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 플라톤의 대화편 현대지성 클래식 28
플라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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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버트란트 러셀 서양철학사에서 소크라테스편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Socrates is a very difficult subject for the historian. There are many men concerning whom it is certain that very little is known, and other men concerning whom it is certain that a great deal is known; but in the case of Socrates the uncertainty is as to whether we know very little or a great deal." 


내가 처음 들은 소크라테스는 브라질의 축구선수이다. 축구선수였고 군부독재를 비판했으며 본인은 의사이기도 했다. 193 장신이었지만 미드필더로 브라질 축구 황금시대를 이끌었으나 아쉽게 월드컵 우승은 이루지 못했다. 
여하튼 소크라테스라는 이름에 걸맞는 한 시대를 풍미한 축구영웅이었다. 다만 70세까지 살지는 못했다. 골초에 과음까지 했으니...

책 이름이 왜 "변명"인지 이제는 바꿔야 할 때도 된 듯 싶다. apology의 번역과정에서 변명으로 굳어진 듯한데 "변론"이 적합해 보인다. 이 책을 굳이 읽어 봐야 할 이유가 있다면 역사적 소크라테스를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단편이기 때문이다. 역사적 예수를 느껴야 우리같은 사람도 예수처럼 될 수 있다고 믿는 것처럼 소크라테스도 그런 것 아닐까? 

소크라테스는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받았고 벌금형 제안했으나 결국 사형언도를 받고 처형되었다.

위의 단편 하나를 갖고 플라톤은 변명, 크리톤, 파이돈까지 풍부한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복음서 기자들이 예수 공생애를 이용하여 마가마태누가의 공관복음과 전혀 다른 형태의 요한복음까지 그려낸 헤브라이즘에 대항한 헬레니즘적 전범이 아니겠는가? 

우리가 소크라테스의 변론을 읽어야 할 이유가 무엇일까? 그 유명한 '악법도 법이다'란 구절을 확인하기 위해서일까? 충격적인 사실을 말하겠다. 사실 그런 그 구절은 없다 적어도 이 책에서는...@_@
78p 중 "당신은 우리법 중에서 결혼에 관해 규정하는 법을 악법이라고 생각하고 거기에 불만이 있습니까?"에서 처음으로 악법이란 단어가 등장하기는 한다.  

The Apology gives a clear picture of a man of a certain type: a man very sure of himself, high-minded, indifferent to worldly success, believing that he is guided by a divine voice, and persuaded that clear thinking is  the most important requisite for right living. 

위의 버트란트 러셀이 서양철학사 설명이 바로 플라톤이 그 책을 저술한 이유가 아니겠나 생각해보게 된다.  스승에 대한 찬가로 죽음에서조차 의연했고 신이 자신에게 내린 철학이라는 소명에 헌신하는 헬레니즘적 예수 신화를 만들고 싶었던 플라톤이 창작이 아닐까? 

소크라테스의 변론은 고전수사학에서 유행했던 수사법 기술이 동원되고 있는 측면에서 수사학의 모범교과서로써 읽어 볼 가치가 있음을 생각해 보게 된다. 앞으로 로스쿨을 목표로 하고 장차 미래의 법조인이 될 사람이라면 입문서로 이 책 만한 것이 없다.

#1. 법률이나 법정에서의 재판 내지 변론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경험이 없다고 말하는 것
#2. 내 나이가 일흔이 되었지만, 법정에 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하는 것
#3. 배심원들에게 편견없이 들어줄 것에 대한 간청

위의 언급한 것들이 청중의 관심과 주의를 집중시키기 위해 본격적인 주장의 서두에서 동원하는 화두라고 볼 수 있다. (아래의 표는 서울대 법학 저널 53권 에 실린 하재홍 경기대 법과대학 교수이자 변호사의 '소크라테스의 변론'과 형사변론술'에 가져온 표임을 밝힌다)


원고 '멜레토스'는 소크라테스가 청년들을 타락시킨 죄를 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소크라스테스는 25p~27p에 걸쳐 멜레토스와 대화를 통한 논증을 펼친다. 논증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누구든지 청년들을 훌륭하게 만들려고 애쓴다. 무엇을 그들을 훌륭하게 만드는가? 법과 제도다. 법률을 아는 자가 누구인가? 배심원 시민 모두다. 그렇다면 모두가 청년들을 훌륭하게 만들려고 애쓰고 또 그렇게 할 수 있는 사회에서 어떻게 단 한 사람 내가 모든 청년들을 타락시킨다고 주장하는 것인가?

변론을 읽다보면 맹자가 생각난다. 특히 맹자가 고자와 치열한 담론을 펼치는 고자편.  


위 발췌한 해설은 추후 맹자편의 핵심구절을 소개하는 포스팅에서 대신하기로 하고 굳이 가져다 붙여 놓은 것은 고자는 고작 한 마디했는데 맹자의 대답은 구구절절이다. 특히 이 편에서 맹자의 논의는 궁색한 듯하다. 소크라테스의 변론은 소크라테스의 현란한  수사법의 구사를 담고 있다만 소크라테스가 주인공이여서 그 대화법의 주인공이 소크라테스인 점에서 정말 플라톤이 재판의 실황을 그대로 중계한 거라고 보긴 어렵다. 고대 그리스가 재판이 이런 식으로 전개되었는지도 의심스럽다.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 나름  참고한 독서목록을 공유하고 싶다. 
소크라테스에 대한 고전학계가 논의한 내용을 담고 있는 "소크라테스, 김유석 옮김, 이학사, 2009"
최근 소크라테스에 대한 연구를 담고 있는 "대화의 철학 소크라테스, 이강석 옮김, 한길사, 2004" 
"고전수사학, 박성철 옮김, 동문선, 2003"
"수사학-말하기의 규칙과 체계, 안재원 옮김, 길,2006"
 "생각의 수사학, 양태종 옮김, 유로, 2007"
"로마법강의, 최병조, 박사, 2006"
"현대 수사학, 김종영 옮김, 진성북스,2019 " 

소크라테스의 변론을 보면서 그가 상대편 주장을 어떻게 조목조목 비판해가며 자신의 정당함을 주장하는지를 음미하다가 탈옥을 권유하는 크리톤에 대해 그 불가성을 웅변하는 크리톤으로 넘어가게 된다. 개인적으로 크리톤이 더 설득력있고 플라톤의 색깔이 입혔다손 치더라고 소크라테스가 더 마음에 든다.


실정법에 대한 소크라테스의 입장은 우리역사처럼 권위주의 정권에 의해 사법살인이 일반적이었던 국가나 사회에 논쟁거리가 되어 왔다. "사법개혁" "검찰개혁" 한때 신성 불가침의 영역이었던 이 땅의  법조계가 유례없는 개혁의 대상이 되었다. 개혁의 대상으로 반성해야 할 법조인이 얼마나 될까? 국민감정과 괴리된 판결한 재판부, 특히 양승태가 조작한 수다한 재판들, 아무도 처벌받지 않은 죄지은 판사들. 
조국 법무부장관에 무리한 수사를 통해 드러난 표적수사. 제 식구 감싸기로 비리의 온상임을 드러낸 검찰.

우리나라 삼권분립으로 그 독립성을 지키라는 사법부의 구성원 각 개인들에게 이토록 목숨을 버리면서도 지키고 싶었던 소크라테스의 법철학, 법정신을 그대들은 구현하고 있는지 되묻기를 바라면서 이 책을 권면하고 싶다.  (다음 편에는 향연에 대해서 소개하겠다. 

"신이 우리를 이 길로 인도하니 이 길을 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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