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 3 : 실크로드의 오아시스 도시 - 불타는 사막에 피어난 꽃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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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유홍준 선생의 출판여정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덧 不惑에 가까워지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서고에 꽂혀있는 <다시 현실과 전통의 지평에서> '이응노' '박수근' '이중섭' 등을 처음 알게 해 준 책이다. 이때부터 인사동과 간송미술관을 들락날락 하게 되었던 것 같다. 
<화인열전>은 그 누구보다 김홍도의 위대함에 눈을 떴던 계기가 되었던 책이다. <완당평전>은 당대 한류스타 추사의 존재감을 확인케 해 주었다. <금강산>은 다시 금강산 관광이 열리기를 염원하고 아끼고 아끼며 아직 감히 열지 못 했다. (노무현대통령 때 발길을 재촉하지 못한 게 천추의 한이다) 
국내편 10권의 문화유산시리즈에서 소개한 지역은 그때그때 답사지가 정해질 때마다 천천히 밟아나가고 있다. 코로나19 덕에 당분간 국내여행에만 집중케 하여 조금은 숙제해결에 속도를 낼 수 있겠다. 
일본편 4권의 여정을 되려 먼저 따라가게 되었다. 교토자유여행에 이만한 동반자가 있었나 싶다. 일본이 가진 것 중에 하나, 뺏어오고 싶다면 교토의 그 옛스런 정취일 것 같다. 문화유산을 보는 눈을 더 예리하게 벼려내고 싶다면 <미를 보는 눈>셋트가 있고 <한국미술사강의>셋트도 must have 아이템이다.(언젠가는 다 읽을 수 있겠지...)

동북아 문명은 한중일이 서로 주고 받으면서 쌓아올린 찬란한 인류의 유산이다. 이 문명의 본령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을 나는 이제야 열어보게 되었다. 한중관계 북중관계 미일관계 북미관계 등 국제정치의 역학이 동시에 충돌하는 이 지정학적 위치. 인류 최강국의 이해관계가 얽히고 섥힌 이 곳이 바로 문명이 새로이 꽃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우리는 더 역사를 알아야하고 역사가 남긴 유산을 더 잘 알아야 한다. 그런데 유홍준이 선생의 구수한 재미난 입담으로 만날 수 있으니 이 보다 더 맛있는 역사 공부가 있을꼬... 
우리가 만나는 이야기는 그 세번째 이야기인 "실크로드=비단길"에 대해서다. 책을 읽기에 앞서 KBS가 참여한 "신실크로드 영상도 있고 EBS 다큐영상도 시청하고 유홍준 선생께서 아래와 같이 참고한 책을 소개해 주셔서 그것도 같이 펼쳐 놓았다. 


이 책을 읽기 전 실크로드...한 무제, 장건까지 가다가 서유기에 캐릭터에서 멈춘다. 유홍준선생도 마찬가지셨다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거기도 많은 사람들이 살았던 곳이기에 유적에서 우리는 선생이 느끼신 희노애락을 같이 느낄 수 있다.


책상머리에서 막연히 실크로드를 생각할 때면 동서교역을 위해 낙타를 몰고 가는 소그드 카라반, 또는 불경을 구하기 위해 황량한 사막을 건너던 현장법사나 혜초 스님 같은 구법승들, 또는 서역을 차지하기 위해 중국인과 유목민이 벌인 무수한 싸움을 떠올리곤 했다. 그러나 막상 투르판에 와보니 (중략) 서역인들의 숨결과 체취가 살갑게 다가왔다- 56p


유홍준 선생의 글의 맛은 유적에 대한 전문적이고 구체적인 설명에서 찾을 수 있지만 다분히 개인적?인 선생만의 감상에서 나는 더 격하게 공감하는 편이다. 그래서 선생이 답사한 곳을 가면 나도 그런 비슷한 감정이 느껴지는지 리트머스 시험지를 스스로에게 들이밀어 본다. 


폐허에는 나름의 미학이 있다. 같은 폐허라도 로마 시대의 대규모 목욕탕인 카라칼라 대욕장大浴場이나 .... 위대함에 경의를 표하게 한다. 우리 산천에 널려 있는 폐사지를 보면 화려한 건축이 있는 절집보다도 풀숲에 묻혀 있는 주춧돌과 무너진 석탑에서 오히려 선미禪味가 느껴진다.-86p


누구나 한 번쯤 사막을 꿈꾼다. 막상 사막을 가려고 하면 어디 사막을 가야할까? 
유홍준 선생은 쿰타크 사막을 추천하신다. 최근에 김미루 작가의 <문도선행록>이란 책을 읽으면 사막에 대한 그리움을 키워 왔는데 유홍준선생이 방점을 찍으셨다. (제발 covid19! 썩 물렀거라!)


이윽고 사막지프차는 사막의 가장 높은 모래산 정상에 우리를 내려 놓았는데

차에서 내리는 순간 모두를 넋을 읽고 말았다. 세상에 이럴 수가 있을까. 남쪽을 바라보니 모래산 능선이 파도치듯 한없이 굽이쳐 뻗어나간다..-70p.


실크로드 역사를 우리 역사와 관련지어 설명해야 할 필요성도 느낀다. 신라가 당을 끌여들어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켰는데 특히 그 큰 땅덩이의 고구려 사람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역사책에 없다. 유홍준 선생의 답사기 이번 중국편에는 1권과 3권에 그 흔적을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었다. 

이 먼 땅에 고구려 유민의 후손인 "고요장군"의 무덤이 발견되었다. 669년 고구려를 멸망시킨 당은 약 20만명의 고구려인을 강제이주시켰다. 익숙한 장면이 떠오르지 않는가? 스탈린에 의해 자행된 강제이주..우리 민족의 다이애스포라의 역사는 고구려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렇게 나라가 망해 강제로 끌려간 땅에서도 그 후예들은 활약했다는 것을 그 고분이 증거하고 있다. 백제인들이 일본문명을 건설한 것도 그 궤를 같이 한다. 

바램이 있다면 고구려 백제가 그들이 손수 썼던 역사책이 발굴되는 것이다(깁부식은 당최 뭔짓을 한 것일까? 삼국사기의 근거가 된 자료들은 다 어떻게 했는가? 그런데 그건 조선을 건국한 소위 신진사대부놈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도대체 고려왕조실록을 어떻게 했는가?) 일본 서기의 거품을 빼고 그 속에서 백제의 역사를 추려내었음 좋겠다. 최근에 <고구려의 핵심 산성을 가다>란 책이 발간되었다. 이런 우리 역사를 바로 알아가는 움직임 그 여정에 열심히 동참하고 싶다. 그런 학계의 성과를 끊임없이 제자들 가르치는데 사교육 현장에서 재밌게 풀어주리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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