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제본서평2024년 12월 3일 화요일 오후 열시 삼십사분. 계엄.구체적 사건으로부터 시작된 불안과 분노는 쉽게 잠을 이룰 수 없는 고통으로 이어졌다. 잃어버린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까, 하고. 끝날 것 같지 않아서 막막하고 두려웠던 겨울.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졸이며 살아도 난 별일 없이 산다는 너희.”(134쪽)를 지켜보면서 우리가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지 깨닫게 될 뿐이었다. ‘2024년 12월 3일 화요일 오후 열시 삼십사분’과 같은 구체적인 사건을 목격할 때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작은 일기》는 작가로서의 책무를 보여준다. 황정은은 “삶의 목적과 의미를 ‘목격’에 두고 산 지 꽤 되었다. 태어나 보고 듣고 겪는다. 이걸 하러 나는 여기에 왔다.”고 말한다. ‘물리적 형태로 출현한 인간이라는 경험체’로서 목격한다는 문장을 ‘작가로서의 경험체로서 그리한다’고 읽는다.황정은은 《작은 일기》를 통해 구체적 사건으로부터 쉽게 절망하고 냉소하는 우리에게 ‘세상의 더러움을 품고도 우리가 아름다울 방법’을 말해준다. 그가 구체적 사건을 기록하고 “이제 붕괴할 뿐인 세상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하고 질문할 때 우리의 정체성을 확보하며 우리를 회복하는 방법을 생각한다. 그것은 인간의 품격을 지키는 것이기도 하다. 《작은 일기》는 우리에게 다정함을 요청한다. “우리가 서로를 목격하고 있으니 각자의 방식으로 다정해져야 해. 나의 목격과 나를 목격하는 다른 목격자를 위해서라도.”(132쪽) 고통에 취약한 우리는 함께해야 한다. 구체적인 사건으로부터 비롯된 고통은 역설적으로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는 의미이므로. 우리가 연결되어 있음을 인식하고 다정함을 지향하며 무기력함에서 오는 절망과 냉소를 더 나은 존재와 세계를 구성하는 힘으로 바꾸고자 한다. 개인과 공동체를 굳건하게 지키고 다정한 세계를 건설하려고 참여할 때 현실의 고통은 견딜만한 것이 될 것이다. 그리하여 “다만 이어질 뿐인,” “내가 이 세계를 깊이 사랑한다.”(167쪽)《작은 일기》는 삶에 대한 긍정의 가능성을 믿을 것을 권유한다. “가능성을 믿는 마음, 그걸 믿으려는 마음이 언제나 내게도 있다. 언제나 가능성은 있다.” (166쪽) 예민한 감각을 세우며 뉴스를 보지 않고. ‘작은 단풍잎’과 같은 것을, 다른 이에게 예쁜 것을 나도 예뻐하며 다정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우리는 미래를 영원히 모르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애쓰며 다만 다정하게, 우리 모두의 안녕을 바라가며 살아갈 것이다. 황정은의 방식대로 소망한다. “건강하시기를. 부디.”(《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