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에 선 도시와 건축 - 현대인이 알아야 할 건축이야기 3
최부득 지음 / 미술문화 / 2002년 9월
평점 :
품절


건축은 그 시대의 기술 수준을 보여주는 공학인 동시에 삶의 문화를 반영하는 하나의 예술 작품이다. 또한 우리의 문화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그래서 건축과 문화는 별개가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관계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가 도시의 경관과 건축의 문화에 관심을 가진다면,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공간(space)과 우리에게 친숙한 장소(place)에 대해 애착을 가진다면, 삶의 질을 더욱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거리의 무질서한 간판 문화, 개성이 없는 한강의 다리, 무미 건조한 고층 아파트 등 도시 경관의 문제점을 이 책의 이곳 저곳에서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도시의 삭막함을 인간적인 분위기로 바꿀 수 있으며, 우리가 희망하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책제목에 '벼랑에 선'이라는 부정적인 수식어가 사용된 것이 불만스럽지만, 더 자극적인 제목을 찾지 못해 아쉬운 대로 이 제목을 택한 것이라고 저자는 서문에서 말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점에 대한 대안을 함께 제시하였으므로 부정적인 제목보다는 밝고 희망적인 제목을 사용하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어느 도시든지 그 도시를 상징하는 경관물이 있으며, 이러한 상징 경관물은 랜드마크(Landmarks)로서 도시의 이미지를 강하게 부각시키는 역할을 한다.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뉴욕의 브루클린교, 시드의 하버브리지 등은 각기 그 도시를 대표적으로 상징하는 경관으로서 도시 전체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창출하고 있다. 그렇다면 서울 한가운데로 흐르는 한강 다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파리의 센강, 런던의 템즈강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리의 길이가 장대하며, 무려 27개나 되는 다리가 서울 강북과 강남을 연결하고 있다. 그러나 한강 다리의 외관을 보면 단순히 기능적인 해결을 위한 구조물이며, 미적인 요소는 고려되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다. 만일 27개의 한강 다리가 미학적으로 아름답고 개성있는 다리로 만들어졌다면, 그리고 구조적으로 다양한 공법으로 건설되어졌다면, 한강은 다리를 구경하기 위한 전시장이 되어 세계적인 관광 코스로서 크게 손색이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환경의 세기', '문화의 세기'라고 불리는 21세기에 살아가고 있다. 인구 천만이 넘는 거대도시 서울에 한강과 북한산과 같이 우수한 자연 환경을 간직한 도시는 세계적으로 찾아볼 수 없으며, 이러한 자연 경관은 21세기 패러다임에 맞게 서울을 환경도시, 문화도시, 지속가능한 도시로 조성하기에 충분한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즉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서울의 모습이 바로 서울의 정체성(서울다움)이며, 서울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저자가 주장하는 희망의 공간(spaces of hope)이란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건축, 생물과 공생하여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도시의 상(image)이다. 이러한 저자의 주장은 현실을 무시한, 이상주의적 사고로 받아들일 수 있으나, 도시민들의 의식이 변화된다면 오늘날 도시의 모습은 충분히 희망의 공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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