1 - 악마의 바지
꽃마리 지음, 모차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25년 10월
평점 :
예약주문


#협찬 #솔직후기



새로운 시리즈물을 만났어요. 기기묘묘한데 자꾸 시선이 가는 표지! 인형놀이를 하듯 어린이를 지배하는 뱀파이어의 어두운 분위가 몹시도 매혹적이었는데요. '재미있어 죽겠는 책'을 원하던 우리 초2 어린이에게 '이거다!' 싶었답니다.

밤의 옷장 루베르 의상실은 제목에 힌트가 다 들어 있어요. 칠흑 같은 어두운 밤에 만날 수 있는 의상실이니 순수하지만은 않을 겁니다. 사악한 눈빛과 두려움에 빠진 눈빛이 서로 부딪히는 느낌이라 더욱 싸늘한 기분이 들었는데요. 몇 줄을 읽자마자, 묘한 판타지에 매료되었어요.

교실 안에서 존재감이 없던 아이가 친구를 사귀어 가는 과정 속에 겪게 되는 고민이 사건의 시작이었습니다. 래은이는 밝고 인기 많은 아이 이서가 이끄는 무리와 어울리고 싶어 해요. 마침내 기회가 왔습니다. 내일 슬라임 카페에 같이 가기로 했거든요. 그런데 고민은 엄마께 허락 없이 친구들과 약속했다는 것과 슬라임 카페에 가기에는 돈이 없다는 점이었어요.

밤늦게까지 잠 못 이루고 뒤척이던 래은이는 옷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신비한 빛에 이끌려 그 안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곳에서는 천장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괴상한 나무와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스타일리시한 옷들이 즐비한 곳이었어요. 이곳은 나이는 어리지만 카리스마 넘치는 뱀파이어 루베르의 의상실이었습니다.

신비한 마법이 깃든 옷으로 손님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루베르의 의상실! 본격적인 판타지의 세계로 미끄러져 들어갔어요. 래은이는 마음에 쏙 드는 멜빵바지를 손에 넣는 대신에 피 한 방울을 옷값으로 치러야 했어요. 루베르의 조수인 귀여운 래서 판다가 사납기는 얼마나 사나운지 래은이의 손등을 순간적으로 할퀴는데 오싹해지더라고요.

"핏방울 한 개, 결제 완료. 부디 재미있게 입으세요, 손님. 그러면 바지는 손님을 더더욱 재미있게 해 줄 거랍니다." 루베르가 내뱉은 알쏭달쏭한 말을 뒤로 하고, 래은이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습니다. 래은이가 원했던 돈을 주는 멜빵바지라니! 무엇인가 간절히 바라던 것을 얻었을 때 사람은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 그 과정을 살펴볼 수 있었답니다.



래은이는 멜빵바지를 하루에 4시간만 입으면 바지 주머니에서 1만 원씩 나왔어요. 친구들과 어울려 슬라임 카페도 갈 수 있었지요. 매일 주머니에서 돈이 나오다 보니 래은이는 돈을 생각 없이 쓰게 되었지요. 주변 친구들에게 돈을 많이 쓰면서 환심을 얻었고 또 그에 만족감을 느꼈어요.

그런데 이상하지요. 친구들에게 돈을 많이 쓰면 쓸수록 친구들은 더 큰 것을 원했어요. 래은이가 아프다고 조퇴를 했어도 걱정하는 표정이 아니어서 참 서운할 정도로 말이지요. 인간관계를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지 모르겠는 래은이는 돈이 없으면 불안한 지경에 이릅니다. 그러다가 엄마 지갑에 손을 대면서 사건은 스케일이 점점 커지게 되지요.

루베르는 마법의 꽃잎을 날려 래은이의 바지에 붙였어요. 그 이후로 래은이는 더욱더 과감해졌어요. 돈으로 우정을 샀던 래은이의 선택은 자꾸만 비뚤어져 갔습니다. 남의 것을 훔치고도 당당해지기까지 해요. 남의 것을 훔치면 멜빵바지 주머니에서 돈이 배로 나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인데요.

래은이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보랏빛 말에 현혹되었습니다. 돈이 생기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했어요. 친구들에게 우정 팔찌를 사주고, 아이돌의 앨범도 모두 모아서 자랑하고, 남의 카드도 주운 후 돌려 주지 않았어요. 새로운 친구들과 어울리며 그 무리의 우두머리가 되고 싶었던 주인공! 일말의 죄책감이 고개를 들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됩니다.

자신에게 비밀스럽게 말을 걸던 목소리는 자신의 마음속 어두운 부분에서 나는 것이었음을 깨닫게 되는데... 자신보다 존재감이 없던 소정이가 위로의 편지를 건넸어요. 주인공은 눈물을 흘리며 자신이 쌓아두었던 검은 성벽을 와르르 무너뜨립니다. 래은, 고래은! 한 마리의 거대한 고래처럼 흔들림 없는 선택을 하라고 응원해 주고 싶었어요.

가위로 멜빵바지를 자르다가, 강물에 흘려버리기로 했는데 글쎄 누군가가 그 바지를 탐하고 있었습니다. 멜빵바지의 비밀로 인해 갈등은 해결되었지만, 루베르 의상실에 입장한 새로운 손님은 막을 수 없었어요. 아이들의 욕망을 마주할 수 있었던 섬뜩한 판타지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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