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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밀크
데버라 리비 지음, 권경희 옮김 / 비채 / 2023년 10월
평점 :
"충분하지도 적당하지도 않은 우리의 온도
마냥 사랑할 수도, 훌훌 털어낼 수도 없는 관계에 대하여"
소피아의 엄마 로즈는 몇 년째 원인을 알 수 없는 다리 마비 증상을 겪고 있다.
로즈의 다리를 치료하기 위해 소피아는 박사과정을 포기하고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려 두 사람은 스페인의 한 유명 클리닉으로 떠난다.
하지만 스페인에서의 주치의는 이해할 수 없는 진단과 처방으로 모녀를 혼란스럽게 하며,
로즈는 어제는 걸었다가, 오늘은 주저앉기를 반복하고
종잡을 수 없는 고통을 호소하며 다리를 잘라버리겠다는 억지를 부리기도 한다.
내일을 기대할 수 없는 고통의 나날 속에서
모녀의 묵은 감정이 불거지는 가운데 두 사람의 억압된 열망이 들끓기 시작한다.
소피아는 혹시라도 자신의 처지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며 큰 결심을 하고
서른 살이나 차이 나는 여자와 재혼하여 어린 딸을 키우며 사는 아버지를 찾아가지만,
아버지마저 그녀의 존재 의식을 부담스러워함을 느끼며
그들만의 안정적인 가족의 화목만을 목격한 채 돌아선다.
인류학을 전공하고 미래에 대한 꿈이 있었던 소피아는
엄마의 '간헐적 다리통증'이라는 병을 돌보기 위해
무심하게 흘러가는 나날들 속에 삶에 대한 원동력도 잃고
자신의 존재를 어디에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외로움과 고독을 느끼면서
스페인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새로운 관계에 무심한 듯 적응해 나가지만~~~
스물다섯 살인 딸 소피아는 의학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어머니를 슬픔과 분노로 가득 찬 마음으로 대하지만 결코 피할 수는 없다.
어머니이기 때문에~~
어머니를 돌보는 마음이 걱정스러운데 더는 대처할, 감당할 자신이 없는 소피아,
그런 마음을 가진 소피아를 탓할 수 만은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소설은 가족 간의 갈등과 희생과 헌신, 사랑과 증오 사이를 오가며 모녀 관계를 이끌어 나간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라며 생의 의지를 저버린 로즈
로즈의 다리 통증의 원인은 뭘까? 도 생각하게 되며
두 여인을 통해 사랑과 결혼 그리고 이혼이라는 자신의 아픔을 간직한 엄마와
그런 엄마를 저버릴 수 없는 또 다른 여인, 딸의 돌봄에 대한 갈등이 와닿는다.
나 또한 엄마의 딸이며, 나의 딸의 엄마이므로
모녀 관계를 조금은 이해할 수도 있는 듯하였지만
돌봄 노동에 대한 현실을 탓하고
로즈의 입장과 소피아의 각각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며
최선의 방법은 과연 어떤 것일까를 생각해보게 하는 소설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오늘 해변에 있는 바에서 노트북을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뜨렸다. 겨드랑이에 끼여 있던, 봉투 모양으로 디자인된 검은색 고무 파우치에서 스르르 흘러내린 노트북은 화면 쪽이 바닥에 닿으며 떨어졌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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