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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철학이 필요해 - 고민이 너무 많아서, 인생이 너무 팍팍해서
고바야시 쇼헤이 지음, 김복희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2월
평점 :
철학이란 무엇인가? 철학은 왜 필요한가? 대학에서 철학과가 왜 있어야 하는가? 다시 대학입시를 치른다면 나는 철학과를 정녕 가고 싶은가?
이 책을 받고서 처음 떠올렸던 질문들이다. 최근 학부모와 상담을 하면서 담당 아이의 진로를 '철학과'로 추천했다. 그랬더니 반응이 냉담했다. 철학과를 나와서 밥은 먹고 다니나? 조용히 나는 이 책을 꺼내주려고 작정한다 그런 부모들에게 혹은 우리 자신에게 .
진정한 공부를 하고 사유의 틀를 머리 속에 심고자 하는 好學者라면 정말 두고 두고 써먹을 수 있는 지식과 지혜를 얻고자 한다면 감히 추천하겠다. 나는 철학과를 다시 다니고 싶다. 다만 한문공부를 초중고를 다니면서 꾸준히 해서 동양고전에 대해 안목을 기르는 것이 먼저다. 왜냐면 우리는 싫건 좋건 동양적 삶의 틀에서 자라났고 지금도 거기 위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후에 대학에 가서 서양철학을 철저히 배우면서 영어실력을 갈고 닦아야 한다. 필요하다면 불어, 독어 하나 정도는 읽고 이해하는 경지까지는 가도록해 보자.
철학이 막연히 우리와는 거리가 먼 사유의 체계 즉 전문가들 갖고 노는 영역이라고만 생각했다면 이제 우리는 "그래서 철학이 필요해"를 읽어야 한다. 철학에 대한 이런 식의 관념이 형성된 것은 개인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 의 저작을 분류하면서 '형이상학'이란 말을 도입한 탓인 것 같다. META PHYSICS의 번역인데 그 번역부터가 잘못되어 일반 대중과의 삶과 유리시켜 버렸다. "세상에 대한 고민" "어떻게 고민을 해결할 것인가?" "고민해결학" 등 등. 학문이 자기들만의 언어 세계에서 해탈할 필요가 있다. 좀 쉽게 쉽게 쓰자.
아리스토텔레스로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면 우리나라에 그의 저작 전체는 아직도 번역이 요원해 보인다.(현재 천병희 선생이 그리스어 원전 번역 시리즈를 계속 출간하고 계신다) 그리스문명이 로마에 함락되고 크리스트교 공인되는 과정을 거치고 근동아시아가 이슬람화되면서 서구세계에서는 토마스 아퀴나스에 가서야 아리스토텔레스가 재등장한다. 이슬람 문명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더 많이 연구되었고 추후 서구세계에 역수입되었다. "니코마코스 윤리학"이 그나마 우리에게 가장 알려진 저작물이어서 여러 버젼으로 소개되어 있다. 우리나라 번역물 사이에 비교 혹은 평가를 해 준다던지 언급한 철학자에 대한 연구서 중에 꼭 참고할 만한 해설서를 소개해 주는 것까지 나는 기대했다.
서양철학을 본격적으로 접할때 플라톤 아리스트텔레스를 채 넘어보기도 전에 좌절하곤 한다. 버트란트 러셀의 서양철학사 책이 그래서 고대그리스 시대편 부분만 까맣고 뒤로 가면 처음 산 그대로인 경우가 많았다(적어도 나는 그랬다). 요즘 나는 그냥 페이지를 뒤로 확 넘겨서 궁금한 철학자로 바로 넘어간다. 서양철학의 이단아들이 나온 근현대철학이 재밌다. 화이트헤드(白頭...이름 자체로 흥미롭지 않나?)가 "서양철학은 플라톤의 각주다"라고 하셨지만 본인 부터가 각주 그 이상의 유의미한 철학 체계를 세웠고 특히 '스피노자'부터 혁명적인 변화는 있어왔다.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읽어야는데 스피노자의 삶 자체를 알아야한다. 창비에서 '철학의 이단자들'이란 만화책에 그의 삶과 철학이 쉽게 잘 소개되어 있다. 그 책을 편집한 스티븐 내들러라고 스피노자 철학의 권위자인데 내 서재에는 Spinoza's Ethics An Instruction라는 어마무시한 원고가 모셔져 있다. 스피노자 철학하러 대학원 다시 갈까 싶다.
