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찬과 착한 사람들 Kwon Sun-chan and Nice People K-픽션 12
이기호 지음, 스텔라 김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먼저 K-Fiction series를 기획하고 제작하신 분들께 경의를 표한다. 어릴때 책의 왼편은 한글로, 오른편은 영문으로 구성된 책을보고 신선하다고 생각했었던 기억이 나는데 안타깝게도 그 모든 글들은 우리나라 작가들이 쓴 글들이 아니라 외국의 글들 뿐이었다.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난 2014년 인터넷 서점에서 한국 작가들의 단편들이 정말 단편 그 한편만으로 영어 버전과 함께 출간된 것을 우연히 보게되어 매우 멋지다고 생각했었다. 언젠가 사서 읽어봐야지 하면서도 바쁜 일상에 묻혀 어느새 잊고 있었는데 이번에 이기호의 권순찬과 착한 사람들을 읽을 기회를 갖게 되었다.

현재의 대한민국을 이끌고 있는 훌륭한 작가들의 작품들 중에서도 엄선하여 출간한만큼 내용은 짧지만 강렬하다.

권순찬과 착한 사람들에는 주변인들의 일에 결코 무관심할 수 없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닮은 사람들이 들장한다. 하지만, 그 자화상은 유쾌하지만은 않다. 어느날 느닷없이 파도에 떠밀려 온 텅빈 바닷가의 빈 병처럼 갑자기 화자의 동네에 나타나 팻말 농성을 벌이기 시작한 권순찬.

화자의 아파트 주민들은 처음에 홀로 농성을 벌이고 있는 권순찬을 흥미롭게 관찰하다가 그의 이야기를 캐기 시작하고 자기들 멋대로 해석을 내린 다음 그들 돕기위해 해결방안까지 마련하여 권순찬을 찾아간다. 하지만, 권순찬은 자신의 뜻은 아파트 주민들이 생각하는 바와는 다르다며 그들의 호의를 거절한다. 그는 분명 다르다고 말하지만 주민들은 자신들의 호의를 받지 않는 권순찬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기분이 살짝 상했다. 날이 갈수록 권순찬의 한결같은 태도에 기분이 점점 나빠진 주민들은 급기야 그를 험담하기 시작하고 경찰서에 신고까지 하게 된다. 대학 교수인 화자역시 이상하게 권순찬이 신경쓰이다가 급기야는 술에취해 그의 멱살을 잡고야 만다.

권순찬과 화자, 그리고 화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 주민 사람들은 왜 이런 관계속에 놓이게 된 것일까? 그들은 모두 문제의 주심에서 벗어나 있는 인물들이다. 권순찬과 해결을 봐야할 사람들은 정작 그의 앞에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다. 당사자가 없는 상황에서 주변인들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서고 자신들의 뜻대로 해결이 되지않자 권순찬을 안보이는 곳으로 보내버렸다. 이 사람들은 착한 것인가? 악한 것인가? 이런 모습들이 어딘가 낯설지 않음은 우리가 이들과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짧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얇고 가벼워서 겉옷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몇번이나 읽고 또 읽어 볼 만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