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동맹이라는 역설 - 새로 읽는 한미관계사
김준형 지음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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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민족이 미 제국주의자들과 처음 손을 맞잡은 조미수호통상조약--1882년 이래로 139년이 지났다. 이때부터 1980년 광주 민주화항쟁까지 한 민족은 미 제국주의자들에게 배신에 배신을 거듭 당하면서도 일말의 기대감이 없지 않았다. 실제로 그 기대감에 호응해 준 것은 한국전쟁의 뒤늦은 개입 정도. 좀 더 많이 양보하면서 87년 6월 항쟁에 전두환이 광주학살의 재연을 그래도 막은 정도...


미국이 한 민족의 백성을 외면하고 철저히 자기들의 계산에 의해서 한반도 역사를 좌지우지했던 기나긴 배신의 역사를 사실 잘 모른다. 여전히 조선의 썪어빠진 사대부들이 재조지은이라고 명나라를 숭상하는 것에서 특히 우리 나라 보수지지층은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모국은 미쿡인 것 같고 친일파의 또다른 이름 친미파로 자발적으로 나서서 미쿡의 이익을 위해서 철저히 행동한다.

이 땅의 근현대사의 중요한 모멘텀의 순간마다 미국은 한 민족의 기대와는 상반된 행보를 보였다.
조미수호통상조약 때부터 조선을 얕보고 미개한 부족 정도로 인식했던 것이 분명하다. 구한말의 조선의 상태는 문명국으로 보기에는 외교적으로도 어린 아이에 불과했다. 그렇더라도 호혜국이라는 특혜를 베풀은 조선에 대해서 일제와 밀약을 맺어 배신한 것은 용서가 안 된다. 그 후에 조선땅에서 벌어진 전쟁과 무자비한 살육의 역사들...

약소민족의 방패막이는 못 해줄 거면서 민족자결주의는 왜 발표했나? 3.1운동을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우리 민중의 위대한 항거였지만 너무나 많은 인명이 희생당했다. 일제패망 후 미군정에서 보인 행태도 마찬가지다. 여수 순천 제주에서 벌어진 만행들은 미제국주의가 조선과 우리 한민족을 개돼지보다도 못하게 생각했음을 방증했음이요. 일제 식민지 역사는 물론이거니와 일제 패망 후 이어진 냉전 시대 소련과의 체제 경쟁에 함몰되어 한반도를 자기네 체제 경쟁장으로 밖에 여기지 않은 역사의식을 고스란히 드러내었다. 

이승만같은 국내기반이 전혀 없던 친미앞잡이를 내세워 대통령이 되도록 미뤄졌으며 일제에 부역한 세력이 고스란히 원위치하는 것도 묵과 혹은 조장했다. 이승만의 자기 지지 기반 확보를 자국민 학살로 이뤄냈다. 4.19 의거의 열매는 박정희가 따먹게 되었는데 박정희 군부 쿠데타도 미국의 방조 없이는 불가능했고 미국의 추인이 필요한 박정희는 미국의 이익에 적극 봉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베트남 파병은 한참 후에 노무현 대통령의 이라크 파병과 궤가 같을 수 없는 것이 박정희가 자청했다는 것이다.

이후 박정희는 미국에 닉슨 정부가 들어서면서 한 고비를 맞게 되는데 닉슨이 인권에 대한 강조, 중국과의 수교 등 미국의 외교전략 수정에 영향을 받게 된다. 미국과의 불화는 자주국방이라는 카드를 커내들면서 미국의 강경한 반대로 한미관계는 악화일로에 들어선다. 주한미군 감축도 이때 처음 이뤄지게 된다. 주한미군인가? 주한 점령군인가? 자주국방은 노무현 대통령의 화두이기도 한데 사실 그 시작은 박정희였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소위 보수를 표방하는 세력들은  <자주국방=주한미군철수=빨갱이>이라는 프레임에 갖혀서 헤어나올 생각이 없다. 자주국방의 핵심에는 "전시작전권"이 자리 잡고 있다. 

이명박때 연평도 사건은 여전히 큰 상흔을 드리우고 있는데 그때 이명박을 비롯한 보수계에서 "원점타격"이니 강경 발언을 쏟아냈는데 그야말로 뻥카드에 지나지 않는 헛발질이다. 전작권 없는 우리가 그런 타격을 할 권한이 없다. 자주독립국의 전제는 전시작전권의 보유 유무이다. 나토나 일본이 전시에 미군과 맺고 있는 작전권만 봐도 우리의 전작권 부재는 말도 안 된다. 자주국임을 포기하는 발상 속에 한국전쟁 이래로 계속 우리는 갖혀 있다. 정치인들이 못 바꾸면 우리 깨어있는 시민들이 냉전적 사고에서 해방시켜 줘야 한다. (제발 죽기 전에 이 나라가 진정한 독립을 하기를 기도하는 심정으로 쓴다)

이번 서평은 창비의 제공으로 쓰게 되었다. 이 책에서 우리가 꼭 확인해야 할 사실은 "미국이 한반도 역사에 좋게든 나쁘게든 어떻게 기여했는지"이다. 미국의 세계 경찰을 자임하면서 끼쳐온 해악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없는 맹목적인 한미동맹, 굴욕적 대미외교를 청산해야 한다. 그런 자주적인 외교를 펼칠 수 있는 마치  거란군을 세치혀로 쫓아낸 서희같은 강단있는 외교 전략가를 길러내고 그들을 우리네 정치판에 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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