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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럽터 시장의 교란자들
데이비드 로완 지음, 김문주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목 잘 지었다. 이 타이틀을 보고 듣는 순간 나는 음 시장을 장악하려는 일종의 음모세력 특히 신자유주의자들과 월가의 돈줄을 쥐고 있는 자본주의자들을 떠올렸다. 내가 틀렸다 적어도 글로벌한 관점에서는.
이 책은 시장의 교란자들이란 혁신에 성공한 기업들을 말한다. 4차산업혁명은 상식처럼 되었고 세상이 "급변"한다고 했지만 잘 체감하지 못하는데 책 서문에 소개한 몇 가지 팩트만 봐도 금새 수긍하게 된다.
{전화기는 5,000만 사용자에 도달하기까지 약 50년이 걸렸지만 아이팟은 4년, 포켓문고는 19일이 걸렸다}
{미국 내 S&P500 기업의 평균수명이 1958년에는 61년이었지만 2012년에는 18년으로 줄어...}
이런 변화의 시기에 개인도 기업도 사회도 정부도 혁신이라는 과제 상황에 놓여있다. 저자는 실제로 대규모 조직들이 진정한 혁신 creative destruction 보다는 "혁신연극" 즉 혁신을 코스프레만 한다는 것이다. 그런 혁신연극을 개소리에 불과하다고 뼈를 때린다.
"많은 기업이 혁신을 이야기하고 또 그 과정을 틀에 끼워 넣으려고 합니다.
나는 그게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어떤 혁신도 책상 위에서는
일어날 수 없습니다. 창의적인 브레인스토밍을 구조화하려는 사람은
혁신할 수 없지요. 혁신은 운 좋게 발견하는 거에요. 전혀 상관없는 곳에서
나온 영향력이나 아이디어를 완전히 받아들일 때 일어나는 겁니다.
아주 오래도록 문제를 쩨래보고 있는 사람에게 그런 것이 나올리는 없지요."
위의 인용구를 읽었을 때 "교사용"책이 잘못 온 줄 알았다. 선생님들은 잘 아실 테지만 출판사에서 홍보용으로 교사용 참고서를 보내 준다. 교사용에는 부가설명이나 모범답안이 수록되어 있어 수업준비가 용이하다. 이 책은 각 챕터마다 핵심구절 즉, 독자들이 밑줄치고 형광펜으로 표시해 둘만한 부분에 알아서 밑줄을 그어놓았는데 책 표지 색깔과 깔맞춤했다. (이런 디테일 매우 마음에 듦)
책 제목 시장의 교란자들로 선정된 회사들은 다음과 같다. 이 책에는 한국과 한국 회사는 없다.
영국의 Arup, 미국의 DDS, 핀란드의 OP, 구글 문샷 팩토리, UAE 정부혁신센터, 에스토니아 국가 전체, 미국의 오토데스크......우리나라 언론들이나 소위 오피니언 리더들이 위기를 외쳐댄다. 그런데 위기를 조장하는 세력들이란게 자기 밥그릇 지키는데 써먹는 위기조장론자들이다. 백년 천년 대계 없는 그냥 전 국민 "기생충"으로 살게 만들려는 정치공작이다.
이런 지구촌 전체가 당면한 "급변"이라는 과제에 이들 보수층을 기득권을 대변하는 본인들도 무관하지 않다는데서 우리의 고민은 시작해야 한다. 그렇게 지키고 싶은 자기들의 이익은 결국 100년 전의 식민지 과제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런 기득권만 지키면 국가와 민족은 어떻게 되도 상관없는 족속들이다.
회사는 모든 직원을 한 인간으로 대접해야 하면 수단 뿐만 아니라 목적으로 대접해야 한다고 Arup은 말한다. 인재들이 재능을 펼치도록 해주는 조직을 만드는 권한은 가능한 아래로 분산해야 한다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배운 내용을 강조한다. 그만큼 실천이 어렵다는 말로 들렸다. 내가 당장 몸담고 있는 조직이 그러하진 되묻게 된다.
신뢰를 강화하고 심리적 안정을 꾀하면 처벌의 공포없이 목소리를 낼 때 수평적인 조직 문화가 뿌리내리게 된다고 그래야 말단 직원도 최고의 해결책을 낼 수 있다. (65p 인용구 변형)
미래의 서점은 어때야 하고 내가 해 보고 싶은 서점은 어때야 할까? 저자는 런던의 Heywood Hill 서점에 주목했다. 독립서점, 독립출판 등 미디어 중독의 시대에 다시 아날로그로의 회귀 혹은 르네상스가 온 것인가? 여기에 나도 새로운 기회를 잡을수 있을까?
이 책은 좋은 점은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찬양에서 조금은 벗어나있고 몰랐던 여러분야의 기업들과 국가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에스토니아는 100유로만 내면 전자시민권을 발행해 주며 18세 이상이고 전과가 없으면 회사를 세워 EU내에서 거래할 수 있다고 한다. 일종의 앱스토어가 국가가 되는 컨셉이다. 에스토니아 정부는 여기서 덛 나아가 정부서비스를 모두 디지털화했고 투표도 온라인화하고 의료기록도 전자화했다. 실제로 정부기관에 가야 하는 행정서비스를 최소화했다. 이런 전자시민을 위한 국가주도 블록체인 기반으로 암호통화도 발행했다. 에스토니아 사례를 보면서 After Nations를 읽어야 할 이유가 생긴다.
국가 사례에서 빼놓지 말아야 할 국가는 UAE다. "우리는 쉼없이 움직이는 국가입니다. 국민과 세계를 위해 더 좋은 뭔가를 원하니까요. 우리는 status quo를 좋아하지 않아요. 우리가 더 훌륭한 일을 많이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지구상에 이런 국가가 몇 개나 될까? 아직 우리도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우리는 총선을 앞두고 있는데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혁신의 정치인을 투표로 뽑을 수 있는 상황인가? 진보나 보수같은 프레임은 다 갖다 버려야 하는데 여전히 남북 냉전 구조의 틀에서 반사 이익을 꾀하려는 쥐같은 무리가 있어서 문제다. 국가보다 눈앞의 이익에만 함몰되어 있는 정치세력들 기득권을 투표로 심판하고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두바이 같은 국가를 선물해야 되지 않을까?
"우리는 미래의 10년을 넘어 50년까지 생각합니다. 갈수록 아득해 보이겠죠. 그러나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야 합니다. 우선 꿈이 있어야 합니다. 꿈을 꾸는 것은 필요조건입니다."
이 책의 또다른 장점은 매 챕터마다 "Action Point"를 별도로 첨부하여 사실 이 부분만 읽고서 각자가 이끌고 있는 조직에 적용해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