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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바라미 돈 관리의 기술 - AI 주식투자부터 저축 대출 연금까지 10년 차 은행원이 알려주는 현실 재테크
썬바라미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6년 6월
평점 :
금융 시장이 요동칠 때마다 대중은 언제나 ‘무엇을 살 것인가’에 집착한다. 그러나 고금리, 높은 물가, 주택 가격의 급등락이 겹친 오늘의 한국 경제에서 더 근본적인 질문은 ‘어떤 순서로 재무 결정을 내릴 것인가’에 가깝다. 자산 격차를 가르는 것은 소득보다 구조, 그리고 그 구조를 왜곡하는 인간의 심리다.
현직 10년 차 은행원이 쓴 『썬바라미 돈 관리의 기술』은 이 지점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저자는 저축·소비·대출·투자·연금이 제각각의 이벤트가 아니라, 동일한 현금흐름 위에 놓인 연속된 의사결정이라는 점을 전제로 삼는다. ‘투자에도 순서가 있다’는 명제는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테제다. 비상 자금도 없이 레버리지부터 키우는 행태를 그는 “구조가 제거된 수익 추구”라고 부르며,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반복되는 패턴이라고 지적한다.
행동재무학의 관점에서 보자면 그의 문제의식은 크게 새롭지 않지만, 적용 방식은 상당히 실용적이다. 현재 편향은 노후 준비를 미루게 만들고, 과신은 변동성이 큰 상품에 포트폴리오를 과도하게 쏠리게 한다. 손실 회피 성향은 이미 실패한 투자를 정리하지 못하게 만들고, 군중 심리는 주택·주식 시장의 버블에 기꺼이 몸을 싣게 한다. 이 책이 택한 해법은 보다 검소하다. 먼저 가계의 통합 재무제표를 만들고, 비상금과 필수 지출을 분리한 뒤, 남는 현금흐름 안에서만 레버리지와 위험 자산의 비중을 조정하라는 것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사례 선택이다. 은행 PB센터의 고액 자산가가 아니라, 20대 사회초년생, 30대 맞벌이의 내 집 마련, 40대 샌드위치 세대의 교육비·노후 갈등이 전면에 등장한다. 독자가 자신의 월급 명세서를 떠올리며 읽게 만드는 구성이다. 그 위에서 저자는 배당 중심의 분산투자, ISA를 활용한 장기 투자 같은 비교적 평범한 도구를 제시하지만, 그것들을 ‘유행하는 상품’이 아니라 구조 개편의 결과로 위치시킨다. 자산 증식이 아니라 재무 시스템 개조를 목표로 할 때, 동일한 도구의 의미는 달라진다.
『썬바라미 돈 관리의 기술』은 최신 파생상품의 복잡한 구조를 해설해 주지는 않는다. 대신 한국 중산층 가계가 어떤 심리적·제도적 제약 속에서 재무 결정을 내리고 있는지, 현장의 언어로 기록한 보고서에 가깝다. 단기 수익률 랭킹을 좇는 독자라면 다소 밋밋하게 느낄 수 있겠지만, 자신의 재무 행태를 한 번쯤 거리를 두고 점검해 보려는 독자에게는, ‘무엇을 살까’보다 먼저 ‘어떤 구조를 만들까’를 묻도록 만드는 비교적 드문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