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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 노래하는 곳 - 제3회 이지북 초록별 샤미 환경 동화 대상 수상작 ㅣ 초록별 샤미 SFF환경동화 11
이현지 지음, CEE 그림 / 이지북 / 2025년 11월
평점 :
#협찬 #솔직후기

이현지 작가의 [고래가 노래하는 곳]은 이지북의 SF 환경동화상 대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이 책의 반전은 표지에 크게 자리 잡은 향유고래가 주인공이 아니었다는 점인데요. 누구랄 것도 없이 모두가 중요한 역할을 해 주었던 SF 환경 동화였습니다.
이름도 없이 뱀머리로 불리던 뱀머리돌고래는 무리를 떠나온 엄마와 단둘이 지냈어요. 엄마는 늘 인간들에게 잘 보여서 아쿠아리움에 들어가라고 말하곤 했지요. 그곳은 안전하고 사냥하지 않고도 먹이를 먹는다고 하면서요. 뱀머리는 말랑한 오징어만 먹으며 온몸을 부드럽게 가꾸고 인간의 글자까지 열심히 익히고 있었어요.
바닷속에 이렇게나 많은 고래들이 있었는가 싶게, 뱀머리 주변에는 수많은 고래들이 등장해요. 저마다의 사정이 있고 이들이 서로 얽혀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들어냈어요. 서로 툴툴거리고 각자가 잘났다고 갈등을 일으키는 장면조차 신비로웠지요.
못생기고 사냥 능력도 없다며 뱀머리돌고래를 놀리던 낫돌고래 형제며, 그에 대응하며 뱀머리를 감싸는 향유고래 리틀조 등 어린 고래들의 천진난만함이 이야기의 초반부를 책임집니다. 넓디넓고 푸르디푸른 바다가 붉어지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이야기는 급물살을 타게 되는데요. 바로 인간들의 고래 사냥!
머리를 쪼갤 듯한 날카로운 쇳소리와 옴짝달싹도 못하게 만드는 그물들이 쫙 깔리면서 고래들이 갇혔습니다. 그러면서 작살이 비처럼 쏟아내려 오며 순식간에 바닷물이 붉게 물들어 버렸어요. 그 과정에서 뱀머리는 엄마를 잃었어요. 돌고래들의 비명이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느낌이라 공포스러웠답니다.
새끼 돌고래들이 살기 위해 힘껏 점프를 하며 죽음을 면했어요. 하지만 곧 가두리에 갇히게 되었는데요. 인간이 주는 먹이를 먹으며 좁고 불편한 상황에도 적응해 나가는 씁쓸한 모습을 보입니다. 파도가 거세진 어느 날 기회가 왔어요. 뱀머리, 빅터, 빅터의 동생, 미아는 서로 다른 길을 선택하게 되는데...
꿀렁거리는 파도가 마음을 휩쓸어내리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이야기 속에 빨려 들어갔어요. 뱀머리는 엄마의 유언에 따라 호주로 향합니다. 엄마 품에서 곱게 자랐던 뱀머리가 넓은 바다로 나아가며 여러 가지 고난이 이어집니다.
인간들이 쓰고 버린 폐그물에 걸려 죽어가는 바다생물들과 고래들의 예쁜 모습에 사진만 찍어대는 인간들의 모습이 답답하기도 했는데요. 이때 놀라운 일이 일어나요. 뱀머리가 배에 쓰여있는 글자를 찍어가며 'HELP' 단어를 만들어냅니다. 이것은 고래들의 사정이 세상 밖으로 전해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고래들이 부르는 노래는 즐거울 때나 슬플 때나 무리를 하나로 만들어주는 매개체였어요. 뱀머리는 향유고래들이 자신을 지켜주었으나 밤이 되면 엄마가 너무 그리웠어요. 엄마가 불러 주던 자장가를 작은 소리로 울며 부른 밤이 흘렀어요. 이 소리를 듣고 범고래 대장 글라디스가 찾아왔습니다. 가슴이 쿵! 무리마다 다른 고래 노래들이 하나가 되어 울려 퍼지던 마지막 순간에도 가슴이 쿵쾅!
여러 차례의 고난이 이어졌지만 포기하지 않는 고래들의 모습에 박수를 쳐주고 싶더라고요. 인간이 버린 쓰레기로 인간에게 복수를 다짐하는 늙은 고래들의 모습에 울컥했습니다. 무리를 넘나드는 뜨거운 우정의 노래가 아직도 들리는 것 같네요.
이지북의 SF 환경동화상 대상 [고래가 노래하는 곳]은 등장인물들의 용기 있는 선택과 뜨거운 연대가 끊임없이 드나드는 파도처럼 느껴졌는데요. 슬픔과 희망을 제대로 버무린 환경 동화라서 더욱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HELP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뱀머리가 고래들의 HOPE가 된 이야기는 가슴에 큰 울림을 남겼어요. 엄마를 잃었던 붉은 바다에서 힘껏 뛰어올라 모두와 함께 새로운 희망을 노래하며 맑고 깨끗하게 이야기가 끝났어요. 초등중학년부터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