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은 없다 - 이 땅의 산줄기는 백두대간이다
조석필 지음 / 산악문화 / 199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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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최근 백두대간이라는 말이 광고에까지 등장할 정도로 일반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이제는 그 용어에 대해 모두가 익숙하게 되었다. 그러나 백두대간에 대한 개념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들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이 책은 백두대간의 복원을 말하기 위해 쓰여졌다고 저자 조석필씨는 말한다. 그는 지리학을 전공하진 않았지만 잘못된 산맥 체계도를 배우는 우리 나라의 지리 교육 현실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으로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따라서 지리학을 하는 사람들에게 부끄러운 마음을 가지게 하는 책이다.

우리가 지리 교과 시간에 배우는 산맥의 체계는 1903년 일본인 고토분지로가 발표한 논문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단순히 반일 감정에 의해 '태백산맥은 없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지금 배우는 산맥의 체계가 매우 과학적이라면 그것으로서 타당한 것이며 가치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것이 매우 비과학적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민족 정체성을 흐리게 하는 데 있다.

지리 부도에 표기된 산맥은 산줄기가 아니다. 예컨대 차령산맥을 따라가다 보면 크고 작은 하천과 만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남한강과 차령산맥이 교차한 지점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물은 높은 지점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이 자연의 법칙인데 남한강이 차령산맥을 넘었다고 설명해야 하는가? 그러나 우리 선조들이 인식했던 1대간 1정간 13정맥의 개념으로 설명하면 이러한 모순이 결코 생기지 않는다.

고토분지로는 지리학자가 아니라 지질학자였다. 따라서 그가 분류한 산맥의 개념은 땅 속의 지질 구조를 연구 방법으로 사용했다. 지질학과 유사한 분야로 지리학에서는 지형학이 있는데 그것은 땅 겉 표면과 인간 생활의 관계를 연구 대상으로 하는 학문이다. 그러므로 지질학자 고토분지로의 산맥 체계는 지리학적으로 타당성이 없으며 땅의 형상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도대체 지표의 산줄기와 땅 속의 지질 구조와 어떠한 연관성이 있는가?

지금의 산맥 체계는 일제의 강점 논리로 교묘하게 왜곡되며 날조된 것이다. 백두대간이란 우리 선조들이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를 하나의 거대한 산줄기로 인식했던 개념이다. 일본은 가급적이면 그 거대한 산줄기를 여러 토막으로 끊고 싶어 했으므로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태백산맥, 추가령구조곡, 함경산맥, 마천령산맥으로 위축시켰다. 우리 국토의 형상도 호랑이에서 토끼로 비하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이 책을 읽었다면 지리학자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부끄러워 해야 한다. 우리 국토에 대한 무관심과 사랑없음에 대해... 해방후 반세기가 지난 오늘날에도 지리 교과서의 지형편에는 태백산맥에 대해 설명되어 있다. 고토분지로의 논문을 충분히 검증하지 않고 무작정 베켜쓴 것이다. 한반도라는 용어도 일본이 우리 나라를 낮추기 위해 만들어낸 말이다. 그래서 저자는 대안으로서 한반도 대신에 '한슬람'이라는 용어를 새롭게 제안하였는데 한슬람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순수한 우리말 같아 매우 인상적이었다.

국민의 정체성은 올바른 지리 인식과 국토 환경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된다. 그러므로 현재의 잘못된 지리 교과서를 하루 빨리 고쳐야 하며, 우리 국토를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산경표를 배우고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단순히 우리의 전통 지리 사상을 배우기 위해서가 아니다. 저자는 백두대간이 온전히 복원되어 이 책이 휴지통에 버려질 알이 왔으면 참 좋겠다면서 그 날은 '대한 독립 만세'만큼 기쁠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저자의 말대로 우리 나라의 진정한 독립은 백두대간의 복원에 있다고 말해도 지나친 표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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