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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일록 작전
필립 로스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5년 2월
평점 :
- 비채 서포터즈 3기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소설을 읽거나 영화를 보다보면 종종 현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하곤 한다. 특히 한국사와 관련된 이야기에는 상상력이 더욱 폭발한다. 신라가 아니라 고구려가 삼국통일을 했다면, 혹은 고려가 멸망하지 않았더라면, 한국전쟁이 일어나지 않고 한반도가 하나의 나라였다면, 대한민국이 핵 보유 국가였다면. 그리고 예전에 읽었던 소설에서처럼 우리나라가 강대국에 맞서 시원하게 대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보니 이미 소설같은 일이 현재 일어나고 있기는 하지, 계엄령…….. 친위 쿠테타….. 골치야.
그런 면에서 ‘샤일록 작전’ 역시 가자지구를 둘러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관계를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게 한다. 1993년에 쓰여진 책이기에 당연히 현재 진행 중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전쟁에 대한 내용은 없다. 또한 작가가 2018년 세상을 떠났기에 현 상황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을 수 없다는 것도 매우 유감이다. 다만 이 작품을 통해 작가는 내게 유대인을 홀로코스트의 피해자가 아닌 1992년 오슬로협정을 통해 팔레스타인의 영토를 빼앗아 간 가해자로 관점을 전환시켰다.
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모호한 이야기는 책 한 권으로 끝이 났다. 어쩌면 현실이 소설보다 더 최악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어느 한 쪽의 이야기만 듣고 옳고 그름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그들이 말하는 명분은 그저 자기 이익을 위한 것일 뿐이다. 영토를 획득하기 위해서, 진영을 결집하기 위해서. 그러니 ‘우리’가 사는 이 땅, 권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더 목소리를 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