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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양장) - 세상의 모든 인생을 위한 고전 ㅣ 글항아리 동양고전 시리즈 4
공자 지음, 김원중 옮김 / 글항아리 / 201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공자! 하면 떠오르는 것이 바로 <논어>일 것이다. 유가의 입문서이자 경전이라 칭해지는 논어. 오랫동안 유학을 받아들였던 우리나라에서 논어는 누구나 다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유명한 책이다. 나역시 논어란 공자의 말씀이다 라는 것을 모를리 없다.
내가 굳이 알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어려서부터 논어의 짧은 이야기들은 우리주변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었다. 다른 책들속에서의 인용은 물론이거니와 전시회나 카페의 벽면을 차지하고 있기도 했고, 지하철의 자동문에도 논어의 문장들은 쉽게 걸려있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뭔가 인생에 도움이 되는 얘기겠거니, 좋은 얘기겠거니 하는 막연한 느낌이 논어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었다.
춘추시대, 수십개나 되는 주나라 제후들의 나라를 13년동안이나 찾아다니면서 벼슬을 구했던 공자. 생전에는 아무도 그를 등용하지 않았던 제후들. 공자의 말과 통치의 개념이 당시의 혼란스러웠던 정치상황에는 맞지 않아서 옯바르긴 하지만 현실정치에는 적용하기 어려워서 모두 거절당했을 것이라는 것이 역자의 생각이다.
이번에 글항아리에서 만난 김원중 편역의 <논어>는 그동안 막연하게 다가왔던 논어를 좀 더 깊이있게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도대체 얼마나 훌륭한 말들만을 모아 놓았기에 수백년이 지나도록 사라지지 않고 아직까지도 연구대상이 되고, 인구에 회자되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이번에 논어를 완전히 파고들어보자는 욕심도 있어 <논어>를 읽게 되었다.
총 20편으로 구성된 논어는 공자가 직접 저술한 것이 아니고, 공자가 제자들을 가르치면서 한 말들이나 의견, 제자들과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공자의 제자들이 엮은 책이다.
그동안 귀동냥으로 듣던 ‘위정’편 이라던가, ‘위령공’편이라는 말들이 새롭게 다가오면서 나도 드디어 논어를 알게 되겠구나하는 기대감이 들었다. 왠지 무언가 깊은 뜻을 갖고 있을것만 같던 각 편의 이름은 사실 정식 편명이 아니고 공자의 첫 말씀이 시작되는 글자를 그냥 편명으로 삼은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각 장에는 편명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 첫 글자들이 각 편에 나오는 주요 내용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고 하니 신기하기도 하고 제자들이 일부러 이렇게 엮은 듯도 해서 흥미로웠다.
각 편의 장들은 역자가 붙인 소제목이 먼저 나오고, 한글로 번역된 구어체 형식의 문장이 나온다음 한자의 원문이 실리고, 마지막으로 각주가 붙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글로 번역한 내용만 읽는다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거의 모든 문장이 짧은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어 읽기에도 편하고 소제목에서 글의 주제를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원문이 한자이고 중국의 생활상과 시대상이 반영된 글들이 많다보니 번역된 한글만으로는 내용파악이 어려운 것들도 상당히 있었다. 그래서, 친절하게도 역자께서 읽는데 무리가 없도록 대괄호를 사용하여 상황에 맞는 글자를 추가해 넣어 읽기가 편했다.
사실, 한자세대가 아니다보니 알고있는 한자가 많지 않아 원문만 읽어보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되는 것들이 많다. 하지만, 가끔 원문만으로도 해석이 되는 문장들도 있어 여러 번 반복해서 읽다보면, 정말 원문을 읽어야 제맛이다! 라는 말이 실감이 났다. 원문을 읽다보면 왠지 내가 춘추시대에 와 있는 것 같고, 공자의 제자라도 된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된다.
무척 고상하고 고고한 내용들만 있을 것 같던 각 편에는 공자와 제자들의 실생활을 엿볼 수 있는 것들도 있었고, 공자가 은근히 자기자랑을 하는 내용도 들어있어 훨씬 친밀감이 높아졌다.
각주 또한 무척 정성들여 쓴 느낌이다. 여러 학자들에 의해 논란이 되고 있는 해석들, 상반된 해석이 있다면 누가 어떤 해석을 했는지, 역자는 어떤 해석을 지지하는지등을 한자 하나하나에 대해서 꼼꼼해서 달아놓았다. 번역된 한글, 원문, 주석을 읽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나중에 한자 공부를 좀 더 해서 원문만을 처음부터 다시한번 읽어보고 싶다.
공자와의 한판! 설레였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