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즈코 상 : 그럼에도 엄마를 사랑했다
사노 요코 지음, 황진희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24년 11월
평점 :
#도서제공 #길벗어린이 #아름드리미디어 #시즈코상 #사노요코

[시즈코상: 그럼에도 엄마를 사랑했다]는 사노 요코가 죽기 전에 일본 잡지에 연재했던 에세이들을 모아 놓은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도 몇 번 소개되었었는데 때마다 절판되는 기구한 책이었어요. 이번에 아름드리미디어에서 새롭게 번역되어 나왔습니다. 신간 아닌 신간이네요.
사노 요코 에세이를 받자마자 페이지를 열 수 없는 거예요. 무슨 이야기일까?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겠는 그 엄청난 무게감...사노 요코가 고백하는 엄마에 대한 오래된 감정들이 그다지 낯설지 않았습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어느 시대, 어떤 상황이든지 엄마와 딸의 애증과 죄책감 등 감정의 계곡은 존재하죠. 겉으로 드러내지 않거나 인정하지 않았던 우리들보다 사노 요코는 어쩌면 더 용감했는지 모릅니다.일본 잡지에 오랜 기간 연재되었던 에세이를 모은 것이라 짧은 글이 모여 있는 구성입니다. 글마다 독특한 특징을 보여요. 사노 요코의 엄마인 시즈코 상의 젊은 날의 사연이 나오고 요즘 시즈코 상의 치매 증상으로 끝을 맺습니다. 엄마에 대한 욕구 불만, 미움, 원망, 후회 등 복잡 미묘했던 과거의 감정과 그저 사랑만 남은 현재의 감정이 담담하게 비교되는 이야기였습니다.저자 사노 요코의 엄마 시즈코 상은 모던 걸이었어요. 도쿄대를 졸업한 남자와 결혼해서 일본 식민지였던 베이징으로 건너가 부유한 삶을 살며 아이들을 낳아 길렀습니다. 이 시절 엄마는 상냥하진 않았지만 사노 요코에게는 무해했던 존재였어요.아주 풍요로운 삶을 살다가 종전을 맞이하여 일본으로 돌아왔는데 그때부터 삶이 팍팍해지고 시즈코 상도 성격이 변하게 되죠. 그 변화 속에서 함께 버텨낸 큰 딸이었기에 애정보다는 비난이 앞섰는지도 모릅니다. 힘들 때 의지하면서도 투덜거리는 어린아이가 우리 마음속에도 있잖아요, 분명히.엄마가 되고 나서야 조금씩 엄마의 마음을 깨달은 사노 요코였지만 응어리가 조금씩 풀렸다가 다시 맺혔다가 무한으로 반복하며 양가감정 사이에서 몹시 힘들어하더라고요. 엄마가 너무나도 미워서 엄마를 이해하고 싶지 않은데 이해하게 되어 괴로워 보였습니다.사노 요코는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엄마를 고발하듯 낱낱이 적어 내려갔지만 독자가 대신 말해 주길 기다리며 에세이를 연재했는지도 모릅니다. "그게 다 사랑이고 믿음이었고...엄마가 당신에게 많이 의지하며 지내셨네요. 사랑한다, 고맙다 좋은 말을 건네기조차 미안해진 큰 딸이라 어색하셨을 겁니다."하고 말이죠.사노 요코가 엄마를 노인 홈에 보내 놓고 엄마를 버렸다는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자신도 늙고, 암에 걸리고, 기억이 흐려지는 등의 과정을 거치며 그 끝도 예상한 것 같아요. -고요하고, 그리워진다. 고요하고, 그리운 그곳으로, 나도 간다. 고마워요, 엄마. 곧 갈게요.-감정이 메말라버린 시즈코 상의 인생이 슬퍼서, 엄마의 마음을 알 길 없는 가녀린 소녀 사노 요코가 안쓰러워서, 이거 정말 내 마음 아닌가 싶어서...눈물을 흘렸습니다. 더 늦기 전에 부모님과 따뜻한 마음을 나누며 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