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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의 비움 공부 - 비움을 알아간다는 것
조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1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근에 노자를 주석한 조선 후기 양명학자 이충익으니 "담노"를 읽다가 막힐 때마다 장자를 읽곤 했다. 노자의 고도로 절제된 언어를 따라간다는 것은 고도의 스킬과 상상력이 요구되는 일이었다. 노자 혹은 노담이 쓴 '덕도경'을 '도덕경'으로 편집한 왕필의 주석과 조선의 학자 이충익의 주석을 비교해가며 읽는 맛은 좋았다. 그러나 노장 철학을 전공하지 않는 일반인이 단순히 취미로 즐길만한 작업은 아니기에 힘에 부칠 때면 장자의 장쾌한 스토리는 뇌를 조금 릴랙스하기에 그져 그만이다.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한 preface정도의 서평을 쓰고 싶었다. 장자는 사마천의 사기 열전에 소개되어 있다. 사기를 일각에서는 픽션 취급을 하던데 사마천의 철저한 고증이 없이 그냥 이야기를 날조했다고 보기 힘들다. 붓 한 번 잘못 놀리면 신체 부위 절단하는 등 엄격한 법집행에 되는 사회에서 지금부터 더 엄격한 조건에서 글을 쓰지 않았을까?
장자의 이름은 周(주) 그래서 莊周이고 실제 장자 책 속에 본인이 등장한다. 노장 철학이라는 것을 원래 중국 학계 주류에서는 공자 사상 원류에서 형성되어 간 것으로 보았다. 즉 공자야말로 중국 사상의 조종(祖宗)이고 그의 사후에 제자의 무수한 제자들이 춘추전국의 제후들 슬하에 들어가 다양한 학문으로 꽃을 피운 것으로 우리는 안다. 노자가 먼저냐? 공자가 먼저냐? 사마천의 공자세가에 보면 공자가 노나라 국립도서관 관장 노자에게 禮를 물었다는 유명한 구절이 나온다.
적어도 사마천은 노자를 더 고대의 현인으로 인정한 셈인데.. 이것을 중국과 일본의 주류는 부정해 왔다. 노자의 철학적 담론이 그 까마득한 고대에 나왔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즉 공자와 제자들의 대화를 담은 논어만 해도 하나의 이론적인 체계를 가진 논문이라고 볼 수는 없는데 그 시대에 혹은 더 앞서 도덕경 같은 책이 나올 수 없다는 논리. 마왕퇴와 곽점 무덤 발굴 후 이 모든 학설은 뒤집어진다.
노자의 도덕경의 입지는 고고학적 성과를 발판 삼아 더욱 공고해졌다. 그럼에도 중국 내에서 여전히 공자 중심의 사상적 질서는 공고해 보인다. 공자 숭배는 중국 공산당이 향후 정치사상의 구심점으로 삼고 있지만 노자 철학이 그 위치를 승계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못한다. 노장사상의 반문명적이고 아나키스틱한 측면을 중국 공산당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 조선 문명은 어떨까? 노장의 사상의 함의는 향후 도교로 계승 발전?되는데 우리 조상들의 삶의 전면에 깔려 있던 것은 불교도 아니고 유교도 아니고 바로 도교였다. 은도끼 금도끼 이야기, 선녀와 나뭇꾼 이야기 등 등 우리 민간에 전해지는 설화에 대부분이 다 도교다. (이 점에 착안했는지 모르겠지만 최근 도올 선생님의 도덕경 역주는 의미가 있다)
장자를 읽는다는 것은 지적인 모험이기도 하지만 험난한 여정이다. 책이 크게 내편, 외편, 잡편으로 구성되며 내편은 7개, 외편 15개, 잡편 11개의 편 총 33개의 편을 이룬다. 동양고전에 조금 미쳐 있음에도 아직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는 책이 몇 개 있는데 시서역경이 있고 그 다음이 장자이다. (물론 중국의 13경 중에 대부분이 아직 미답지이긴 하다 죽을 때까지 읽어도 전체를 읽기에는 턱없이 시간도 없고 그럴 꺔냥도 안 된다)
지금 소개하는 <장자의 비움 공부>는 1부, 2부,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특히 1부 독서에 더 집중하길 당부하고 싶다. 장자의 위에서 말한 세 편 중에 장자가 직접 저술한 것으로 파악되고 장자의 사상이 집약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내편'이다. 내편에 다양한 파편을 저자 '조희'가 1부에서 집중 조명하고 있는데 장자에 문외한이 독자들도 한 번쯤 들어봤음 직한 이야기들이 내편에 많다. 호접지몽(胡蝶之夢), 구만리를 날으는 봉황새, 원숭이의 어리석음을 다룬 조삼모사(朝三暮四) 등 흥미로운 이야기로 가득 차있다. 노자의 도덕경을 읽은 독자는 무위의 정치, 스스로 그러한 자연 그리고 물 흐르는 대로 사는 삶의 지혜를 장자의 내편에서 복습할 수 있다. 노자와 장자는 우리 한민족의 조종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