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도시 꾸리찌바 - 증보판
박용남 지음 / 이후 / 2002년 4월
평점 :
절판


도시가 무분별하게 개발되고, 환경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환경친화적', '지속가능한', '생태적'이란 용어는 새로 개발되는 장소와 공간에 수식어로써 많이 쓰이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는 개발의 방식이 이러한 표현에 얼마나 충실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큰 의문이다. 우리는 이상적인 도시로서 아름답고 살기 좋은 공간을 꿈꾸고 있다.

세계의 많은 언론에서는 꾸리찌바를 '꿈의 도시', '희망의 도시'로 부르고 있다. 제3세계의 중소 도시가 서구 선진 도시보다 찬사를 받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이 책을 다 읽은 후 인간을 존중하는, '인간의 도시'라는 점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가 꾸리찌바에서 진정으로 배워야 할 점은 오늘날의 꾸리찌바를 만들게 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아이디어가 만들어지고 실행에 옮겨지는 '계획의 원칙'에 있다. 아이디어가 아무리 좋아도 그 모두가 우리 나라의 도시 현실에서 실현 가능한 것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는 꾸리찌바를 생태도시의 모범이라고 극찬하고 있다. 그러나 생태도시에 대한 정의를 구체적이고도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고 있다. 생태도시에 대한 개념은 아직 학계에서도 확실하게 정립되지 않은 실정이다. 그래서 학자와 기관에 따라 환경도시, 녹색도시, 에코폴리스, 에코시티 등 다양한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생태도시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김귀곤 학자(1993)에 따르면, 생태도시는 도시를 살아 숨쉬는 유기체로 보고 도시의 다양한 활동과 구조를 자연 생태계가 가지고 있는 다양성, 자립성, 순환성, 안정성의 원칙에 가깝게 계획, 설계하여 인간과 생물이 함께 어우러져 살 수 있도록 조성한 도시를 의미한다.

꾸리찌바에서 사용된 '생태도시'와 위의 '생태도시'와는 그 의미가 서로 다르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에는 자연 생태계가 우수한 도시로서의 꾸리찌바를 기대했는데, 책의 내용은 자연 환경이 아닌, 주로 인문 환경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그래서 저자가 생태도시의 정확한 의미도 모른 채 '생태도시'라는 용어를 남용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그러나 주민이 공간 환경 조성에 직접 참여하고, 시민을 존중하는 시 당국과 함께 도시를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 저자는 인간 공동체를 형성하는 생태도시로서의 꾸리찌바를 높이 평가한 것 같다.

현재 우리 나라의 광역시급 이상의 대도시에서는 빚을 내면서까지 지하철 건설이 한창이다. 그러나 지하철 사업만이 도시의 교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아니다. 외국의 선진 도시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을 받아들여 우리 실정에 맞게 적용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꾸리찌바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우리 도시에 시사하는 점이 크다. 선진 국가 캐나다의 토론토시가 오히려 제3세계 국가 브라질의 꾸리찌바시에서 도시계획을 배우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고무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저자에 의하면 지난 해 상반기에만 공무원과 전문가 등 20개 이상의 팀이 꾸리찌바 현지를 방문했으며, 서구 선진 도시에서도 견학을 올 정도로 도시 관계자의 방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꾸리찌바가 오늘날의 꾸리찌바를 만들기 위해 30여 년 전부터 꾸준히 노력했던 것처럼, 우리 나라의 도시도 우리 실정에 맞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계속 계발해야 한다. 그리고 아이디어 자체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제화되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생태도시 조성의 모범적인 사례가 되어 긍정적인 도시의 이미지가 창출된다면, 우리 도시는 꾸리찌바와 마찬가지로 서구 선진 국가의 도시에 이를 전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제는 우리 도시가 배우기 위해 외국 도시에 견학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도시의 긍정적인 이미지가 외부인에게 마케팅되어, 서구 선진 도시가 우리 도시로 방문하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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