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도시를 만드는 55가지 지혜
원혜영 지음 / 새로운사람들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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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자연을 창조했고, 인간은 도시를 만들었다'라는 말이 있다. 인류는 농경의 시작과 함께 비로소 정착을 할 수 있었고, 머무르는 생활을 하면서 마을과 도시가 생겨 났다. 이러한 도시 문명의 역사를 통해서, 신과 자연의 관계가 인간과 도시의 관계와 같다는 논리는 자연스러워 보인다. 자연은 인간에게 처음부터 주어진 환경이었고, 사람들은 정주 생활을 하기 위해 그 공간 위에 도시를 건설했으므로, 도시는 신이 창조한 자연 환경을 인간의 의지로 변화시켜 온 공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인류의 문화는 도시를 배경으로 부흥해 왔는데, 문화의 중심지이기 때문인지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도시로만 모여들고 있다.

도시는 앞으로도 삶의 문화를 새롭게 재창출해야 할 공간이므로, 우리는 현재보다 더 나은 도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아름답고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 수 있을까? 독자로서 원혜영 부천시장이 쓴 「아름다운 도시를 만드는 55가지 지혜」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사진이 내용의 주를 이루고 있어서 원혜영 시장의 도시 경영을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본다.

인구 밀도가 서울시 다음으로 높은 도시는 경기도 부천시이다. 한때 전국 최고의 인구 증가율을 기록했던 이 도시로 사람들이 꾸준히 모여든 결과이다. 인구가 도시로 집중하면 교통, 환경, 주택, 사회 등의 도시 문제가 복합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개발 시대에 효율성의 경제 원리를 도시 정책에 적용한 점은 이러한 도시 문제를 더욱 심각하는 만드는 데 한 몫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삶의 질을 생각해야 할 시점인데, IMF 위기가 찾아와 문화, 환경의 시대에 어울리는 정책을 추진하기에는 어려운 현실이 되어 버렸다. 여유 있고 쾌적한 삶의 여건을 만드는 일이 사치스러워 보일 정도로 경제의 위기가 급박하게 찾아온 것이다. 그 때가 바로 원혜영 시장이 부천시 시장을 맡게 된 1998년의 상황이었다.

IMF 위기의 현실에서 원혜영 시장은 시정의 목표를 역설적이지만 '문화도시 부천'으로 설정하였다. 원혜영 시장의 도시 경영은 발상의 전환, 저비용과 고효율의 원리로 요약될 수 있는데, 합리성과 효율성을 강조하면서도 문화를 중시하여 인간 중심의 도시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돋보인다. 몸은 부천에 있어도 마음은 서울시민으로 생각할 정도로 부천시민의 정체성과 정주 의식은 약하다. 그러나 각종 문화 행사를 통해 시민의 정체성을 회복시키고, 긍지와 자부심을 형성시키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색깔 있는 도시로 만들기 위한, 실천의 노력인 것이다.

또한 원혜영 시장은 문화도시와 함께 환경도시를 만들고자 노력했으며, 아름답고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시정의 핵심 주제로 綠花水光(나무, 꽃, 물, 빛)을 제시하였다. 부천시의 자매 도시인 일본 오카야마의 수로(水路) 공원에 가면 '光-水-綠-花'라고 새겨진 기념비가 있다고 한다. 그것을 쉽게 풀어 쓰면 조명을 아름답게 하고, 시민들이 물과 친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고, 나무를 심어 녹색 도시의 이미지를 높이고, 꽃을 심어 도시 전체의 경관과 환경을 아름답게 하자는 내용이다. 한때 슬럼화의 문제를 안고 있었던, 프랑스의 리옹시가 밝은 이미지의 도시로 전환될 수 있었던 것은 도시 미화의 정책이 성공했기 때문인데, 그 핵심적인 내용은 빛과 물, 나무에 대한 것이었다. 꽃만 빼면 일본 오카야마와 프랑스 리옹의 시정 목표가 일치한다는 공통점을 확인할 수 있다. 원혜영 시장은 위에서 살펴본, 두 선진 도시의 모범적인 경험을 통해 부천시가 아름다운 도시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나무, 꽃, 물, 빛이 필수적인 조건이라고 말한다. 풍부한 물[富川]이라는 지명과는 다르게, 시내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강도 없고, 한 그루의 나무와 꽃을 심기 위한, 빈 땅조차 드문 도시인데도, 녹화수광은 부천시정의 핵심적인 주제가 되었다.

부천시를 아름답고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기 위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구체적으로 실천했던, 원혜영 시장의 도시 정책은 다른 도시의 시정에 분명 큰 교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원혜영 시장의 신선하면서도 참신한 아이디어로 새롭게 창조될, 미래의 부천시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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