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첫 번째 태양, 스페인 - 처음 만나는 스페인의 역사와 전설
서희석.호세 안토니오 팔마 지음 / 을유문화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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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아틀란티스이다. 발음상도 그렇고 글자 생김새에서도 풍기는 약간 신비한 느낌이 있어 TV나 책에서 자주 언급되어도 일반화되지 않던 단어이다. 아틀란티스는 지브롤터 해협의 바위산인 헤라클라스의 기둥에 위치한 전설상의 섬이자 해상국가라고 한다. 그리하여 스페인의 역사도 헤라클라스와 함께 시작된다. 헤라의 질투로 인해 헤라클라스가 수행해야 할 12가지 신탁 중 열번째 신탁이 게리온의 황소 떼를 데려오기였고 그 옛날 게리온이 살던 곳이 지금의 스페인 남부의 세비야였다는 것이다. 물론 헤라클라스는 이 과업을 훌륭하게 수행하였고 큰강과 비옥한 땅 그리고 넓은 초원과 맑은 날씨의 세비야에 반한 헤라클라스는 세비아에 새 도시를 세웠다는 전설이 있다.

이렇게 신화처럼 시작된 스페인의 역사는 레바논, 시라아를 거점으로 번성했던 페니키아인들과 활발한 무역 활동을 했고 이들에게 정복당했다가 페니키아인이 멸망한 이후 그리스, 로마와 북아프리카의 카르타고에 의해 다시 정복당하는 등 지중해를 둘러싼 국가들간의 역사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책을 읽다 보면 스페인 역사 뿐만 아니라 시리아, 페르시아, 북아프리카, 그리스, 로마, 시칠리아 등 지중해의 모든 국가에 대한 역사도 덤으로 알게된다.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대항해의 시대, 넓은 식민지를 가진 스페인이 아닌 타 국가로부터 끊임없이 정복당하고 여러국가로 나위었다가 다시 합쳐지는 초기의 역사가 더욱 흥미진진하게 다가왔다. 일례로 스페인이 카르타고인들에 의해 지배될 당시 로마와의 전쟁을 피할 수 없었는데 이때 그 유명한 카르타고의 장군 한니발이 등장하여 로마를 위태롭게 한다. 한니발의 강력한 공격에도 로마가 무너지지 않았던 이유는 출신과 종교에 상관없이 모두가 평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었던 시민권이라는 제도가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아니러니하게도 한니발에게서 이긴 이후에 로마는 다수의 평등이 아닌 한니발과 같은 강력한 한 명의 지도자를 필요로 하게되어 결국 로마의 공화정이 깨지기 시작했고 2차 포에니 전쟁이후부터는 모두가 평등하다라는 생각이 없어졌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스페인이 500년 동안이나 이슬람국가의 지배를 받았었다는 사실이다. ‘플라멩코의 어원도 아랍어의 농민, 시골사람이라는 뜻의 펠라(Felah)’와 유랑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멩구스(Mengus)’를 합친 펠라 멩구스라는 역사학자의 주장도 있다. 이슬람 치하의 스페인에서는 종교와 학문의 자유가 있었다고 한다. 그것이 소수의 이슬람 지배층이 다수의 스페인 국민들을 다스려야 함에 따른 필연적인 장치였을지라도 이후 스페인을 점령한 카톨릭의 종교재판이나 오늘날 아랍국가에서 행해지는 종교전쟁과는 정반대의 제도였는데 계승되지 않은점이 안타깝다. 이 외에도 재미있는 일화와 역사적인 사건들이 그림, 사진과 함께 실려있어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기원전 시대부터 18세기까지그동안 모르고 있던 스페인의 역사에 대해 알게되는 재미있는 시간을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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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찬과 착한 사람들 Kwon Sun-chan and Nice People K-픽션 12
이기호 지음, 스텔라 김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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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K-Fiction series를 기획하고 제작하신 분들께 경의를 표한다. 어릴때 책의 왼편은 한글로, 오른편은 영문으로 구성된 책을보고 신선하다고 생각했었던 기억이 나는데 안타깝게도 그 모든 글들은 우리나라 작가들이 쓴 글들이 아니라 외국의 글들 뿐이었다.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난 2014년 인터넷 서점에서 한국 작가들의 단편들이 정말 단편 그 한편만으로 영어 버전과 함께 출간된 것을 우연히 보게되어 매우 멋지다고 생각했었다. 언젠가 사서 읽어봐야지 하면서도 바쁜 일상에 묻혀 어느새 잊고 있었는데 이번에 이기호의 권순찬과 착한 사람들을 읽을 기회를 갖게 되었다.

