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도감 - 제25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96
최현진 지음, 모루토리 그림 / 문학동네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협찬 #솔직후기





갑작스러운 이별,
믿기 힘든 진실,
죽음은 인연의 끝일까?

항상
내 왼쪽 곁을 지키던 누나가
사고로 죽었다.

믿기 힘든 진실 앞에
하루를 살아내야 하는 고통

번데기가 죽음의 상태가 아니듯
누나의 삶도 잊혀지는 건 아니야.
나비처럼 훨훨
누나도 나도 그렇게...!

누나를 잃은 동생이
누나의 발자취를 더듬으며
추억하고, 살아내며, 회복에 이르는
아름다운 동화

ㅡㅡㅡ

제25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나비도감]을 받아들고는 환상적인 표지 디자인에 한동안 넋을 잃었었는데요. 천천히 읽어 내려가다 보니, 예상과는 다르게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여서 많이 놀랐고 아팠습니다.

"여름방학을 맞아 친구와 워터파크에 갔던 초등학교 6학년 A 양이 26미터 높이의 워터슬라이드가 붕괴되면서 추락해 숨졌습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누나를 잃은 초등학교 4학년 남자아이 강산.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 밖으로 나오는 것부터 시작해서 학교에 가는 길조차 혼자 하기 버거웠는데요. 누나의 빈자리를 느낄수록 그리움과 서러움은 더욱 커지고, 자신이 느끼고 있는 슬픔을 마주할 용기가 없었어요. 나비도감에 쓰여있는 진실만을 받아들이던 산이에게는 믿고 싶지 않은 진실은 거짓처럼 느껴졌거든요.

산이의 왼쪽 귀는 잘 들리지 않아요. 누나가 죽고 난 뒤에는 일상생활도 버거웠지요. 그런 왼쪽 귀에서 버스럭거리며 나비의 날갯소리도 들리다가 누나의 목소리도 들리다가 찌릿찌릿 아프기도 합니다. 깊은 슬픔과 마주할 용기가 없었던 산이의 아픔을 여러 가지 상황으로 담담하게 표현해 낸 작가가 대단했어요.

산이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누나의 방에서 누나가 남기고 간 흔적들을 천천히 둘러보게 됩니다. 누나 메아리가 적어 놓은 투 두 리스트도, 학교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도, 누나가 마니또를 위해 준비한 선물도 다 멈춤 상태였지요. 산이는 누나가 하지 못하고 떠난 일들을 자신이 해 보기로 결심합니다. 그때부터 조금 더 바빠지고 조금 더 의욕적인 산이의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워터파크를 상대로 1인 시위를 하며 딸을 그리워하는 엄마, 그런 모습을 숨죽여 쳐다보는 산이. 같이 놀러 가서 혼자 살아왔다는 죄책감에 눈물만 흘리던 두나 누나. 각자가 이겨내지 못한 슬픔은 서로가 마음을 여는 순간 회복의 길로 나아가게 됩니다. 자신의 슬픔을 인정하고, 떠난 이의 마지막을 가치 있게 마무리해 주기로 마음을 모으게 되지요.

죽은 메아리의 생일 파티를 열었습니다. 메아리를 위한 성장 동영상을 준비하고, 신발을 사고, 꽃을 준비하고... 죽음이 마냥 슬프지 않게, 또한 혼자 버겁지 않게 메아리를 아는 사람이 모여 메아리를 사랑했던 마음을 표현했어요. 죽음은 끝이 아닌 걸까요? 생명의 탄생을 축하하는 생일과 연결되어 있어요.

누나와의 추억이 가득한 연 놀이도 하고 축제처럼 누나를 보내 주었습니다. 다음 날이 되자 다시 누나가 없는 하루가 시작되었어요. 슬픔은 어느 순간 하루아침에 없어지지 않지요. 덤덤하게 하루를 시작한 산이. 누나가 좋아했던 주황색 꽃 앞에 누나의 걸음으로 운동화를 꾹꾹 눌러주는데요. 산이는 기특하게도 누나와의 새로운 추억을 쌓아가는 중이랍니다.

천천히 보내도 좋아.
오래도록 슬퍼해도 괜찮아.
잊는 것이 아니라 추억하면 되니까.

어린 산이의 슬픔에 같이 울었습니다. 어린이 문학에 온 신경이 마비되었던 어제와 오늘. 담담하고 섬세한 문장에 감탄하고, 잔잔하게 글을 뒷받침해 주는 서정적인 그림에 매료되었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