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꿔! 바꿔! - 박이문 사회문화 비평 칼럼집
박이문 지음 / 민음사 / 2000년 9월
평점 :
품절


유행가 가사의 한 구절인 책제목과 거꾸로 찍혀진 도시 경관의 사진이 표지로 디자인되어 눈길을 끌게 하는 책이다. '바꿔'라는 말은 총선 때 가장 유행했으며 이제는 CF 광고까지 등장할 정도로 유행어가 되었다. 이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바꿔'라는 말을 책제목으로 하였기 때문에 이 비평집이 딱딱하다기보다 오히려 친근감이 간다. 또한 재미있게 그려진 책 표지 디자인은 기존의 비평집과는 달라서 매우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최근 '바꿔'라는 말이 유행어가 된 것은 많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가 바뀌어야 할 것과 개혁해야 할 것이 많다는 사실에 공감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마음이 단지 인식되어 있는 데서 그치면 안된다. 이 비평집은 개혁되어야 할 것들에 대해 강한 의지를 세워줌으로 우리 모두가 각자의 영역에서 자발적으로 일어서야 함을 깨우쳐 줄 것이다.

책 머리에서 박이문 교수는 비평 칼럼이 시사적이고 단편적인 형식이라서 지적으로는 불만스러웠지만 사회에 참여하여 문제를 발견하고 그것을 개혁하기 위해 발언하는 것은 시민으로서, 그리고 지식인으로서 책임이라고 믿는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우리 사회가 여러 분야에서 바뀌어야 할 점이 많음을 절실히 느끼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한 마음을 가진게 된다고 덧붙혀 말한다.

단편적으로 쓰여진 글을 전체적인 체계를 갖추기 위해 저자 나름대로 6가지의 문제 의식을 중심으로 전체를 다시 정리하였다. 즉 '문화와 주체성의 부재', '사회와 양식의 부재', '정치와 도덕성의 부재', '대학과 자기 반성의 부재', '환경과 인식의 부재'의 큰 주제로 나누어 논리적인 일관성에 따라 독립된 글들을 모아 놓았다.

서양적인 사상을 무조건 받아들여 그것을 판매하는 사상계를 비판하고, 인문학을 부흥해야만 하는 당위성을 강하게 주장하면서 대학의 개혁을 외치고 있다. 또한 오늘날 심각한 환경 문제에 대해서는 인간 중심주의가 아니라 생명 중심주의로 가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1996년부터 2000년까지 여러 일간지와 주간지에 실렸던 글들이 이 책에 수록되었다고 하는데 각 칼럼마다 날짜가 표기되지 않은 점이 이 책을 읽으면서 아쉬움으로 남는다. 언제 어느 신문에 쓰여졌는지를 알면 그 때의 사회적 상황을 생각하면서 읽을 수 있을텐데 말이다.

요컨대 저자는 우리 사회의 거의 모든 부분을 비판하면서 개혁을 위해서는 우리 자신이 변화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그렇다. 무엇보다도 우리 자신이 바뀌어야 한다. 사회 문제는 우리부터 시작된 것이기 때문에 사회가 바뀌기를 기대하기보다 우리가 개선할 수 있는 일부터 찾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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