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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의 일 - 아이디어, 실행, 성과까지 일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양은우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20년 6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을 읽고 한 가지 확실하게 배운게 있다. 기획과 계획의 차이. 영어로는 plan과 planning이라고 구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획이란 조직이나 개인의 가치 증대를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책 167쪽.
우리는 사실 계획을 하지 기획은 하지 않는 것 같다. 저자의 정의에서 보듯 "가치 증대"를 꾀하지 않거나 이를 구체화할 필요를 깨닫지 못하고 있어서가 아닐까? 그런데 우리가 일하는 공간에서 하는 기획도 잘 해야겠지만 우리 일상 속에서는 계획 말고 기획이 필요할까?
저자가 서문에서 밝히고 있는 바, 예비 배우자에게 청혼을 하려는 상황이라고 가정해 보자. 결혼식은 잡혀서 시시각각 예비 신부의 무언의 압박은 들어오고 하루빨리 장소, 시간, 방법, 청혼반지, 감동적인 영상 혹은 편지, 근사한 저녁식사 등 준비할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닌데다 일생일대의 중요한 모멘트로 기억에도 남아야 하는 부담감.
각종 모임의 대표격인 일을 맡았다고 해 보자. 동문회장, 향우회장, 조기축구회장, 농협조합장, 탁구클럽장 등 등 회식도 해야 할 것이고 정기총회 야유회 (언택트 시대에 이런 모임들이 어떻게 변모해 갈지 모르겠으나...) 비용모금부터 회계, 조직관리 등 웬만한 회사 업무만큼의 책임감과 업무역량이 요구된다. 기획의 노하우가 필요하다. 그런데 본 필자는 이게 다 계획인 줄 알았다. 이 책을 이제라도 알아서 그나마 다행이다. 지금 내 업무가 기획인데 기획을 이제껏 모르고 일했다.
저자는 책에서 기획능력을 기르는 10가지 기술에 대해 상술하고 있다. 미쳐 생각치 못한 몇 가지 지적하는 것으로 자세한 소개는 대신하겠다. 첫 가르침은, 위에 상사가 있는 기획자라면 상사에게 질문을 잘 던져야 한다는 거다. 한국의 회사는 스스럼없이 질문하는 환경이 아닌 것으로 유명?하다. 어릴 때부터 그런 교육에 익숙지 않는게 문제다. 질문이 어려우면 상사와 혹은 기획한 일을 같이 실행할 직원들과 회의라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질의응답이 오고 가야 한다. 그런데 회의는 어떤가?
<모든 회의는 사전에 안건과 의사결정 사항이 명확히 정해져 있어야 한다. 참석자들은 회의에 앞서 안건과 관련된 배경을 파악해야 하며 의사결정 사항에 대한 명확한 의견을 갖고 회의에 참여해야 한다>
---책 47쪽
COVID19덕분에 회의를 위한 회의는 많이 줄었다는 희소식이 들려서 이제 회의다운 회의 좀 하겠다 싶다. 본 필자도 무수한 회의가 있었지만 무슨 회의인지도 모르고 참여한 회의들이 떠오른다. 뭔가 결정이 나지 않은 쓸모없이 흘러가 버린 시간들...
두번째 깨달음은 식상된 이야기 같지만 그래도 중요한 "문제정의". 내가 감정이 상했다 기분이 안 좋다 등의 개인의 심리적인 문제도 그 문제가 무엇인지 정리해 보고 말해 보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 받는 경우가 다반사다. 저자는 진짜 문제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첫 번째는 관찰, 두 번째는 경험, 세 번째는 인터뷰다>라고 상술한다. 그냥 모니터에서 아래한글을 열어놓고 자판에 손만 올려놓고서는 좋은 기획이 나올리 만무하다.
<아인슈타인은 자신에게 문제 해결을 위해 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문제가 무엇인지 정의하는 데 59분의 시간을 쓰고, 해결책을 찾는 데 나머지 1분을 쓰겠다고 했다> ---책 87쪽
세번째 깨달음 "그래서 결론이 뭔대요?"라는 질문을 듣지 않는 기술=결론은 이렇습니다라고 두괄식으로 구성되는 기획문. 그렇게 궁금한 상사에게 결론부터 이야기해 두자.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메세지로 기획자의 의도 주장이 들어간 결론이어야 한다. 마음을 사로잡는 컨셉의 기획을 애플광고를 보면서 저자의 충고를 깊이 되새기게 되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3ooEvA_ZS8
기획자는 문제정의를 잘 했으면 참신한 해결책도 내 놓아야 한다. 기획자는 그런 의미에서 어려운 일이고 많은 공부가 필요한 일인 것 같다. 저자는 다음의 습관을 가질 것을 주문한다. <익숙한 틀에서 벗어나 사고한다>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기에 거침없이 모방하고 기존에 것들과 연결한다> <통찰력을 얻기 위한 관찰을 잘 하자> 개인적인 생각인데 이중에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게 "관찰"이 아닐까 생각한다. 관찰 그럼 어떻게 해야 할지 저자가 187p에서 198p까지 친절히 안내해 주고 있으니 읽어보시길 바란다.
<관찰 역량을 높일 수 있는 동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여기서 'WITH'의 4가지 개념만 소개하고자 한다. WITH란 Wonder, Inconvenience, Trivial, Hundreds experience의 머리글자를 딴 용어이다>
기획자의 역량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실행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생각도 많고 문서화도 잘 하고 사람들과 사회성도 좋은데 실천에 옮기지는 못한다. 실행하지 않으면 모두에 말했던 "가치증대"는 요원한 것이니까? Daydreaming만 하고 앉어서는 곤란하다. 나는 독립서점을 하고 싶다. 기획이 어느 정도 머리에 있다. 그런데 언젠가?라는 꼬리표만 붙여 놓은채 시간만 보내고 있다. 저자는 실행에 옮기기 위한 PMI, ALU, PPC기법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읽고 서재에 꼽아두는 책이 아니라 기획자의 책상 위에 두고 수시로 열어봐야 하는 참고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