현재의 대한민국을 이끌고 있는 훌륭한 작가들의 작품들 중에서도 엄선하여 출간한만큼 내용은 짧지만 강렬하다.

권순찬과 착한 사람들에는 주변인들의 일에 결코 무관심할 수 없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닮은 사람들이 들장한다. 하지만, 그 자화상은 유쾌하지만은 않다. 어느날 느닷없이 파도에 떠밀려 온 텅빈 바닷가의 빈 병처럼 갑자기 화자의 동네에 나타나 팻말 농성을 벌이기 시작한 권순찬.

화자의 아파트 주민들은 처음에 홀로 농성을 벌이고 있는 권순찬을 흥미롭게 관찰하다가 그의 이야기를 캐기 시작하고 자기들 멋대로 해석을 내린 다음 그들 돕기위해 해결방안까지 마련하여 권순찬을 찾아간다. 하지만, 권순찬은 자신의 뜻은 아파트 주민들이 생각하는 바와는 다르다며 그들의 호의를 거절한다. 그는 분명 다르다고 말하지만 주민들은 자신들의 호의를 받지 않는 권순찬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기분이 살짝 상했다. 날이 갈수록 권순찬의 한결같은 태도에 기분이 점점 나빠진 주민들은 급기야 그를 험담하기 시작하고 경찰서에 신고까지 하게 된다. 대학 교수인 화자역시 이상하게 권순찬이 신경쓰이다가 급기야는 술에취해 그의 멱살을 잡고야 만다.

권순찬과 화자, 그리고 화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 주민 사람들은 왜 이런 관계속에 놓이게 된 것일까? 그들은 모두 문제의 주심에서 벗어나 있는 인물들이다. 권순찬과 해결을 봐야할 사람들은 정작 그의 앞에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다. 당사자가 없는 상황에서 주변인들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서고 자신들의 뜻대로 해결이 되지않자 권순찬을 안보이는 곳으로 보내버렸다. 이 사람들은 착한 것인가? 악한 것인가? 이런 모습들이 어딘가 낯설지 않음은 우리가 이들과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짧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얇고 가벼워서 겉옷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몇번이나 읽고 또 읽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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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 태스킹 - 하나에 집중하지 않으면 하나도 이룰 수 없다
데보라 잭 지음, 이혜리 옮김 / 인사이트앤뷰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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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태스킹에 약하다고 생각해온 나 같은 사람들에게 싱글태스킹이라는 단어는 흥미로울 수 밖에 없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멀티태스킹이 당연시되고 있는 세상에 살고있다. 워킹맘은 일과 가정일을 둘 다 훌륭하게 해내야하는 슈퍼맘이 되어야 하고 워킹맘이 아니더라도 모든 회사원들은 항상 정해진 시간안에 여러가지 일들을 동시에 해내는 것을 종용받으면서도 역설적이게도 이를 달성했을 때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나는 회의를 하면서 메신저를 하거나 문자를 동시에 보낼 수 없는 부류이다. 둘 중 하나는 반드시 놓친다. 그래서 나는 멀티태스킹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었다. 이 책은 이런 나의 걱정과 쓸데없는 부러움을 산뜻하게 날려주었다. 이 책에는 내가 굳이 멀티태스킹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들과 오히려 역효과만 날 뿐 싱글태스킹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말들이 가득하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중의 하나는 내용이 부담스럽지 않고 읽기 쉬우면서도 할말은 다 하고 재미있다는 점이다. 싱글태스킹에 대한 의미와 필요성을 말하고 자가진단과 같은 간단한 테스트를 통해 독자들의 현재 상태를 확인하고 싱글태스킹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할 수 있도록 해준다. 또한, 어떻게하면 싱글태스킹을 잘 할 수 있는지 방법도 알려준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들이 거창하지 않다. 어려운 용어나 잘 모르는 박사들의 이론들을 길게 늘어놓지 않고 그냥 편하게 친구한테 얘기하듯, 회사에서 일년에 한두번씩 듣는 의사소통 스킬 강의와 같은 가벼운 기분전환 정도의 느낌으로 읽을 수 있다. 중간중간 마음속을 훤히 들여다보듯 꼭 집어주는 말들도 있어 지루하지 않게 금방 읽어버려 아쉬움마저 들었다.

