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랑찰랑 슬픔 하나 파란 이야기 22
황선미 지음, 김정은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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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솔직후기



아이들의 감정선에 바짝 다가선 황선미 작가의 최신작을 만나 보았습니다. 초등 아이들은 여러 감정과 함께 자라는 중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닌데요. 찰랑찰랑 시리즈는 찰랑이 윤봄인 어린이가 다양한 감정과 마주하며 한층 성장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동안에 비밀과 사랑의 능선을 잘 넘어왔으니 슬픔이라는 커다란 산도 무리 없이 넘어서리라 응원해 보았네요.

하루에도 수십 번도 더 변하는 우리 초5 어린이의 복잡다단한 감정 변화를 바라보며, 한 번 읽어 봤으면 해서 골라 본 [찰랑찰랑 슬픔 하나]였는데요. 역시나 책을 발견하자마자 흠뻑 빠져서 읽어내더라고요. 읽고 나서 복잡한 표정으로 말수가 부쩍 줄어든 우리 아이. 키워 준 부모와 낳아준 부모가 따로 있었던 봄인이의 사정에 할 말이 없었다고 해요. 봄인이는 오죽했을까요?

봄인이에게 들이닥친 슬픔의 무게가 어마어마합니다. 키워준 엄마 아빠는 아프리카로 의료 봉사활동을 가시고, 사랑하는 할머니는 치매에 걸리셨습니다. 삼촌이 나의 아빠라는데 요즘 어째 예전 같지 않은 거예요. 어떤 여자와 자주 만나는 모습도 목격되고, 할머니와 나를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은 서운함도 느껴졌지요. 이 인간이 진짜...

게다가 가장 친하다고 생각했던 영모마저 전학을 간다는 소문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졌어요. 친한 친구들도 연락이 잘되지 않았어요. 어른들은 제멋대로 나의 삶을 침해하고 조정하는 느낌이었고요. 봄인이는 답답함과 외로움에 몸부림을 치며 혼잣말로 우리에게 말을 걸어옵니다. 주절주절 이랬다가 저랬다가 자기 자신도 잘 모르고 내뱉는 윤봄인의 화법이 엄청나게 현실적이어서 깜짝 놀랐어요.



찰랑찰랑 넘칠 듯 가득 차오른 슬픔 속에 허우적거리는 우리의 주인공 찰랑이 윤봄인. 낯선 여자와 몇 번 스쳐 지나가며 우연이 아님을 깨닫게 되는데... 설마 나를 낳아준 엄마는 아닐까 의문을 품는 순간 봄인이의 슬픔은 더욱더 깊어만 갑니다. 터질 것 같은 이 마음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영모를 찾아서 무작정 떠나는 모험.

낳아준 엄마를 받아들여야 하는 혼자만의 싸움에 놓인 봄인이의 겨울은 혹독하기만 했어요. 봄인이는 가장 춥지만 가장 아늑한 자신의 아지트로 모두와 함께하게 됩니다. 마침내 친구들과 모두 모여 따뜻한 핫초코를 나누며 마음의 위로를 얻게 되는데요. 봄인이에게도 봄이 찾아온 걸까요?

"울음이 터질 것 같았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나를 떠나는 게 싫어. 심장이 조각나고 가슴이 꽉 막히는 것 같아." 슬픔을 눌러가며 자신의 마음 상태를 자세하게 이야기해 주는 봄인이가 참 고마웠습니다. 원한 적 없던 이별과 만남 속에서 찰랑이는 어떻게 버텨낸 건지 정말 기특하더라고요. 봄인이의 마음과 동행하며 아슬아슬하게 지켜보다가 한숨을 깊게 내뱉게 되었는데요. 봄인이가 직접 쓴 듯한 [찰랑찰랑 슬픔 하나]의 문체에 혀를 내둘렀답니다. 작가님이 어린아이의 마음속에 스며들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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