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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풍수사들
노자키 미츠히코 지음 / 동도원 / 2000년 3월
평점 :
절판
한국 풍수에 관심이 많은 일본인 노자키 미츠히코가 한국의 풍수사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풍수관을 듣고 그 현장을 답사하며, 한국 풍수 사상의 역사와 의미를 기록한 책이다. 풍수사 최어중으로부터 듣는 조선의 풍수 이야기, 임응승 신부의 신비의 추에 의한 수맥 탐사와 음택 풍수, 건축가 박시익의 명당 실험, 김원의 독립기념관 설계 이야기, 서울대 교수직을 사임한 풍수지리학자 최장조와의 만남 등 생동감 넘치는 한국 풍수의 이야기로 가득차다.
아마도 이 책의 매력은 한국 풍수에 대한 일본인의 시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특히 일제 단맥설에 관한 이야기는 우리에게 특별한 관심을 끌게 한다. 일제는 북악산의 기맥을 끊기 위해 경복궁의 정면을 가로막도록 조선총독부를 세웠고, 한국의 전 국토에 신사를 만들었으며, 인재가 태어날 만한 명당에 쇠말뚝을 박거나 철도, 도로를 일부러 건설해 땅의 맥을 끊으려 했다. 이같은 사실은 풍수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노자키 미츠히코는 일제 단맥설에 대해 일본인은 거의 모르며 한국에서 듣는 새로운 이야기라고 말한다. 그는 단맥 설화를 알아보고, 탑골 공원의 이야기꾼 할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애쓰며, 쇠말뚝을 뽑았다고 말하는 서길수 교수와 만나는 등 일제 단맥설에 흥미를 가지며 그 진위를 추적한다. 일제의 계획적인 단맥설을 뒷받침할 만한 자료는 없지만, 경복궁 앞의 위압적인 조선총독부 건축은 통치 제국의 힘을 보여 피지배자의 항쟁 의지를 꺾으려 했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는 입장이다.
한반도가 세계의 명당에 위치했다고 주장한 증산교의 설명은 참 재미있다. 사실 우리 나라 중심의 세계 전도가 유럽 중심의 세계 전도보다 더 안정적으로 보이는데 이것은 우리 나라의 지리적 위치가 그만큼 좋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최창조 교수의 통일 한국 수도 선정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요컨대 이 책은 저자와 한국의 풍수사들이 나누는 풍수 이야기로서 한국의 풍수관과 일제 단맥설에 대한 인상을 한국인이 아닌 일본인의 시각으로 조명하몄으므로 어느 풍수 서적보다도 흥미를 가지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저자가 직접 한국어로 기록하였으므로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우리에게 생생하게 전달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