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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의 낱말들 - 아름다운 낱말 하나를 얻는 순간 세계는 곱절로 선명해진다
박완서 지음, 호원숙 엮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6년 9월
평점 :
#도서협찬

박완서. 한국의 여성 작가를 말할 때 가장 먼저 나올 이름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봄의 전시에서 박완서 작가의 일기 몇 편을 읽었다. 일기라는 일상의 언어는 삶의 그 자체이자 작품이었다. 박완서 작가의 소설들은 미사여구보다 살아온 시간들로 채운 느낌이다.
박완서 작가의 작품을 읽다보면 찰진 우리말들을 만나게 된다. 생김새나 소리를 글자로 빚어놓은 것 같은 우리말 표현들은 소설에 생동감을 넘어 삶을 부여한다.
<박완서의 낱말들>은 작가의 서랍에서 꺼내 엮은 우리말들을 엮은 사전이다.
‘나스르르’, ’옥시글옥시글‘, ’야죽야죽’, ’아귀아귀’ 같은 표현들은 글자를 읽으면 그 움직임의 모양새가 글에서 보이는 것 같다.
의성어나 의태어 외에 ‘난분분하다’,’퍼더버리다'’,구뜰하다’ 처럼 상황이나 심지어 제법 먹을만한 맛을 표현하는 단어가 있다는 것도 신기했다.
생동감을 주는 맛깔스러운 말도 좋았지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마음을 표현하는 단어들이 더욱 와닿았다.
“아이고 신통한 내 새끼, 할미 생각 끔찍이 하네. 할미도 이제 효녀 손주딸 둔 덕 좀 보세. 이제 서울가면 신식 양약을 사올 텐데 뭣 하러 그까짓 거머리한테 뜯겨?” 그때 할머니의 웃음은 뭔가 아뜩했다.
아뜩하다는 갑자기 어지러워 정신은 잃고 까무러칠 듯함을 의미하는데 위의 문장에서는 할머니의 희미하고 설명하기 어려운 느낌을 표현할 때 사용한 것이 새로웠다.
화가나서 속이 부글부글 끓는 것을 의미하는 ‘괴다'도 흥미로웠다. 나의 어휘력이 부족해서 그렇겠지만 턱을 괴다 외에 홧병을 표현하는 괴다는 처음 보았다.
박완서 작가의 작품 속에서 익혔던 우리말들을 만난다면 조금 더 맛깔스러운 독서가 될 것 같다.
먼저 120개의 우리말을 아귀아귀 먹어보며 노트에 수집할 낱말을 골라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