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환경도시를 가다
이노우에 토시히코 지음, 유영초 옮김 / 사계절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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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수단과 정보통신의 기술 수준이 눈부시게 발달하면서 세계의 공간적 범위가 지구촌으로 좁아지고, 지역(Regions)의 중요성은 다시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과 분위기는 '세계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Think globally, Act locally!)'는 말을 만들어 냈다. 이것은 지역 또는 국가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는데, 특히 환경 영역에서는 명쾌한 의제로서 실천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 장소에서 발생한 환경오염이 과거에는 그 지역에서 스스로 해결하기만 하면 다른 지역으로까지 확산되지 않았지만,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을 겪으면서 오늘날에는 오염원의 인접 지역과 더 넓게는 전 지구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따라서 세계적 차원으로 사고하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장소에서 우리 스스로 실천하는 모습이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본적인 원리가 될 수 있다.

이제는 도시에 사는 시민으로서의 주인의식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지구 시민의 자세가 선행되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선진 사회에서 환경도시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등 지구환경 사랑의 실천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구환경의 주 오염원이 도시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도시 차원에서 시민들이 환경도시를 만들어 가는 모습은 매우 가치 있는 일로 보여진다. 우리는 세계의 여러 환경도시에서 모범적인 사례를 받아들여 살기 좋은 도시 환경을 만들어 가야 한다. 그것은 도시민들에게 삶의 질을 높이게 할 뿐만 아니라 지구환경을 지키는 일이 될 수 있다. 자연은 인간 없이 존재할 수 있으나 인간은 자연 없이 살아갈 수 없으므로 지구환경을 지키는 것은 결국 사람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세계의 환경도시가 성공한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환경도시를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서 이 책은 훌륭한 경험적 자료가 될 수 있다. 특히 여러 도시의 사례를 주제별로 분류하여 환경도시의 살아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론서에서 느낄 수 없는 현장감을 발견할 수 있다는 데 이 책의 매력이 있다.

신이 창조한 자연환경 위에 사람들은 도시를 만들었다. 자연환경이 인간의 간섭을 받으면 처음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도시에서 자연 원형의 상태를 간직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환경도시, 생태도시라는 표현은 부적절해 보인다. 도시가 발생하는 그 시점부터 전혀 환경 또는 생태적일 수 없으며, 따라서 환경, 생태는 도시적일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도시는 자연환경을 파괴하면서 만들어지므로 환경도시라는 용어는 충분히 모순된 말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환경도시를 만들려는 의지를 처음부터 상실해서는 안 된다. 도시에서 자연환경 그대로의 모습을 복원할 수 없지만, 도시 이전의 생태 환경을 최대한 가깝게 다시 살리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그렇게 할 때 창과 방패의 관계인, 환경과 도시가 상생할 수 있을 것이다.

환경도시는 도시의 인문환경이 자연환경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여 인간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지는 도시를 의미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환경도시들이 처음부터 자연환경을 우수하게 보전하거나 행정 당국의 적극적인 환경 정책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최악의 상황까지 겪으면서 실패를 거울삼아 성공적인 환경도시로 다시 태어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도 자신감을 가지고 실천적인 노력을 기울인다면 세계적인 환경도시를 훌륭한 수준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나라는 아름다운 금수강산이라고 불릴 정도로 우수한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이점을 도시 환경에 최대한 살린다면 가장 한국적인 도시가 될 것이며, 세계적인 환경도시가 되기 위한 요건으로도 크게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10년 후 "한국의 환경도시를 가다"라는 책이 독일과 같은 환경 선진국에서 출판되어지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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