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토 위에 시를 쓰자
이건영 지음 / 한국문원 / 2000년 10월
평점 :
절판


우리 나라는 신도시를 개발할 때 숲이 많은 구릉지를 모두 평탄하게 만들고, 그 위에 고층 아파트를 짧은 시간에 걸쳐 건설한다. 구릉지 지형과 숲을 그대로 살려 개발을 하면 도시 전체의 녹색 이미지를 높여 시민들의 환경 쾌적성과 거주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데도, 좋은 환경을 만들 수 있는 기회와 조건을 스스로 포기하는 셈이다. 저자는 책머리의 처음 부분을 위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사실 영국에 있는 넓은 숲의 공간이 우리 나라에 있다고 하면, 우리 나라 사람들은 이러한 지형을 전부 없애고 그 위에 아파트 숲을 지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개발의 방향을 이제 바꾸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주택단지나 산업단지만 조성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사람이 진정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인간과 환경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환경도시의 개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한다. 특히 4천만이 넘는 인구가 살기에는 이 땅덩어리가 너무 좁으므로 국토의 환경 용량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연구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저자는 영국 런던의 교외 마을에서 1년을 살았는데 가끔씩 그 곳의 풍경을 떠올린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 국토와 도시를 그 곳처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지난 2~3년간 틈틈이 우리의 삶과 관련된 내용을 에세이로 다루었는데 이 책은 이러한 글들을 묶어 놓은 것이다. 아마도 미래의 공간 환경이 영국에서 경험한 마을과 같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을 것이다.

국토계획 전문가답게 그의 관심은 온통 삶의 공간과 환경에 집중돼 있다. 국토 공간과 자연 환경에 대한 애착, 그리고 그 위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 중산층의 위기와 고소비 성향,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국토 정책 등의 주제를 안타까운 심정으로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다.

여러 에세이 글을 7개의 커다란 주제로 분류해 이 책은 모두 7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개인적으로 `도시의 경관과 이미지`에 관심이 많아서인지 제4장에 해당하는 `우리 도시에 시를 쓰자`를 저자의 생각에 공감을 가지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시민들과 도시 전문가들의 앙케이트 조사 결과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는 도시 흉물고와 아끼고 싶은 랜트마크에 대한 글은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우리의 국토 환경과 도시 공간은 마구잡이식 개발로 피폐화되어가고 있다. 새로운 도시가 건설되고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덮혀진 공간이 많아졌다고 해서 우리의 경제가 성장했다고 말할 수 없다. 이제는 우리의 도시를 자연, 역사, 문화가 함께 살아있는 공간으로 어떻게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해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한다. 우리가 이 땅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 이 책에서 그 교훈을 얻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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