난 한국인들만 특히 회사에 얽매이고 멀티태스킹에 빠져있는 줄 알았는데 미국인이 이런 책을 낸 것을 보면 다른 국가들에서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저자가 한 말 중에 공감되는 말 중의 하나는 시간을 절약해준다는 기기가 없는 곳에 가면 참 흥미로운 일이 벌어진다. 그곳에서는 시간이 엄청나게 남기 떄문이다. p178’ 이다. 헛웃음이 날 정도로 맞는 말이다.

각종 멀티미디어 기기가 없으면 하루도 살 수 없는 우리들, 항상 바쁘기만 한 우리들은 이제 싱글태스킹에 대해 깊게 고민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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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기행 - 깨달음이 있는 여행은 행복하다
정찬주 지음, 유동영.아일선 사진 / 작가정신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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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가 불교는 아니지만 평소에 불교에 관심이 많았던 터에 불국토를 순례한 기행문은 그냥 지나쳐지지가 않는다.  게다가 5개 불교국가를 돌아본 것이니 더욱 궁금할 수 밖에 없다.

저자는 부탄에서 시작해 시계 반대방향으로 네팔, 남인도, 스리랑카를 거쳐 중국의 오대산까지 여행한다.  그야말로 불교로 꽁꽁 묶인 여행지라 할 수 있다.

처음 도착한 나라 부탄, GNP로 보면 세계 최하위권이지만 행복지수로 보면 세계 1위인 나라 부탄은 쓸데없는 경제적인 부에는 관심이 없는 나라다.  대신, 부처님의 진리를 따르며 자연을 보존하고, 자국민들의 행복을 추구한다.  국왕이 직접 중앙집권적 권력을 폐지하고 스스로 국민회의를 만들어 국민들에게 정권을 돌려준 세계에서 유례없는 정치를 펼친 국가이다.  오히려 국민들이 왕권을 폐지하려는 국왕을 이해하지 못해 국민투표율이 저조하여 왕이 농노를 해방시키고 자신의 땅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는 점진적 방법으로 권력을 국민들에게 돌려주었다고 하니 오늘날 우리나라의 정치행태와 비교해 볼 때 한숨이 절로 나오고 부러움이 솟구치는 사례가 아닌가 한다.

부탄의 첫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위대한 행복의 궁전이라 불리는 푸나카종의 사진을 만날 수 있다.  화려해서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단아하고 우아하며, 신비로운 아름다움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 더욱 빛을 발한다.

부탄을 지나 네팔에 도착하면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만년설의 히말라야가 보인다.  늘 동경하고 꼭 한번 가보고 싶은 안나푸르나가 있는 나라.  너무나 아름다운 나라에 대지진이 발생한 일은 눈물이 날 만큼 아픈 일이다.  책에 실린 더르바르 광장을 비롯한 사진들이 대지진이 발생하기 전의 것이라고 하니 더욱 마음이 아프다.  네팔에는 티베트에서 남쪽으로 내려온 불교인들과 인도에서 북쪽으로 올라온 불교인들이 모두 모여 살아서 힌두교와 불교가 생활속에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고 한다.  국민들 대부분이 힌두교이면서 불교인 것이다.

꼭 무언가를 선택해야만 잘 사는 것은 아닌가 보다.  삶을 이루는 모든 것들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진정한 삶일진데,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또는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서로를 배척하고 전쟁을 일삼는 나라들이 좀 배워야 할 모습일 것이다.

