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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 들고 레벨 업 - 제7회 미래엔 어린이책 공모전 대상, 레벨 3 ㅣ 익사이팅북스 (Exciting Books)
이현지 지음, 김규택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25년 7월
평점 :
#협찬 #솔직후기 #성장소설

[펜 들고 레벨 업]은 우리 초5 어린이와 함께 읽고 싶어서 선택한 미래엔 아이세움의 익사이팅북스 3단계인데요. 가족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 내려 준 따뜻한 책이었습니다.어떤 때는 나를 잘 모르는 사람 앞에서 나의 진짜 모습을 보이거나 스스로 확인할 때가 있어요. 가족이나 친한 친구들 앞에서는 차마 꺼내지 못한 본모습이 있지요. 알고 지낸 지 얼마 안 되었지만 같은 생각을 품은 사람에게는 가식 없이 대하기 더 쉬울 수 있잖아요. [펜 들고 레벨 업]은 생각했던 조합이 전혀 아니었던 두 사람이 가족이 되어가는 시간을 보여 줍니다.
웹 소설 작가가 되어 큰 돈을 벌고 싶은 초등 6학년 남자아이가 있습니다. 도영이는 180cm가 넘는 큰 덩치 때문에 따로 설명을 하지 않으면 어른으로 보이기도 하는데요. 껍데기는 다 컸지만 속 안에는 생채기가 가득 난 어린아이가 들어앉아 있어요. 부모님은 이혼하시고 할머니와 단둘이 반지하 방에서 월세로 지내고 있거든요. 할머니가 일자리를 잃으셨기에 도영이는 꼭 웹 소설 작가로 성공해야만 해요. 한편, 온 세상이 떠받드는 유명한 동화 작가, 권산 선생님은 껍데기가 유독 두꺼운 사람이었어요. 그는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며 한자리 추천받길 바라는 제자들에게 염증을 느끼고 있었고요. 속내를 전혀 내보이지 않고 선을 지키며 어른답게 지내는 중이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김도영이 권산 선생님 인생에 저돌적으로 파고들면서 이야기가 깊어집니다.
도영이는 존경하는 권산 선생님의 글쓰기 프로젝트에 소설을 써냈다가 보기 좋게 낙방하고 마는데요. '내 이야기를 쉽게 판단하다니!' 도영이는 권산 선생님의 평가에 반감을 품어요. 권산 선생님의 제자들이 잔뜩 모인 스승의 날. 모두의 앞에서 권산의 작품은 구리다며 그 이유를 조목조목 열거하는 초등 6학년 아이라면? 뭘 해도 해내는 사람이 되지 않겠는가! 저는 혼자 감탄했는데요. 권산 선생님은 늙은 제자들의 불만을 뒤로하고 도영이 보고 자기 밑에서 글쓰기를 배우라고 합니다. 김도영은 #네니요 감정이었어요. 유명한 분이니 좋지만, 자신을 평가절하했으니 싫었거든요. 그러나 선택에 여유를 부리는 것은 도영이에게 큰 사치였어요.
도영이는 할머니와 단둘이 살지만, 할머니의 핏줄이 아닙니다. 할머니께서 아빠를 입양하셨기에 엄연히 말하면 남인데요. 두 사람은 어느 누구보다 단단한 관계였어요. 도영이의 아빠는 무명의 영화감독이라서 실패의 맛에 절여 있었고 급기야 길거리에서 노숙까지 하게 됩니다. 아빠는 아무도 없는 길에서 죽음을 맞이해요. 엄마는 재혼을 했고요.엄마가 계획한 완벽한 삶에 도영이의 자리는 없었어요. 이런 상황에서 핏줄이지만 따로 사는 엄마가 가족일까, 핏줄은 아니지만 서로가 너무 소중한 할머니가 가족일까... 덩치만 큰 김도영의 마음은 갈대처럼 흔들렸지요. 도영이의 사연을 읽으며 괜히 눈물이 주르륵 흐르더라고요.

초등 6학년 도영이는 권산 선생님께 글쓰기만 배우는 게 아니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눈을 배웠어요. 반지하 월세방에 빗물이 들어차면서 큰 고난을 겪은 도영이. 핏줄인 엄마는 도움을 주지 않는데 근방에 알게 된 권산 선생님은 자신의 집을 내어 주고 치료비도 내어주며 뜨겁게 환영해 줍니다. 도영이는 진짜 가족과 가짜 가족의 차이를 몸소 체험하게 되는데요. '게'가 엄청난 아픔을 견디며 탈피의 단계를 거치듯, 도영이도 글쓰기의 과정을 통해 한층 성장해 나가요.
도영이는 자신을 버렸던 엄마에게 차가운 선언을 하게 됩니다. 늘 자신에게서 잘못을 찾던 아이인데요. 도영이가 드디어 엄마를 벗어나요. 홀로 지내며 글쓰기에 남은 인생을 받치고 싶었던 권산 선생님. 선생의 은퇴만을 기다리며 자신의 자리를 찾아 희번덕거리는 꼴 보기 싫은 제자들과 절연을 선언해요. 미국에 있는 딸이 미국에서 같이 살자고 하지만, 각자의 인생을 걷자고 말합니다. 서로가 두꺼운 껍데기를 벗고 진짜 자신의 모습으로 만난 도영과 권산 선생님. 우연한 계기로 모였지만, 누구보다 두터운 관계가 되어 또 다른 모습의 가족으로 자리 잡아가겠지요? 은퇴한 스타 작가의 애정 섞인 충고와 따뜻한 동행이 있어서 도영이는 외롭지 않을 것 같네요.
내 인생 레벨 업, 찬란한 그 순간을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