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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라틴어 원전 완역본) - 최상의 공화국 형태와 유토피아라는 새로운 섬에 관하여 ㅣ 현대지성 클래식 33
토머스 모어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를 드디어 읽게 되었다. 일련의 공화국이라는 시스템을 15세기에 떠올렸다는 것만으로 칭송받을 만하다. 토마스 모어의 순수한 상상만으로 유토피아를 상정하기는 어려운 것 같고 책 곳곳에 플라톤의 국가론 냄새가 나기도 한다. 지금의 대의민주주주의를 기반으로 한 근대국가가 유토피아에 근접했느냐? 그건 아닌 것 같다. 유토피아의 개념에 가장 근접한 국가를 굳이 서양사에서 들춰 본다면 페리클레스 시대의 그리스 도시국가 아테네 정도. 그리고 아테네와 경쟁했던 스파르타.
지금 시점에서 왜 유토피아일까? 우린 지금 디스토피아의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일까요? 코로나 19도 문제지만...N포시대 저출유산 시대 헬조선...저성장의 그림자 생계형범죄 이 모든 현상이 Dooms Day로 끌고 가는 것일까요?
"유토피아에는 사유재산이라는 것이 없기 때문에, 돈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돈에 대한 탐욕도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그 결과 수많은 사회문제가 제거되었고, 수많은 범죄가 근본적으로 뿌리 뽑혔습니다."
[不貴難得之貨 使民不爲盜 不見可欲 使心不亂] 얻기 어려운 재화를 귀하게 여기지 않아 백성들이 도적이 되지 않게 하며 욕심날 만한 것을 드러내지 않아 마음이 어지러워지지 않게 한다.
(초원 이충익의 담노 역주, 김학목 역주, 통나무 출판)
작금의 물질주의 시대 유물론이 판치는 세상이 오기 한참 전, 토마스 무어의 사유재산제도에 대한 경계가 놀랍다. 토마스 무어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국같은 소비괴물국가가 태어났다. 인종의 용광로가 아니라 지구의 소비 용광로. 현대인의 삶이란 것이 끊임없이 귀한 재화를 만들어서 욕망을 일으켜 마음을 어지럽게 한다. 사실 유토피아는 노자다. 토마스 무어보다 몇 천년 전에 노자는 알았다.
"아무도 사유재산이 없지만, 모든 사람이 부자입니다. 온갖 걱정과 염려에서 벗어나 즐겁고 편안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보다 더 큰 부는 없기 때문입니다."
[上善若水 水善利萬物而不爭] 최고로 잘하는 것은 물처럼 하는 것이다. 물은 만물을 잘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는다. (초원 이충익의 담노 역주, 김학목 역주, 통나무 출판)
"유토피아 사람들은 전쟁을 생각할 때 전적으로 짐승에게나 어울리는 것으로 여겨 극도로 혐오합니다."
고대부터 시리아내전까지 인간의 역사에서 전쟁은 숙명과 같은 것일까? 중국사에서도 춘추전국시대도 그런 전쟁드라마 속에서 피어난 문명이 아닐런지. 우리 민족의 삼천리금수강산은 원래 젖과 꿀이 흐르는 아름다운 곳: 평화가 피어날 수 밖에 없는 곳이었다. 대륙 조선이 문명을 피워 나갔던 환웅과 환인이 세운 고조선은 평화가 공존한 바로 노자가 물처럼 부쟁하는 사회였다. 고조선의 분열 후 통일신라 전까지만 해도 삼국간의 쟁투는 있었지만 신라의 균형을 무너뜨리려는 야욕 이전까지는 그런 전쟁이 없었다.
[太上不知有之...(중략) 百姓皆謂我自然] 최상은 백성들이 그것이 있음을 알지 못한다. 백성은 모두 스스로 그러하게 되었다라고 말한다. (초원 이충익의 담노 역주, 김학목 역주, 통나무 출판)
"그 밖의 다른 범죄들에 대한 형벌은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법치주의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법으로만 해결되어서는 곤란하다. 사회를 부쟁의 사회로 만들어 법리 싸움할 일이 없도록 만드는 것이 유토피아다. 사회의 모든 제도를 부정하는 것이 아나키즘이고 그 무정부 무제도주의의 원형이 노자철학이다. 노자의 가르침으로 돌아가는 것이 토마스무어의 유토피아. 주변의 각종 소송사건을 보면서 법이 만든 제도가 만든 이 놈의 소송공화국. 몇 천년전의 노자의 혜안에 놀랄 수 밖에 없다. 우리 사회가 조종으로 삼았던 미국의 법률제도를 이제는 폐끼해야 한다. (선거에 진 트럼프가 각종 법률적 장치로 사회를 오염시키는 것을 보고 우리가 미국을 따라가야 할 지 반성케 된다)
토마스무어의 유토피아의 아쉬움이 있다면 노예제의 존속이다. 노예 신분의 해방이 없다. 유토피아에 왜 신분이 있어야 하나? 예수님의 천국복음운동에도 노예는 천국 못 간다가 없는데 서양 사상의 원류는 기저에 노예제 깔려 있는데 그 문제의 초극이 없이는 서양사상이 인류의 구원이 될리 만무하다. 지금도 미국 어딘가에서 흑인이 죽어나가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