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의 청계천이야기 - 서울, 유교적 풍류의 미래도시
김용옥(도올) 지음 / 통나무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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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복원 사업과 관련하여 서울의 미래 도시 설계를 위해 도올의 철학과 유교 풍류적 대안을 담은 글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유교적 풍류의 도시 철학', '청계천의 본명은 개천(開川), 반드시 열려야 한다', '유교적 풍류 꿈꾸는 역사 인식의 분기점', '청계천 복원은 도시 미화 아닌 도시 혁명' 등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고, 끝 부분에는 '도올 어린이 교육 신헌(新憲) 해제'를 싣고 있다. 도올은 풍류적 낭만과 유교적 도덕을 통합하는 개념으로 '인'을 제시하여, 서울이 신바람나는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청계천은 반드시 복원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첫 번째 글은 미래의 도시를 철학적으로 전망하기 위해 '유교적 풍류'라는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죽어있는 도시(네크로폴리스)가 아닌 살아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도올의 '기철학'적인 세계관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 분야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서인지 이해하는 데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청계천 복원 사업은 또 다른 개발이 아니라, 문명과 문화적인 전환으로서 그 의미가 있다는 도올의 말이 매우 인상깊게 다가온다. 이 글을 통해 청계천의 복원은 개발의 시대를 종식하고, 이제는 문화, 환경의 시대임을 알리는 청신호적인 사업으로서 그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두 번째 글은 청계천이 복원되어야 하는 당위성을 풍수지리학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서울이 도읍지로 선정되기까지의 과정을 풍수지리학적으로 알아보고, 혈과 명당, 좌청룡과 우백호를 여체(女體)에 비유하여 청계천이 명당수 중에 명당수임을 설명하고 있다. 나는 지리학을 전공했지만, 서양에서 도입된 지리학을 공부해서인지 풍에 대해 비논리적이고 미신적이라는 잘못된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풍수는 우리 선조들이 공간 환경을 유기체적으로 인식한 것으로서 기철학적 우주론의 소산임을 잘 말해 주고 있다. 도올의 말처럼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삶은 풍수에서 그 교훈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 번째 글은 청계천 복원 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이명박 서울시장과 나눈 대화를 요약하고 있다. 도올과 이명박 시장은 청계천의 복원이 또 다른 도시의 개발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데 공감을 형성하고 있다. 본 대화의 내용을 통해 이명박 시장의 청계천 복원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의지, 방법론을 엿볼 수 있다.

네 번째 글은 생태도시의 성공 사례로서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도시, 브라질 꾸리찌바시의 전 시장인 레르네르와의 대화를 싣고 있다. 이 글에서 시민들에게 사랑받기 위해서는 인간 중심의 도시가 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레르네르의 비전과 경험은 앞으로 우리 나라 도시를 설계하는 데 훌륭한 교훈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섯 번째 글은 도올이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쓴 어린이 교육 신헌이다. 사실 이 글은 이 책 전체적인 내용과는 전혀 무관해 보인다. 그러나 도올은 도시 문제를 생각할 때 도시인들의 윤리 문제도 함께 고려해야 하므로 이 글을 싣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도시의 설계는 도시민 삶의 설계이자 가치관의 설계라고 말한다. 따라서 내일을 이끌어 갈 어린이들의 교육에 있어서 도올이 주장하는 민주의 담론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자유가 아닌 협동, 타율이 아닌 자율의 논리는 서울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항상 기억해야 할 가치관이다. 왜냐 하면 시민의 협동 없이 도시의 혁명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도올은 청계천의 복원이 단순히 경관과 교통의 변화를 가져다 주는 지역적 사건이기에 앞서서 근본적으로 우리 민족의 삶과 인식의 변화, 더 나아가서는 역사적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오는 일대 혁명적 사건이라고 규정한다. 서울을 찾을 때마다 포근함과 편함보다는 답답함과 복잡함을 느끼게 되는 이유는 도올이 말하는 천, 지, 인의 조화가 끊어졌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청계천 복원을 통해 서울이 신바람나는 도시, 인간의 도시(humane city)로 다시 태어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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