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어뉴 클래식 1
헤르만 헤세 원작, 조경희 엮음, 제딧 그림, 김종욱 감수 / 미래엔아이세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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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솔직후기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은 전 세계에서 사랑받아온 성장 소설의 정수입니다. [데미안]은 혼돈과 광기의 시기를 겪는 개인 혹은 사회의 부름에 따라 시시때때로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 주기도 하는데요. 미래엔아이세움에서는 '다시 만나는 새로운 세계 고전 문학' <어뉴 클래식>의 옷을 입혀 선보였습니다. 오늘날의 시선으로 고전을 새롭게 선보이는 어뉴 클래식의 첫 번째 작품인데요. 새로운 세대에 환영받을 감각적인 일러스트와 깔끔한 문장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데미안 원작의 맛을 잃지 않고 주어진 메시지에 충실해서 우리 아이들에게 마음 편히 권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김종욱 교수님의 진한 해설까지 만날 수 있어서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답니다.

세상에서 '그나마'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나 자신이겠지요. 이때 '그나마'라는 표현에 방점을 찍어 봅니다. 꾸미지 않은 민낯의 나를 알아가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인데요. 여기, 부족할 것 없는 10살 에밀 싱클레어도 뿌연 안갯속에 멍하니 서 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일까, 나를 둘러싼 세상은 진짜일까...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 사이에서 싱클레어가 겪는 일련의 과정들은 혼돈과 구원 사이에서 줄다리기하며 새로운 경지로 뻗어나가게 됩니다.

싱클레어는 따뜻하고 완벽한 집에서 귀공자처럼 자랐지만 금지된 어두운 세계에 호기심이 많았어요. 도둑질과 거짓말을 쉽게 여기는 아이들과 어울리게 되면서 은근히 재미있었답니다. 죄책감이 밀려와서 속으로 갈등하고 길을 잃기도 했지만요. 그러다가 자체발광 데미안의 등장과 함께 일종의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성숙하고 지혜로운 또래의 모습에서 충격을 받은 싱클레어. 데미안과 대화를 나눌수록 '그가 나보다 더 나를 잘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라고 생각하게 되는데요. 아직은 마음의 심지가 서질 않았어요. 자기 자신에게 이르기 위해서는 민낯을 마주할 용기와 솔직함이 필요했지만 싱클레어는 안전한 밝음의 세계에 숨어들 뿐이었습니다.

신체적 성장과 함께 원초적 충동이 고개를 들고 꿈틀거리기 시작하자 싱클레어는 자기가 속한 세상에서 혼란스러워하지요. 그럴 때마다 신기하게도 데미안과 연결됩니다. 상급 학교에 진학해 조금은 나아질까 싶었던 흔들림은 더욱 거세졌습니다. 술, 담배 등에 함락되어 버려요. 달콤한 타락과 지루한 삶이 자꾸 뒤엉킬수록 괴로워졌지요. 겉모습은 어른과 흡사했지만 끊임없이 어린 마음이 칭얼거렸어요. 어쩌다 마주친 베아트리체에게 잘 보이기 위해 품위 있는 척, 고상한 척했지만 자꾸 거짓되게 느껴졌습니다. 데미안을 그리워하며 또 한 번 각성에 이르게 되고, 변화의 한복판에 서게 됩니다. 갈증이 날 때마다 신기루처럼 나타나는 데미안. 그의 곁에서 한층 성장해 가는 싱클레어. 싱클레어가 커다란 알을 깨고 나올 수 있을지 집중하다 보니 감정이 많이 소모되더라고요.




데미안은 문제에 다가가는 방법을 보여줄 뿐 가르쳐 주지 않아요. 싱클레어가 스스로 자신만의 길을 갈 수 있도록 기준이 되어주는 느낌이었어요. 데미안의 어머니까지 마음에 품게 된 싱클레어의 감정 변화도 눈여겨볼 만했어요. 성인이 되니 금지된 것에 대한 욕구는 더 다양하게 커져갔지만, 그럼에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지요. 깊은 대화와 교감으로 마음이 정리가 되는 과정에서 설득력이 있었어요. 아슬아슬한 내면의 갈등이 절정을 내달을 때 데미안과 싱클레어는 전쟁에 참여하게 됩니다. 죽다 살아났으니 이제 정말 새로운 세상이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상처와 아픔 그리고 끊임없는 갈등은 누구나 겪는 당연한 일들이지요. 아이들은 작은 일에도 하늘이 무너질 듯 괴로울 수 있습니다. 괜찮다고, 다시 길을 찾으면 된다며 싱클레어가 직접 보여주네요. 방황은 성장의 다른 이름입니다. 넘어지면 얼마든지 다시 일어나도 되지요. 실수도 지금 아니면 언제 또 할까요? 성장기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위로해 주고, 깊이 있는 생각으로 이끌어줄 [데미안]이었습니다. 부모는 옆에서 재촉하지 않고 기다려주며 생각의 소스를 주는 역할에 충실해야겠습니다. (다짐하는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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