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 서울 어떻게 만들것인가
문화연대공간환경위원회 지음 / 시지락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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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람들은 누구나 아름답고 살기 좋은 도시에서 살고 싶어한다. 이 책에서는 '살기 좋은 도시' 또는 '살고 싶은 도시'가 바로 문화도시'라고 말하고 있다. 그것은 문화 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삶 자체를 문화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와 '환경'이 중요시되는 오늘날, 문화의 측면만 특별하게 강조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웠지만, 이 책의 저자들은 문화가 환경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문화도시의 조성은 기본적으로 환경도시의 조건을 만족시키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서울시가 문화도시의 이미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특별시'로서 '특별'시민에게 '살기 좋은 도시'인지, 그리고 서울시민이 아닌 외부인들에게 서울은 '살고 싶은 도시'로 인식되고 있는지 정직하게 묻고 진지하게 반성하는 노력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605㎢의 면적에 천만 명이 넘는 인구를 가진 거대도시인 서울시가 문화도시를 만드는 데에는 많은 문제점과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는 '문화도시 서울'이라는 목표를 분명히 설정하고 문화적 관점에서 공간을 이해함으로써 문화도시를 조성하기 위한 공간 정책을 체계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문화도시 서울을 만드는 일은 곧 '서울 살리기 사업'이며, 이것은 '살고 싶은 서울 만들기 사업'의 시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서울이 문화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서울의 자연 환경과 역사 문화를 살리는 데 중점을 두고 서울만의 정체성을 만들어 가야 한다. 한강의 북한산과 같이 우수한 자연 환경을 가진 도시는 세계 어느 도시에서도 찾아볼 수 없으므로, 이러한 자연 경관을 인문 경관과 조화를 이룬다면 서울을 더욱 서울답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북한산과 관악산 사이에 단절된 녹지 공간을 연결시켜 남북축의 그린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면 생태도시의 이미지를 함께 만들어 내게 될 것이다.

600년 역사도시 서울에는 동양의 고전도시가 가진 엄격한 이미지도 없으며, 그렇다고 해서 서양 근대 도시가 가진 기하학적 아름다움도 없음을 지적하면서 서울을 '탈 형식적인 공간 구조'를 가진 도시라고 표현하였다. 물론 다양한 삶의 모습이 다채로운 공간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오히려 그것이 무질서하게 배열돼 서울 공간의 이미지는 '혼돈'이 되었다고 비판한다. 이와 같이 서울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지만 문화 정책과 공간 정책이 분리되어 역사가 크게 훼손되고 파괴되었다. 그러나 어제와 오늘의 모습이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질서를 부여한다면, 서울은 서울만의 색깔과 매력을 지닌 도시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가령 근대화 과정에서 파괴된 경관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하고, 사대문 안의 보행 환경을 개선시켜 인간 중심의 거리로 바꾼다면, 장소성을 살리면서 도심의 역사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새롭게 건설되는 국립중앙박물관 앞을 한강과 연계하여 열린 공간으로 만들고, 한강에 강북과 강남을 연결하는 보행자 전용 다리를 만든다면, 서울은 '살고 싶은 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역전에 산다'라는 영화를 보면, 광화문 앞 세종로 거리가 온통 공원으로 바뀌어진 장면이 나온다. 마치 미국 뉴욕의 센트럴 파크를 축소하여 보는 듯 하여 매우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영화 속의 상상이 현실화되어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실제로 할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책에서 제안한 '문화도시 서울'을 위한 과제가 실천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정책가, 전문가, 시민이 함께 문화도시에 대한 꿈을 키우면서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문화도시의 조성을 충분히 가능하다고 확신한다. 현실이 우리가 꿈꾸는 이상의 세계로 역전되어 문화도시에 살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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