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 - 정확하고 설득력 있는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서울대 글쓰기 특강'
박주용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장하늘 선생 이후 우리나라에 formal writing 교양있는 글쓰기의 전범이 될 만한 텍스트를 처음 만난 것 같다. 대충 읽고 서평을 쓸 것이 아니라 곱씹고 곱씹어 완전히 내 것으로 한 후 서평을 다시 제대로 쓰고 싶다. 

AI가 기사문도 작성하는 시대에 글쓰기는 이제 인간 고유의 영역도 아니게 되었지만 글쓰기는 인간이 향유할 수 있는 창조자?의 전지전능함을 마음껏 누리는 최후의 보루가 아닐까?  더구나 책에서도 밝힌 바대로 현존하는 3000여 개 언어 중 10%도 안 되는 문자를 가진 언어를 우리는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


벌써 6년 정도가 지났는데 KBS다큐 "공부하는 인간"을 재밌게 본 기억이 있다. 세계 각국의 공부하는 모습을 담았는데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옥스포드 튜토리얼"이었고 난 옥스포드 방식으로 우리 교육이 지향해야 한다고 직감했다. 태어난 아이들 수는 적어졌음에도 여전히 20세기 1,2,3차 산업혁명 시대식의 교육을 일삼는 우리 교육은 분명히 바뀌어야 한다.  

저자도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글쓰기 교육만큼 홀대받고 있는 교육 영역도 없는 듯하다. 대학교 입시에서도 논술전형이 있지만 그나마도 높은 수능최저가 있기 때문에 순수한 글쓰기 평가라 할 수 없다.  자기소개서 작성하는 전형이 소위 학생부종합전형에 포함되어 있으나 그나마도 곧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입시구조에서 글쓰기는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과목 내 수행평가시 행해질 글쓰기 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 대학생의 경우 1학년은 평균  92페이지를 쓰지만 4학년잉 되면 146페이지를 쓴다고 한다. 1975년 미국 Newsweek에서 "Why Johnny Can't Write"의 도전적인 기사를 게재했다. 그 후 MIT, 하버드 같은 대학이 글쓰기 프로그램를 전면 수정하게 이른다. 미국 대학은 대학마다 Writing Center가 설립되어 학생들 글쓰기 교육에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이 책이 주장하는 글쓰기는 "자신의 생각을 논리정연하게 표현하고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생각을 이해시킬 수 있도록 하는 글쓰기"를 가리킨다. 내 관심도 여기에 있다. 대학에서 직장에서 대부분 일반인들이 꼭 필요한 역량이 소위 "논설문" "보고문" 등의 작성능력이다. 소설과 시 수필은 논외다.
 
논리적 글쓰기의 첫 걸음은 자기 자신이 동의하든 반대하든 상관없이 일단 다른 사람의 주장으로부터 배우고 인정할 부분을 찾아내는 것이다. (p.48) 배우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더 다듬거나 비판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주장을 펼쳐야 하는데 바로 이것이 학문활동의 핵심이다. 새로운 이론이나 주장을 펼치기 위한 학자들의 노력은 창조를 위한 예술가들의 고뇌와 다를 바가 없다.(p.49) 

이 책은 글쓰기교재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직접 예제를 풀면서? 읽어야 한다. 그럴 여유가 없다면 좋은 글에 대한 이론만 읽어도 나같은 글쓰기를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충분했다. 눈길 끌만한 제목을 짓고  흥미로운 일화로 도입부에 넣자. 그 일화는 글쓴이만의 개인적인 경험이면 더 좋다. 추상적인 개념은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해야 한다. 초고를 쓰면 수없이 퇴고해야 한다. (p.75 요약) 

잘 쓰기 위해서 잘 읽어야 한다. 어떤 주제를 정한 후에 관련된 참고문헌, 논문 등 읽어야 할 것이 많은데 그걸 어떻게 읽어야 하고  읽은 자료를 어떻게 정리할지 궁금했다. 이 책은 좋은 실마리를 제공해준다. 

잘 읽어야 잘 쓸 수 있다. 읽은 후에는 읽은 내용을 잘 요약하는 게 중요하다. 미국대학원 영작문 교재로 유명한 Academic Writing for Graduate Students를 보면 Writing Summaries가 논리적 글쓰기 서두에 등장한다. 요약은 글쓰기의 기본이다. 요약은 다음의 규칙을 따라야 한다. 

1. Skim the text, noting in your mind the subheadings.
2. Consider why you have been assigned the text.  
3. Read the text, highlighting important information or taking notes
4. In your own words, write down the main points of each section. Try to write a one-sentence summary of each section.
5. Write down the key support points for the main topic. 
6. Go through the process again making changes as appropriate.
(Academic Writing for Graduate students, second edition, John Swales & Christine Feak) 

요약은 어디까지나 남의 생각이다 그 다음 단계는 나만의 생각을 어떻게 buildup할 수 있을까? 저자는 학지에 실린 논문을 읽고 그 논문에 담긴 주장을 더 발전시킬 방안을 고민해 보거나 비판을 해보자. 또한 글에 대한 이해 수준을 구체적으로 드러내어 모호하게 넘어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는 척하는 것이 위험하다. 책의 절반에 해당하는 분량을 소략하나마 소개해 보았다. 책에는 글쓰기 연습하라고 많은 제시문이  소개되어 있다. 이 책은 필히 소장해서 두고 두고 봐야 할 고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