스피노자는 당대에 유대인으로 유대교에 버림받고 기독교에서도 유배되었다. 철저히 스스로 고독함을 자처했고 부모의 유산도 거부한 채 렌즈를 만들어 생계를 유지하고 혼자만의 연구를 했던 사람이다. 그가 혼자 써내려간 글은 한참 있다가 니체에게 지대한 영향력을 미쳤다. 또한 쇼펜하우어도 고독과 사색의 길에 서로 만나지는 못했지만 사상적 동지였다. 나도 그 길에 동행하고 싶다.
니체사상은 서양철학을 공부할 때 한번쯤은 겨드랑이에 끼고 다니고 싶은 소위 있어보이는 무언가였다. 책세상에서 전집이 나온 걸로 소위 '눈팅'만 나는 하고 있다. 니체 입문서로 얼마전 추천받은 책을 책장에 고이 모셔 놓기만 했는데 "니체극장"이란 책이 있다. 니체사상의 전모를 가장 쉽게 접근하게 해 줄 책으로 사료된다. 서양철학의 한계를 특히 교부철학과 데카르트 이후 소위 이성주의적 사유체계에 신물난 사람들에게 니체는 사이다같다고 해야할까? 다만 절대정신으로 서양의 근대적 인간의 사고틀을 제공했던 독일에서 히틀러가 나온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의 전집을 몽땅 읽어내면 답을 찾을 수 있을지.
'에크리'를 이 글을 쓰고 있는 2019년 마지막 날 충동주문했다. 번역이 가장 힘든 책으로 손꼽히는 책이고 이해하기도 당연히 어렵다. 지금 소개하고 있는 "그래서 철학이 필요해"를 읽으며 나는 우리는 용기를 얻게 되었다 철학자들의 대작에 도전하고 싶은 학구열에 불지피는 불쏘시개 역할을 이 책은 하고 있다. 무의식을 프로이트보다 그 깊이 파고들었다고 평가받은 라캉에 대해 이제 정주행하고 싶어졌다.
'몰입의 즐거움'의 저자 미하이칙센미하이의 자기계발이라는 것을 접할때 제일 먼저 언급되는 사람이다. 몰입할때 자기존재감마저 잃는 lose yourself의 경지! 그런 경지에 오르면 남과 비교해서 생기는 우울감, 비관, 낙담 등의 온갖 현대적 신경병증이 생길 여지도 없을 것이다. 책에서는 일본의 대가 '마루야마 마사오'가 언급되었는데 우리 학계가 일본 학계를 꼭 따라잡아야 한다고 볼 때 나 개인적으로는 '마루야마 마사오'만큼은 공부하고 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일본불매운동하는 시기에 일본인 찬향한다고 욕먹을 줄은 모르겠지만 마루야마 마사오의 필로로기 수준에 필적한 학자를 우리 대학이 얼마나 배출했는가? 내 서재에 그의 저작 "일본정치사상사연구" "현대정치의 사상과 행동"이 꽂혀있다. 일본어로 그의 책을 읽고 그가 인용한 레퍼런스를 내가 소화해내기에도 인생은 ̧은 것 같다.
이 책의 "알아두면 쓸데 있는 철학 스토리"는 이 책에서 내가 제일 사랑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책의 본문보다 책의 서문이나 옮긴 이의 후기를 좋아하는데 마치 성룡의 영화가 끝난 후 엔딩 크레딧 보는 기분이랄까? 칸트 헤겔 마르크스로 이어지는 변증법의 드라마같은 독일철학! 내년 2020년이면 베토벤 사후 250주년을 기념하는 해가 된다. 교향곡을 9개 썼는데 그 이후 작곡가들에게 그 9라는 숫자의 의미는 자못 크다. "베토벤 심포니", "베토벤 9개의 교향곡"이라는 저작이 소개되어 있는데 일독을 권유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