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운하 시대, 세상을 연결한 부의 통로
조영헌 지음 / 믹스커피 / 2026년 5월
평점 :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몇 번이고 펜을 들었다. 줄을 긋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 당장 미팅룸으로 달려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경영자는 매일 불확실성과 싸운다. 공급망은 언제 어디서 끊길지 모르고, 플랫폼은 하룻밤 사이에 게임의 규칙을 바꾸며, 지정학은 우리가 쌓아 올린 파트너십을 순식간에 무력화한다. 우리는 이것을 '현대의 복잡성'이라 부르며 새로운 해법을 찾아 헤맨다. 그러나 조영헌 교수는 조용히 말한다. 이 구조는 500년 전에도 똑같았다고.
1,800km의 대운하 위에서 휘주 상인들이 터득한 것은 단순한 장사 수완이 아니었다. 그것은 인프라를 먼저 읽고, 신뢰를 자본으로 환산하며, 권력과의 거리를 정밀하게 조율하는 고도의 경영 철학이었다.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 이 여섯 글자는 오늘날 어떤 경영대학원 교과서보다 날카롭게 파트너십 리스크의 본질을 꿰뚫는다.
역사는 교훈을 주지 않는다. 다만 구조를 보여줄 뿐이다. 그리고 탁월한 경영자란 그 구조를 먼저 읽는 사람이다. 이 책은 바로 그 구조를 읽는 눈을 길러준다. 명나라의 대운하가 막힐 때마다 제국이 흔들렸듯, 수에즈와 파나마가 동시에 봉쇄되던 날 우리의 공급망도 흔들렸다. 달라진 것은 시대의 언어뿐, 본질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연결을 설계한 자가 부를 얻고, 병목을 통제한 자가 권력을 가지며, 단일 경로에 의존한 자는 반드시 위기를 맞는다. 이것이 대운하 시대가 남긴 가장 냉혹하고 가장 보편적인 경영의 법칙이다.
지금 우리는 AI 인프라 주도권 전쟁, 미·중 공급망 분리, 기후 리스크로 흔들리는 물류 동맥 앞에 서 있다. 또 다른 대운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이 책을 펼치는 순간, 당신은 길을 이용하는 자에서 길을 설계하는 자로 첫 발을 내딛게 될 것이다.
강물은 가장 낮은 곳을 찾아 흐르지만, 부는 언제나 그 흐름을 장악한 자에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책을 모든 경영자의 책상 위에 올려두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