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짝하지 마라, 자칫 그에게 속으리니 - 이지누의 폐사지 답사기, 전남 편 이지누의 폐사지 답사기
이지누 지음 / 알마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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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사라  온전한 절도 채 둘러보지 못한 내게 폐사는 조금은 낯설은 세계인 듯 보였다.

하지만, 그래서 더 끌렸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도 찾지 않는 인적드문 폐사는 어떤 곳일까?  그속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숨어 있을까?

밀려오는 궁금증과 함께 제목이 이끄는 마력으로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자는 폐사에 대한 일반인들의 다소 부정적인 이미지를 걷어내고 폐사도 한때 우리 조상들이 일가를 이루며 번성했던 소중한 장소였음을 알리는 것과 동시에 폐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사진과 함께 전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사진을 찍어 밥을 먹고 살았다던 저자의 글은 정말 사진만 찍던 사람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훌륭하다.  사찰 이야기다보니 스님들의 법명이 어려워 일일이 구분하기가 힘든 부분은 있었지만, 불교 신자들이라면 아마도 이미 훤히 꿰고들 계실만한 이름들이지 싶다. 

이번 전라남도편에서는 총 9개의 폐사지를 소개하고 있다.  진도를 비롯한 보성, 강진, 영암, 화순, 곡성, 무안까지 읽고나면 가보지도 않고서 이미 전라남도를 한번 쭉~ 훑고나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기분이다.

단순히 사진에 대한 설명이나 짧은 느낌만을 나열한 것이 아니고 정성을 들여 폐사지 하나하나 답사 하기를 여러 번 한 끝에 비로소 그곳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곳에서 느낀 바를 이야기 한다.  아울러 그 시대를 살다간 선조들의 이야기를 꺼내어 소개해 줄 뿐만 아니라, 그렇게 절절한 사연들이 많은 그런곳이 지금은 어떠한 처지에 놓였는지도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비록 지금은 폐사지가 되어 일부 사람들에 의해서만 기억되어지는 곳이 되어 버렸지만, 그곳에서 스님들이 세우고 주장했던 학문은 불교만이 제일이라는 설법이 아니라, 불교나 유교나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동일한 것이며 결코 다르지 않다는 것이었다.  자기의 종교만을 인정하고 다른 종교는 이교도라 비난하고 탄압하는 서양의 종교들과는 그 뜻이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넓었다.  새삼 불교의 매력에 빠져드는 순간이었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버린 산길이나 들길, 밭길 어디쯤이 그 옛날에는 커다란 대웅전이 있었고, 불상이 있었으며, 스님들이 매일 불경을 외던 곳이었다는 사실이 새삼 나를 돌아보게 만들었고, 잠깐 쉬어가는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책 속에 소개된 절터 중에 가장 마음이 간 곳은 영암 용암사터와 화순 운주사터였다.  운주사는 직접 가본곳이라 더 정이 가는 곳이었고, 용암사터는 가보지 못해 너무나 가보고 싶은 장소 1순위로 급상승했다. 

산을 오르다 갑작스레 막딱뜨린 풍경에 저자마저도 경탄의 신음이 절로 흘러 나왔다던, 산중 깊은 곳에서 헌화공양을 받고 있는 용암사지 삼층석탑의 모습!

사진을 보고있는 나도 너무나 아름다워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는데, 그 모습을 직접 본 저자의 감동은 더 말해 무엇하랴!  저자가 헌화공양을 받고 있다고 표현할만큼 탑을 둘러싸고 있는 진달래는 주위 풍경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어울려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당장이라도 사진속으로 뛰어들어가고 싶은 충동마저 느끼게 했다. 

월출산의 높고 큰 바위에 마치 떠있는 것처럼 조각된 마애불은 또 어떤가!  저자의 엉덩이가 들썩일만한 곳이 아닐 수 없다.  나의 엉덩이도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올 가을에는 월출산에 꼭 한번 가볼 생각이다.

저자는 이번 전남편을 시작으로 전국의 폐사지 답사기 편찬을 준비중이라 한다.  전북편, 충청도편, 경기도편, 강원도편, 경주편까지 아직 나올 답사기들이 수북히 쌓여 있다고 생각하니 내 마음이 부자가 된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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