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나를 함부로 하지 못하게 하라
무옌거 지음, 최인애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근에 지인이 자동차를 바꾸겠다고 하면서 네게 조언을 구했다. 열혈  독일차 애호가가 되어 버린 나는 열심히 독일차 종류 성능 안전 사양 등을 읊으며 그 지인에게 구매를 독려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렇게 내가 독일차 딜러에 빙의한 거 마냥 열심히 팔려고 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 어느 순간부터 그 친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내가 그에게 바라는 것에만 매몰된 것이 아닌지. 내가 과연 남들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이 되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하는 마음으로 이 책의 페이지를 열게 되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착한 사람 되기 병"에 나도 단단히 걸려 있었던 것 같다. 직장 동료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는데 어느날 그 동료랩탑이 고장났다는 거다. 컴퓨터 좀 만진다고 자부했기에 덜컥 내가 고쳐보겠다는 이 놈의 오지랖! 여하튼 그 컴퓨터를 포맷하게 프로그램을 설치했는데 원래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그런데 직장 동료의 반응은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느냐면 역정을 내고 해결 못할 거면서 왜 설쳤냐는 등 온갖 험담으로 융단폭격했다. 

"진정으로 자기 자신을 존중하고 아끼는 첫 걸음은 거절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예전에 적성?에 안 맞는 수행비서 일을 6개월 가량 한 적이 있다. 이쪽 업계에 비교적 널리 알려진 분이고 그로 인해 지방강연 및 방송 스케줄이 잦았다. 스케줄을 관리하고 운전하면서 강연도 동행하고 그 기간동안 수시로 울려내는 전화에 울렁증이 생겼다. 방송 촬영이 예정되어 있는 날이었는데 방송 스텝들은 우리 사무실에 이미 와서 세팅을 다 해 놓고 있는데 이 나름 유명인께서 아무리 기다려도 안 오는 것이다. 연락이 결국 되었는데 이런저런 핑계로 시간을 끌라는 거다. 예정 시간보다 훨씬 늦게 나타나서는 내가 잘못했다는 거다 빨리 오라도 독촉했어야지 하면서 덤태기를 나한테 씌우는 것이다. 아직까지도 그날 느꼈어야 했던 억울함과 모욕은 기억에 생생하다. 그럼에도 그 망할 비서짓을 몇 달 더 참고 했다. 그 인간은 여전히 잘 먹고 잘 산다. 그 사람은 사회적으로 보면 악인은 아닌 게 맞다. 나한테 잘 못하는 사람일 뿐이다. 

"나는 나를 좋아하는 사람만 좋아하며, 나에게 잘 대해주는 사람만 잘 대할 것이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모든 분들에게 이 책을 헌정하고 싶다. 난 학원쟁이로 만 20년을 채우고 이제 넘겼다. 학원이라는 곳은 소비자가 두 종류다. 아이가 있고 아이 뒤에 엄마나 아빠 즉 간접소비자라는 두 겹의 소비자층이 있다. 학원은 그냥 성적만 내는 곳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결을 달리 하지만 학원에 교육종사자들도 선생들이다. 학교 선생님만큼 아이들과 접점이 더 많고 간혹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그런데 일부 부모님들은 그냥 장사치로 대하는 경우를 본다. 학원에 간식하나 제공하는 것 교과 외에 프로그램 운영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그런데 매번 청구하지도 않을 뿐더러 수시로 제공하는 프린트물도 그냥 다 제공된다.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 배신 당한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난 그냥 퇴원하라고 정중히 부탁드린다 이제는. 호의가 계속 되면 권리인 줄 착각하지 말자.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에게 당신의 선량함을 먹이로 던져 주지 마라. 결국 바보가 되는 쪽은 자신일 테니 말이다."   

책을 덮으며 사회 구성원 그 누구 하나도 함부로 대하지 않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기득권을 가진 이 땅의 세력들 특히 자본가와 그에 결탁한 법률가, 고위공무원 엘리트들 그리고 이들의 이해관계를 옹호하는 언론가들. 소비자, 영세소상공인, 일개 시민들 우습게 보지 말라. 정치혐오, 대북이슈를 늘 들고 나와 시민들 갈라치기해서 기득권 연장하려는 속셈 이제는 안 통한다. 나는 우리 사회가 사회적 약자를 보듬고 착한 사람으로 사는 게 호구된다는 식의 "철들기" 교육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선량한 사람이 퍼뜨리는 긍정의 영향력이 지배하는 다투지 않는 不爭의 공동체가 되길 바란다. 한 사람의 감정의 응어리는 개인적 심리치료의 대상도 되겠으나 결국 사회문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김어준이 "닥치고 정치"라는 책을 쓴 이유를 이제 알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