스리랑카는 포르투갈이 150, 네덜란드가 150, 영국이 150년을 식민지 통지를 했다고 하는데 그 보다 더 놀라운 것은 450년 동안이나 기독교 국가들의 지배를 받아온 국가의 국민들의 70퍼센트가 불교라는 점이다.  사원과 부처님 열반상 주위를 맨발로 순례하는 어린 학생들의 모습에서 불교 그 자체가 전해져온다.

인도와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부탄, 네팔, 스리랑카의 불교 순례를 언젠가는 한번 결행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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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후기 시집 문예 세계 시 선집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송영택 옮김 / 문예출판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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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하게 구성된 릴케의 시집은 처음이다.  너무도 유명해서 오히려 제대로 읽어보지 못한 시인이기도 하다.  <릴케 후기 시집>에 처음 끌렸던 것은 표지 그림이다.  표지 그림을  보는 순간 다른 곳으로 눈길을 돌릴 수가 없었다.  이 그림의 정체는 클로드 모네의 <부지발의 다리> (1869) 이다.  릴케보다 한세기 앞선 모네의 그림이 자연과 깨달음을 주제로 한 릴케의 이번 시집과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5장으로 구성된 릴케의 시편들 중에서 가장 이해하기 쉽고 마음에 와 닿았던 시들은 1906년에서 1920년 사이에 쓴 새 시집 이후의 시에 실린 시들이다.

왜 한 사람이 나서서라는 시에서 시인은 어떤 상황에 있어 왜 한 사람이 나서서 알지도 못하는 물건을 짊어져야 하고 감당할 수 없는 영향 속에 노출되어야 하는지 한탄하고 있다.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보이는 그 한사람이 혹시 나는 아닌지, 어쩌면 우리 모두인지 조금 깊게 생각하게 한다.  만약 도시의 군중들이에서는 시끄럽고 엉클어진 도시의 소음과 대중교통의 혼잡속에서 살아가는 군중들이 흩어졌던 가축의 무리를 제자리로 돌아오게 하는 가볍고 느리지만 신중한 발걸음을 가진 목자와 같은 마음과 태도를 가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느껴진다.

절묘한 시 구절이 눈에 띄는 시들도 있다.  나르시스에는 그는 사랑했다, 자신으로부터 나갔다 다시 돌아온 것을.’ 이라는 구절이 있다.  나르시스를 흔히들 말하는 자아도취형의 인간으로 보지 않고 그가 자아도취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그의 영혼이 이전과는 다르게  변함으로써 그 영혼을 사랑하게 된 것일 수 있다는 다소 신앙적인 느낌이 들면서도 신선하게 다가오는 구절이었다.

눈물에서는 나를 더 기울게 하라, 그래서 눈물이 흘러나오게라는 구절이 있다.  사람의 몸이 컵도 아닌데 눈물이 나오도록 기울게 해달라는 표현은 슬프지만 신선함이 느껴져서 오히려 반가웠다.

방금 나의 창문으로에서는 집안에 있다가 갑작스레 맞은 돌풍이 평온한 일상에 여러가지 의미로 다가옴을 이야기 한다.  이 돌풍은 자연이 맹목적으로 달려드는 것 같기도 하고, 세상 떠난 사람의 몸짓이거나 죽어서 암담해진 소년이 울며 다가오는 것처럼도 느껴지는 것이다.  이 시를 읽고 있으려니 류시화 시인의 새들은 우리집에 와서 죽다라는 시가 생각났다.  이 시에서도 평온하던 오후의 집 마당에 갑자기 새가 수직으로 날아와 떨어지는 순간 세계가 잠시 기우뚱해진 사건을 말하고 있다.

오르페우스에게 보내는 소네트장에 실린 시편들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띈 단어는 칠현금이다.  20세기 초 독일에서 고대 중국의 악기인 칠현금에 흠뻑 빠져서 이미 칠현금을 받쳐 든 자만이 끝없는 찬가를 에감 속에서 부르게 된다고 칭송한 릴케는 어떻게 칠현금에 빠졌을까 무척 궁금해진다.  한번 더 읽으면 수많은 의미로 다가올 시들이 많은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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